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목 개설 10년 노력… 간이진출입로 개설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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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나들목 개설 10년 노력… 간이진출입로 개설 전락

영암 나들목 개설 어떻게 추진돼 왔나

2002년 사회단체연합회 주도, 7만군민 서명운동 전개
각계에 7차례 넘게 건의 불구 ‘업-다운 램프’로 변질
군·도로공사 간이진출입로 협약 신규개설론에 ‘발목’

완공이 임박해 있어 ‘물 건너 간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자아냈던 목포-광양 고속국도 영암 나들목(IC) 신규 개설 문제가 점차 지역사회의 공감대를 얻어가고 있다.
지난 2002년 3월 정부 관련 부처와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등을 찾아다니며 영암 나들목(IC) 신규 개설을 요구했고, 7만 영암군민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던 순수 민간사회단체연합회 관계자들이 주축이 되어 있다.
이들은 본보의 기획보도가 잇따르자 더 이상 방관할 수는 없다는데 인식을 함께하고 군청 관련 부서와 의회, 사회단체협의회 등을 찾아 공감대 확산과 함께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는 방안을 협의했다.
아직 이들의 노력이 어떤 결실로 이어질지 낙관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영암군과 한국도로공사 목포·광양건설사업단(이하 사업단)이 2009년 9월 영암 나들목 신규 개설 대신 학산 나들목에 간이 진출입로를 설치하기로 협약을 체결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때문에 군과 민주당 유선호 국회의원(장흥 강진 영암) 등이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각계각층의 공동대응 움직임에 추동력이 실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영암 나들목 신규개설이 절실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는 것을 계기로 그동안 이 문제가 어떻게 추진되어 왔고, 걸림돌은 무엇이며,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 짚어본다.
■ 지금까지 추진상황
영암 나들목 신규 개설 요구는 2002년 3월부터 시작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목포-광양 고속국도 건설계획이 막 구체화 된 때이기도 하다.
지역의 순수한 민간사회단체연합회가 주축이 되어 이듬해인 2003년 10월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전남도와 건설교통부, 한국도로공사,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등에 건의문을 냈다.
특히 국민고충처리위원회는 심의회를 열어 지방도 819호선과의 교차지점에 나들목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사회단체들의 요구와는 다른 것이었고, 7만 영암군민 서명운동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서명결과 전체 군민의 49.1%인 3만1천136명이 동참했다.
여기에 힘을 얻은 군은 군수가 직접 나서 교통량 분석과 함께 건설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 등을 방문해 영암 나들목 신규 개설을 요구했고, 사회단체 관계자와 함께 이들 기관을 방문하기도 했다.
군민들의 영암 나들목 신규 개설 요구가 영암영업소 회차로를 이용한 업-다운(Up-Down) 램프 설치로 변한 시기는 2005년이다. 8월께 지역출신 국회의원인 유선호 의원이 업-다운 램프 설치를 구두로 요구했고, 12월께에는 유 의원과 군수, 도로공사 사장이 이에 구두 합의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영암 나들목 개설요구는 그 후에도 계속되었으나 학산 나들목에 간이 진출입로를 개설하는 것으로 최종 확정된 것은 2008년 3월이었다. 영암 관내에 간이 진출입로가 개설된데 따른 사업비 분담문제가 정리되면서 이듬해인 2009년 3월 17일에는 영암군과 도로공사가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현재 군과 유선호 의원의 행동을 제약하고 있는 이 협약서는 한국도로공사 목포·광양건설사업단이 ‘갑’이 되고 영암군이 ‘을’이 되어 학산 나들목 간이 진출입로 설치를 위한 사업을 효과적으로 완수하기 위한 것으로, 갑인 사업단은 사업에 소요되는 설계비 및 공사비(전기 조경 등 기타 공사비 포함 17억원)를 부담하고, 을인 영암군은 용지 및 지장물 등 보상비(3억원)를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협약서 내용에는 군이 영암 나들목 신규개설을 다시 요구할 수 없게 하는 규정은 담겨져 있지 않다. 하지만 협약서가 체결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영암 나들목 신규 개설 요구가 학산 나들목 간이 진출입로 개설로 대신 된 정황이 짙다. 새로이 일기 시작한 각계각층의 공동대응 움직임에 추동력이 실리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걸림돌은 무엇이었나?
