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술년 정월 초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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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술년 정월 초 하루

자연스님(월출산 월암사 도선암 주지)

밤새도록 북풍이 휘 몰아 치더만
아직도 눈송이 펄펄 날리네.

차끓이는 금솥에 얼음이 둥둥 더 돌아도
청정 녹다향 천지를 안으니

천상의 삼십삼천 구천세계 천신님들
코끝마져 향기롭구나

녹다향에 이끌리어 하강하니
월출산 구정봉 돌아들어 눈덮인 산기슭에

청신녀 무릎 조아려
월암사지 석간수로 녹다향 담아올리네.

아! 용이 싸우고 난 진터 구름 걷히고.
유정의 목탁 소리에

흰옷으로 단장한 대지위에서
월출산이 춤을 춘다

청아한 염불소리에 부처님이
춤을 춘다

하강한 천신들도 훨훨 녹다향에 이끌려
춤을 추며 허공을 날으네

·1994년 ‘차꽃마음’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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