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해설사
영암에 사는 사람들이 월출산은 알아도, 덕진면 선암마을은 알아도, 그 마을로 들어가면 월출산을 마주하는 ‘비밀의 정원’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합니다. 이곳은 다름 아닌 녹차 밭, 덕진면에 있어서 ‘덕진 차밭’이라 불리는, 아는 사람만 안다는 바로 이곳입니다.
자, 영암이 숨겨놓았다는 비밀의 차밭 속으로 꼭꼭 숨어 볼까요?
고샅길 돌담길을 따라 올라가면 초록빛 녹차 밭으로 들어가는데, 영암이 자랑하는 거대한 바위산 월출산이 눈앞에서 더욱더 선명하게 여러분을 반길 것입니다.
녹차 밭으로 가기 위해선 선암마을을 거쳐야 합니다. 한반도 지형 마을로 잘 알려진 영월의 선암마을과 이름이 같은 이 마을은 물길을 따라 만들어진 풍경은 없지만, 수 십 년의 세월을 버텨 온 돌담길이 또 다른 매력의 멋진 광경을 만들어 냅니다.
요즘 돌담길이 아름답다는 곳엘 가보면 뜻 밖에 옛 모습을 잃어버린 곳이 많지요. 돌담길을 보수하느라 황토 흙이 아닌 다른 재료를 발라놔서 그런 거지요. 어떤 곳은 돌담에 시멘트를 발라 놓은 곳도 있지요. 하지만 선암마을의 돌담은 이제껏 거의 보수를 하지 않은 ‘온 것’입니다. 때문에 세월의 풍파에 돌담이 무너져 있기도 하고, 돌담위로 넝쿨이 초록 옷을 입은 듯 정겹고 고즈넉합니다. 자동차보다 사람이 걸어야 제 맛인 고샅길은 돌담길 따라 쭉 이어집니다. 신선한 바람이 댓잎을 스치며 부는 대밭에서는 지나가던 선비가 잠시 멈춰서 시 한수를 읊고 갈만한 낭만적인 풍경이 연출됩니다.
이 정겨운 마을길을 따라 낮은 뒷산을 오르면 비로소 녹차 밭 꼭대기에 당도하게 되는데, 이곳이 바로 한국제다가 운영하는 영암 제2 녹차 밭, 덕진 차밭입니다. 우리나라 최대의 녹차 밭이라는 보성다원에 비하면 그 크기가 아담하기까지 합니다. 더구나 일본에서 들여온 차나무를 심은 보성다원과는 달리 키가 작은 토종 차나무를 심어 어찌 보면 보성다원의 차밭을 축소해 옮겨 놓은듯 한 느낌도 받습니다. 하지만 규모가 작다고 풍광의 감동까지 작은 것은 아닙니다. 마치 부채를 펼쳐놓은 듯 내리막을 따라 좌우로 펼쳐진 모습은 초록색 비단결을 풀어놓은 듯 청초합니다. 초록색은 눈을 편하게 하는 색이라 눈이 편해지니 마음도 안정되며 여유로워지는 듯 합니다.
영암의 넓은 평야가 하늘과 맞닿는 지평선엔 마치 바위가 솟아 난 듯 웅장한 월출산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갑옷을 입은 듯 기암괴석을 온몸에 두른 월출산은 눈앞의 초록 치마폭과 대비되며 더욱 장쾌 합니다.
월출산!!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월출산은 영암의 어느 곳에서 보더라도 그 모습이 훤합니다. 차밭이 있는 백룡산은 월출산을 정면으로 마주 보는 곳이라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가장 아름답지요. 희미한 안개가 산등성이를 휘감아 나가는 월출산의 모습은 신비스럽기까지 합니다. 전국의 어느 산이 저렇게 아무런 가림도 없이 온전한 모습을 보여줄까요? 세상에 한 치의 부끄러움이 없는 대장군의 기개가 산으로 그대로 옮겨진 느낌이 듭니다. 영암 땅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 월출산에 깃드는 여명을 바라보고 하루를 시작하고, 밤에는 월출산에서 떠오른 달을 보며 잠자리에 든다고 할 정도로 월출산은 떼 놓을 래야 뗄 수가 없는 그런 신령스런 산이지요.
이곳 차는 재래종이 90%이상이여서 녹차 맛으로도 정평이 나 있지요. 곡우 때부터 차를 따기 시작하는데 세작과 중작, 대작을 따는 6월 하순까지 이곳에 오면 차 잎 따는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계절에 따라, 보는 각도에 따라, 하루 시각에 따라, 어느 배경을 곁에 두고 보느냐에 따라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변하는 차밭을 이리 한 번, 저리 한 번 보는 재미가 꽤 각별하니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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