“어르신들 배움의 한 풀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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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 배움의 한 풀어줍니다”

문해교육지도사 하 태 현 선생


영암군이 평생교육도시로 지정받아 정부 지원으로 문해교육을 실시한지 올해로 3년째. 군이 2008년 1월 제1기 왕인문해학교를 실시한 이래 비문해 어르신들의 열기는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다. 한글 읽고 쓰기, 수학의 덧셈 뺄셈과 사회정보 등 기초 수준의 교육이었지만 주름투성이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의 얼굴은 배움의 의지로 가득했다.

밤새 눈이 내린 한 겨울 아침. 발목까지 빠지는 눈길을 걸어 영암읍 회문리 녹암마을회관을 찾아온 14명의 어르신들은 문해지도사의 강의에 귀를 기울이며 배움의 의지를 불태웠다. 모두 70대~80대의 노인들이다.

오늘 이 마을을 찾아온 문해지도사는 영암군 교육계의 원로이신 하태현(77·정보문화센터운영위원) 선생이다.

오늘 공부할 내용은 한글 자음의 ‘된소리(ㅆ,ㄲ,ㄸ,ㅉ,ㅃ)’다. “쓰고 또 쓰고”, “까치”, “미꾸라지”…. 선생님의 발음을 따라하는 어르신들. 하 선생은 손뼉을 치며 발음을 따라하게 하고, 노래를 부르게 하며 재미있고 즐겁게 수업을 진행한다.


“손뼉과 노래는 수업에 대해 흥미를 유도하고 수업 집중도를 높여줍니다. 또 이런걸 어르신들이 많이 좋아시죠”

문해교육지도사인 하태현 선생은 40여년 지역교육계에 몸담았던 경력과 노하우로 재미있는 수업을 진행하며 영암군에서 활동하고 있는 74명의 문해지도사 중 가장 인기있는 강사로 꼽히고 있다.

1995년 영암초등학교에서 정년퇴임한 하 선생은 어지간하면 관내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지역교육계의 산 증인일뿐 아니라 관내에 제자들도 많고 사회·봉사경력도 풍부하다.

2007년 군에서 개설한 ‘문해지도사 양성과정’을 제일 먼저 수료했고, 제1기 왕인문해학교 강사부터 올해 제3기까지 문해지도사 경력 3년째의 베테랑 강사다.

3년간 비가오나 눈이오나 수업엔 단 한번 늦은 적이 없다는 하 선생은 “평생 교육계에 몸담았던 교육자로서 우리고장의 문맹퇴치를 위해 앞장서야 겠다는 사명감으로 문해학교 교사로 나섰다”고 말했다.

한 어르신은 “선생님께서 봉사하는 자세로 열과 성을 다해 가르치시는 모습에서 우리도 배우고 싶다는 의욕을 갖게됐다”고 말했다.

하 선생은 “우리 군처럼 문해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는 군이 드물다”며 “문해교육은 어르신들에게 늦게나마 배움에 대한 한과 응어리를 풀어주는 귀중한 자리로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 선생은 왕인문해학교 개설로 7천여명에 달했던 관내 문맹자들 중 지금까지 1천여명이 문맹을 벗었다고 자랑하며 문해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역 문맹퇴치를 위해 지속적으로 행정의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며 “앞으로도 문해교육에 더욱 헌신 봉사하며 참여하겠다”고 다짐했다.
/변중섭 기자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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