현재 상태로 목포-광양 고속국도가 완공되어 개통되고, 학산 나들목에 간이 진출입로가 개설된다면 영암군민들은 고속도로 진출입을 위해 강진의 성전 나들목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17.6km를 우회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군민들이 낭비하게 될 교통비용은 연간 1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도로공사가 영암 나들목 신규 개설을 불가하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로공사의 검토의견은 모두 6가지다.
우선 지리적 조건으로 도로공사는 일반 국도 등 주요 간선도로와의 교차 또는 접근지점에 개설되어야 하나 영암 나들목은 지방도 819호선과 교차지점에 설치된다는 점에서 불가하다고 보았다.
또 주변인구가 인구 3만명 이상의 도시 부근이거나 나들목 세력권 인구가 5만 내지 10만명이 되도록 배치해야 하나 영암은 인구 2만여명으로 나들목 설치기준이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도로공사는 나들목 배치간격도 문제 삼았다. 최소 2km, 최대 30km 이하가 되도록 배치해야 하고, 대도시 주변 공업지역은 5-10km, 소도시가 산재하고 있는 평야지대는 15-25km, 지방촌락 및 산간지는 20-30km 간격이어야 하나 영암의 경우 나들목이 새로 설치될 경우 신규 나들목까지 7.5km, 신규 나들목에서 강진 성전 나들목까지 11.5kmfh 설치간격이 부적정해진다는 것이다.
교통량에 있어서도 나들목 출입 교통량이 하루 3만대를 초과하지 않도록 배치해야 하는데 영암은 하루 나들목 출입량이 9천380대에 불과하다는 것도 걸림돌이었다.
이밖에 경제성이 떨어지고 타 시설물인 연정터널과 신규 나들목간 거리가 0.42km에 불과해 나들목과 터널의 최소간격규정인 0.5km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도로공사의 판단은 지금 상황에 맞지 않을뿐더러 형평성도 어긋난다.
우선 고속국도 나들목 설치를 위한 규정으로 국토해양부가 제정한 ‘도로의 구조·시설기준에 관한 규칙’이 있다. 도로공사가 나들목 배치간격을 문제 삼은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 고속국도 나들목은 이 같은 규정이 지켜진 경우가 거의 없다. 가까운 광주광역시의 경우 톨게이트, 개방형 나들목까지 합해 무려 8곳이나 된다.
전남도내 시군의 경우도 순천은 건설 중인 고속국도까지 포함해 나들목이 6곳이나 되고, 광양은 4곳, 곡성, 보성, 무안 등은 각각 3곳의 나들목이 설치되어 있다.
특히 영암군과 거의 같은 시기에 나들목 개설을 위한 범군민운동을 펼친 끝에 내년 5월 개통 예정인 고흥 나들목은 고속국도 통과구간이 0.8km에 불과하고 그나마 모두 터널로 연결되어 있어 도로공사 주장대로라면 나들목 설치가 불가능한 지역이다. 도로공사가 영암군민들의 나들목 신규개설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야할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이다.
■ 앞으로의 전망은?
도로공사가 영암 나들목 신규개설을 불가하다고 본 중대사유인 주변인구나 교통량, 경제성 문제 역시 근거가 약하다.
우선 현재 삼호지역을 중심으로 한 영암지역경제의 신장세가 낙관적이다. 목포-광양 고속도로 건설계획이 구체화되고 사업이 착수된 때 극심한 미분양 상태였던 대불국가산업단지는 100% 분양을 넘어 포화상태에 있다. 인근의 현대삼호중공업은 여전히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내 최초로 열려 성공적인 대회로 평가 받았던 세계 3대 빅 스포츠인 F1 코리아 그랑프리도 향후 최장 15년간 계속해서 영암서킷에서 열리게 된다.
