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양식 주제 국제심포지엄은 양만산업에 획기적 전기
뱀장어 요리 등 산업화 효과 막대 축제 영암유치 서둘러야
■왜 뱀장어 축제인가?
양만수협 김성대 조합장은 세계뱀장어축제를 기획한 이유에 대해 최근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폭발사태를 든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원전을 보유했다는 일본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앞으로 그보다 후진국인 나라들의 원전사고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 됐다. 더구나 유출된 방사능이 바다에 그대로 흘려보내지면서 해양수산물 자체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제는 맑은 지하수와 하천수로 키운 수산물이어야만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지경에 이른 것이 세계뱀장어축제를 기획하게 된 첫 번째 이유인 것이다.
양만수협은 또 방사능 오염으로 농수산물 모두 피해를 입은 곳이 일본인 점에서 이번 기회에 뱀장어 양식 종주국의 지위까지 우리가 탈환해보자는 의도까지 숨기지 않고 있다. 김 조합장은 “일본이 뱀장어 인공부화에 있어 세계 최고지만 양식에 있어서는 한국이 최고”라면서 “이번 축제를 통해 뱀장어 완전양식부화에 관한 학술대회까지 열어 이 분야에 있어서도 일본을 추월해보자는 것이 기본의도”라고 설명했다.
■뱀장어 완전양식 국제심포지엄
제1회 세계뱀장어축제의 매인이벤트 가운데 하나인 국제심포지엄의 주제는 뱀장어 완전양식이다. ‘완전양식’이란 수정란에서 상품용 크기까지 모든 사육과정을 인위적으로 조절해 양식하는 것을 뜻한다. 현재 뱀장어 양식은 자연산 실뱀장어를 1-3월쯤 채포해 양식장에서 7-10개월 동안 사육해 출하하고 있다. 이를 ‘불완전양식’이라고 부른다.
일본은 지난해 완전양식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반면 우리나라는 국립수산과학원이 2015년을 목표로 완전양식에 도전한 상태다. 이번에 개최될 국제심포지엄은 바로 이 뱀장어 완전양식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일본 동경대학 해양학부 스카모토 교수와 세계최초로 이석을 통해 뱀장어의 나이를 규명한 충남대 이태원 교수 등이 참여한다. 우리나라의 뱀장어 완전양식 성공시기를 앞당길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이 때문에 양만수협은 이 심포지엄을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당초 심포지엄은 일본이 스카모토 교수를 필두로 지난 5월15일 극동산 뱀장어 산란지점인 태평양과 필리핀 해구 근처에 탐사선을 출항시켜 7월15일까지 탐사한 결과를 토대로 일본에서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원전폭발사고로 중국 청도로 개최장소가 변경됐고, 이번에 양만수협 김성대 조합장과 충남대 이태원 교수 등이 적극 나서 국내에 유치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양만수협은 뱀장어 완전양식에 관한 비밀을 규명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를 이번 심포지엄 개최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뱀장어 요리경연대회
세계뱀장어축제의 또 다른 매인이벤트인 뱀장어 요리경연대회는 소비확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다. 양만수협은 특히 축제를 한 여름 무더위가 절정을 이룬 중복날로 잡았다. 복날이면 으레 개고기를 먹는 그릇된 식문화를 바꾸고, 공인된 보양식품인 뱀장어 요리를 복날 음식으로 대신하면서 소비를 크게 늘려보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양만수협은 뱀장어와 속칭 ‘뱀탕’ 또는 ‘보신탕’과의 효능비교 등 세심한 부분에까지 신경 쓰고 있다.
축제현장에서는 양만수협 김성대 조합장이 개발한 ‘월출산 맥반석 장어’를 원료로 한 장어탕이 판매됨으로써 복날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의 입을 즐겁게 한다. 또 요리경연대회에서 개발된 각종 요리는 향후 상품화과정을 거쳐 널리 보급되게 된다.
최대 규모의 뱀장어 축제가 될 이번 제1회 축제는 온·오프라인에서 동시 개최된다. 뱀장어요리경연대회와 함께 뱀장어 잡기, 뱀장어 등따기, 뱀장어의 꿈 등 다채로운 행사도 기획 중이다. 뱀장어를 많이 먹어 장수한 백세이상 노인 초청 선물증정, 뱀장어 홍보대사 선정, 칼슘 장어와 수험생 장어, 피부미용 장어 등 기능성 장어의 개발 및 홍보에 주력하게 된다.
