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총회도 군민 축하 없이 이사들만 참석…‘눈총’
재단법인 영암문화재단이 논의 시작 6개월 만에 초고속 출범했다. 과연 몇 개의 문화시설을 관리하는데 별도의 문화재단을 설립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틈조차 없이 이뤄진 조치다. 의회가 관련 조례를 심의 승인해주고, 재단 설립을 위한 출연금 예산을 통과시켜주기는 했지만 이번에도 재단법인 설립에 따른 타당성 등에 대한 대 군민 설명회는 생략됐다. 그야말로 급조된 영암문화재단의 설립경과를 짚어본다.
■설립배경
군이 밝힌 문화재단 설립배경은 ‘군민의 문화욕구를 충족시켜줄 문화시설이 증가되고 효율적인 조직관리와 문화예산의 능률적인 집행을 위해서는 시설관리에 적합한 전문성을 갖춘 조직과 인력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산재된 문화시설을 통합관리해 효율성을 높이고 전문인력을 확보해 유지 관리 능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또 문화시설 및 문화서비스에 대한 통합네트워크 시스템을 갖춰 다양한 양질의 문화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자치단체의 인력과 재정운영의 압박감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는 것이 군의 설명이다.
영암문화재단의 주요업무는 크게 4가지. 가야금테마공원, 기건강센터, 낭산기념관 등 문화시설 관리운영사업과 기찬랜드(작은골유원지) 운영을 통한 수익사업, 문화예술진흥사업 및 관련 자료수집·보관, 조사연구사업 등이다.
■어떤 과정 거쳤나?
재단설립이 검토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군은 곧이어 한국자치경영평가원에 의뢰해 ‘영암군 문화시설관리 재단법인 타당성 검토용역’을 실시했고, 관련 조례제정안을 군의회에 제출하면서 재단법인 설립계획을 의원들에게 설명했다.
지난달 17일 조례안이 의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곧바로 재단 발기인과 임원진이 꾸려지고 지난달 23일 창립총회를 갖게 됐다.
앞으로 전남도와 법원에 재단설립 허가신청 및 법인등록 등 요식행위인 절차가 남아있고, 상근 인력 확보 및 재단 사무실 개관 등의 소소한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문제점은?
영암문화재단 출범에 따른 가장 큰 문제점은 필요성에 대한 공론화 작업이 생략되어 있는 점이다.
군은 한국자치경영평가원에 의뢰한 ‘영암군 문화시설관리 재단법인 타당성 검토’ 결과에 대한 자체보고회를 2-3회 열었으나 공개요구는 수용하지 않았다. “문제점이 많아 보완하도록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재단법인 타당성 검토결과는 결국 군수와 간부공무원들 중심으로 보고되었을 뿐이고 주민설명회 등에는 활용되지 않은 것이다.
영암문화재단 출범의 두 번째 문제는 지역에 산재해 있는 문화시설 가운데 낭산기념관과 가야금테마공원 등 2곳만 관리하도록 되어 있고, 기찬랜드와 기건강센터를 운영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이들을 관리하고 운영하는데 문화재단까지 만들 필요가 있느냐 하는 문제다. 더구나 가야금테마공원은 예산 때문에 언제 완공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낭산기념관은 재단 차원의 관리까지는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이름 그대로 진정한 문화재단을 만들려면 왕인박사유적지와 도기박물관, 마한문화공원, 청소년수련관 등 관내 모든 문화시설들을 통합운영하는 방안을 염두에 뒀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영암문화재단이 시설관리에 방점이 둬져 있는 점도 문제다. 인천이나 광주 등에 출범한 문화재단은 시설관리가 아니라 문화정책과 이의 집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군도 재단의 주요업무로 문화예술진흥을 꼽고는 있다. 하지만 사무국장을 포함해 7명의 직원을 정원으로 한 문화재단에 시설관리만도 벅차다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문화정책을 만들고 이를 예산과 연계해 주민들이 문화혜택을 받게 할 여력은 도무지 찾기 어려운 것이다.
이 때문에 항간에서는 영암문화재단이 특정 세력을 위한 자리 만들기 아니냐는 지적도 하고 있다. 실제로 사무국장과 관리팀장을 놓고 구체적인 인물이 거론되면서 설왕설래하고 있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군민들의 축하 속에 창립총회를 가졌어야할 문화재단이 군수실 옆 회의실에서 군수와 이사 등 12명만 참석한 가운데 조용하게 열린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태동한 영암문화재단은 이래저래 당장 인력 충원이 이뤄질 이달부터 주목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편집국장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