뿐만 아니다. 영암서킷을 중심으로 새로운 도시가 만들어지고 인근에는 서남권 개발 프로젝트인 J프로젝트사업에 따른 개발공사가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교통량이나 주변인구, 경제성 모두에서 목포-광양 고속도로에 영암 나들목을 새로 설치하지 않아야할 이유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지역개발 전망이야말로 영암 나들목 신규개설 움직임에 힘을 싣고 있는 요인인 점에서 군은 하루속히 영암 나들목 신규 개설의 당위성을 알리는 교통량 분석 등 타당성 조사에 나서야 한다.
당연히 영암-순천 고속국도로 명칭을 바꿔야 할 목포-광양 고속국도 노선에 개설될 나들목은 모두 6곳이다. 강진1곳(성전), 장흥1곳(장흥읍), 보성2곳(보성, 벌교읍), 순천1곳(해룡)의 나들목이 각각 계획되어 있는 가운데 이미 언급한 고흥 나들목 개설이 지난해 말 확정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미적거리다간 고속도로가 관내를 20.20km나 관통하는 영암에는 나들목이 개설되지 않는 유일한 곳이 될지도 모른다.
이는 군이나 유선호 의원이 협약서를 빌미로 주저하고 있을 상황이 아님을 의미하기도 한다. 일단 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영암 나들목 신규개설 요구를 가다듬고, 이어 군수와 지역출신 국회의원, 그리고 전남도까지 혼연일체가 되어 나서지 않으면 어림없는 일일 것이다.
/김명준 기자
▣ 지금까지 추진상황
○2002.3-2003.3 민간사회단체연합회 등 7회 건의
○2003.11 국민고충처리위 심의(지방도 교차지점에 IC설치 바람직)
○2004.1-3 7만 영암군민 서명운동 전개(서명결과 31,163명 49.1%)
○2004.3-12 교통량 분석, 건설교통부·도로공사 방문 건의(군수)
○2004.7 IC설치지점 향후 유발 교통량분석
○2004.12 건설교통부·도로공사 방문 면담건의(군수·사회단체)
○2005.8-11 업-다운램프(목포⇔영암) 진입로 설치요구(구두 유선호 의원)
○2005.12 영암영업소 회차로 이용 업-다운 램프 설치 구두합의(12.5 건교부 차관 보고, 12.6 유선호 의원, 12.7 도로공사 사장·군수 대화)
○2006.1.19 IC 설치 건의(영암군⇒건교부)
○2006.2.10 영암군간 IC설치 검토 결과보고(도로공사⇒건교부) 업-다운 램프 설치 적정
○2008.3 영암영업소 회차로 확장 및 업-다운 램프 설치로 총사업비 조정신청 군비부담 협의(보상비 군비 3억)
○2008.2.28 IC설치 건의 관련 사업비 분담금(소여사업비 20억원 중 토지매입비 3억원) 요청(도로공사⇒영암군)
○2008.3.21 지방도 819호선에 업-다운 램프(목포⇔영암) 설치 건의, 통행료 부과, 보상, 시설비 추가부담 조건⇒설치불가 의견
○2008.3 목포-광양간 고속국도 영암IC설치 최종보고
○2008.3.27 영암 관내 IC설치 관련 사업비 분담금 확약 회신(영암군⇒도로공사)
○2008.9.29 영암 관내 나들목 설치 사업추진계획 알림(도로공사⇒영암군)
○2009.6.8 IC 추가설치 건의 신설요청(영암군⇒전남도)
○2009.7.7 IC 추가설치 건의(전남도⇒국토부·도로공사)
○2009.7.22 학산나들목 간이진출입로 공사 추진 협약서 체결요청(도로공사⇒영암군)
○2009.7.30 IC 추가설치 건의 관련 불가의견 회신(도로공사⇒전남도)
○2009.9.17 학산나들목 간이진출입로 설치를 위한 협약(도로공사⇔영암군)
김명준 기자 gm11941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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