김성대 조합장은 “뱀장어 양식에 있어 이미 우리가 일본에 앞서 있지만 음식개발이나 가공분야에 있어서는 뒤져 있다”면서 “이번에 세계적인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다양한 음식개발을 통해 소비부문에서도 일본을 앞지르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뱀장어 산업화
세계뱀장어축제를 기획한 양만수협의 의도는 ‘버릴 것이 없다’는 뱀장어의 산업화에도 있다.
뱀장어는 탕류 등 각종 요리로, 건강기능식품으로 각광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죽을 활용한 가공산업 등에 이르기까지 산업화의 길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김성대 조합장이 양만장에 자신의 호를 따 ‘거암 민물장어 완전양식 연구소‘를 설립하려는 것도 같은 차원이다. 김 조합장은 “100여개의 연못을 만들어 튼실한 뱀장어를 입식, 이를 통해 직접 알을 채취하고 부화해 양식하는 등 민물장어 양식산업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산실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뱀장어 산업화는 정부나 전남도 역시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임광수 실장이 뱀장어를 한국민을 10년 먹여 살리는 품목으로 선정했고, 전남도는 뱀장어 완전양식사업에 10억원의 예산을 책정할 정도다.
특히 김 조합장은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뱀장어를 안심하고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대책도 강구할 작정이다. 내년에 ‘수산물유통가공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뱀장어부터 철저한 원산지 표시이행과 무 항생제 양식을 통한 안정성 보장방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영암군 적극 나서야
세계뱀장어축제는 특히 영암군에 ‘호기(好機)’가 아닐 수 없다. 전남이 뱀장어 양식의 ‘종주도’라면 양만수협 김성대 조합장의 고향인 영암은 뱀장어 양식의 ‘종주군’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만수협의 축제 개최 계획이 알려지자 전남도내는 물론 고창군 등 전국 지자체들이 유치를 희망하고 있지만 정작 김 조합장은 내심 영암군이 개최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무궁무진한 뱀장어의 산업화 효과를 고스란히 선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은 축제개최를 위한 경비조달문제 등에서부터 축제장소에 이르기까지 만반의 준비를 통해 양만수협과 보다 적극적으로 협의에 나서야 한다. 함평군은 나비를 소재로 축제를 열어 세계적인 생태도시로 부상함은 물론 곤충을 소재로 한 산업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뱀장어는 나비보다 규모가 엄청나다. 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경우 얻게 될 부가가치가 나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이다. 군의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한 이유다.
■뱀장어 완전양식 어디까지 왔나
뱀장어 완전양식은 지난해 4월 일본 수산종합연구센터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발표함으로써 화제가 됐다.
일본 수산청 산하 수산종합연구센터가 2대 뱀장어를 완전 양식한 방법은 뱀장어를 인공 부화해 기른 뒤 알을 채취해 다시 인공 부화하는 방식. 수산종합연구센터는 2002년 뱀장어에 호르몬을 주사해 산란을 쉽게 하도록 한 뒤 여기서 알을 채취해 부화하는 데 성공했고 2-5년에 걸쳐 45-70㎝ 크기의 어른 뱀장어로 양식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기른 뱀장어에 지난해에는 호르몬을 주사해 알과 정액을 채취한 뒤 이를 인공수정해 25만개의 수정란을 얻었고 이를 부화해 10만마리 정도의 원기왕성한 치어를 생산해 사료를 주며 키우고 있다.
일본이 이처럼 1960년께부터 시작한 뱀장어의 완전 인공양식에 성공한 것은 세계 최초다. 하지만 현재의 방식으로 당장 대량의 양식 뱀장어 치어를 얻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양만수협 김성대 조합장에 따르면 일본이 성공했다는 완전양식은 아직 규명하지 못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은 탐사선을 다시 태평양 연안에 파견했고, 그 결과가 오는 7월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될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올 초 국립수산과학원이 오는 2015년까지 뱀장어 완전양식 실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수산과학원은 이 ‘뱀장어 완전양식 프로젝트’를 통해 2015년까지 뱀장어 치어 생산 기술력을 확보하고, 2016년부터는 생산된 치어를 어업인들에게 직접 보급할 계획이다. 수산과학원은 이미 지난 2005년부터 뱀장어 종묘생산연구를 시작해 현재 자체 개발된 기술로 어린 뱀장어를 부화 후 20일까지 사육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수산과학원은 “뱀장어 완전양식이 성공하면 자연자원의 고갈을 방지하고 연간 1천500억원 내외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출 전략품종으로 육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편집국장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