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보조사업 ‘나눠먹기’ 관례 깨고 공정 집행
검색 입력폼
 
자치/행정

농업보조사업 ‘나눠먹기’ 관례 깨고 공정 집행

두 군의원이 만들어낸 ‘상쾌한 이야기’

주민 선호도 조사 통해 사업비 전액소형 저온저장고에 투자
신청접수후 심사통해 대상선정…주민들 너도나도 칭찬행렬
요즘 삼호읍에 가면 무더위를 식혀줄 ‘상쾌한 이야기’가 있다.
주민들 너도나도 “정말 좋은 일 했다”고 입을 모은다. “의정활동을 하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며 격려와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그 대상은 소속 정당은 다르지만 같은 삼호읍을 지역구로 둔 영암군의회 김철호 의원(민주)과 이보라미 의원(민노)이다.
사연인즉 이렇다.
‘농업 경쟁력 강화사업’이라고 있다. 이름은 그렇게 붙여졌지만 실상은 해당 지역 군의원의 지지기반을 다지는데 공공연히 사용되어온 것으로 알려진 ‘군의원 사업비’다. 규모는 의원 1인당 어림잡아 1억2천500만원 정도다.
군의원이 집행부를 설득해 ‘따오는’ 마을 안길 포장사업비나 농로 포장사업비 등은 마을주민 등 다수를 위한 사업비다.
하지만 이 농업 경쟁력 강화사업비는 다수가 아니라 개개인에게 지원된다. 농기계를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누가 어떻게 그 대상에 선정되는지 온통 베일에 가려있다. ‘군의원 사업비’라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철호·이보라미 의원이 주민들로부터 격려와 칭찬을 받은 이유는 바로 이 농업 경쟁력 강화사업비 집행방법을 완전 공개적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삼호읍에 배정된 농업 경쟁력 강화사업비는 2억5천여만원 가량. 농가 자부담까지 감안하면 총사업비는 5억2천여만원 규모다.
관례대로라면 이 사업비는 대농(大農)이거나 군 또는 군의원 등과 나름 친분이 있는, 이른바 ‘힘 있는 이들’에게 집행됐을 것이다. 하지만 두 의원은 이 관례를 과감히 깼다.
우선 주민 선호도 조사에 나섰다. 어디에 집행할 것이냐를 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농산물 소형 저온저장고’ 설치가 압도적이었다.
이를 토대로 농가의 신청을 받았다. 모두 160명이나 됐다. 한정된 사업비인 만큼 모두 나눠주기에 역부족인 것은 당연지사.
이를 해결하기 위해 두 의원은 삼호읍과 협의해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무려 18개항에 달하는 심사규칙을 만들었다. 이를테면 지방세 납부실적, 과거 보조금 수령여부, 농사규모, 영농교육 이수여부 등등. 이를 통해 사업대상자 86명을 최종 선정했고 다음 달 말까지 사업시행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런 소식이 퍼지자 삼호읍민 A씨는 “이번 일을 통해 농업 경쟁력 강화사업비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음번 사업비 집행 때 잘하면 나도 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두 군의원과 삼호읍이 일을 제대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삼호읍민 B씨는 “농업보조사업 대상에 이름도 성도 모르는 농민이 선정됐다고 동네방네 난리다. 수회에 걸쳐 보조금 혜택을 받아왔던 이들도 이번에 그 대상에서 제외됐음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두 군의원과 삼호읍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두 군의원은 손사래를 친다. 두 군의원의 의견이 일치했고 삼호읍의 협조가 있어 가능했던 “삼호읍만의 일로 이해해 달라”는 주장이다.
김철호 의원은 “이번 일이 언론 등에 알려지면 마치 다른 지역에서는 사실과는 전혀 다르게 군의원들이 부당한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비춰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면서 “삼호읍민들의 뜻에 따라 보조금을 집행하는 방법을 바꿨을 뿐이다”고 보도 자제를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그 집행을 놓고 말썽과 잡음이 끊이질 않아온 농업보조금 집행방법에 있어 획기적인 전기를 만들었고, 주민들 모두가 이를 격려 또는 칭찬하고 나선 사실 자체가 무더운 여름 너무나 상쾌한 일이어서 부득이 보도하기로 했다.
편집국장 기자 yanews@hanmail.net

오늘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