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만 부풀린 특별할 것 없는 정책 전락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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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기대만 부풀린 특별할 것 없는 정책 전락 우려

영암여고 제외는 ‘꺼지지 않은 불씨’ 외면하는 격
단순 통폐합보다 영암교육미래위한 ‘대결단’ 필요
장만채 전남도교육감이 교육문제 때문에 ‘떠나는 전남’에서 ‘돌아오는 전남’으로 만들겠다며 내놓은 거점고 육성정책의 윤곽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4개 인문계고와 2개 특성화고가 있는 영암의 경우 ‘일반계고 2+특성화고 1’ 체제라는 도교육청의 방침에 따라 일반계고는 영암고와 ‘삼호고+낭주고’, 특성화고는 ‘구림공고+영암전자과학고’방식이 될 전망이다. 이대로라면 군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별로 ‘특별할 것이 없는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점차 윤곽을 보이고 있는 영암지역 거점고 육성의 의미를 짚어본다. <편집자註>
■ 각 시군 육성안 동향
도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22개 시군으로부터 거점고 육성계획안을 취합한 결과 모두 19개 시군에서 68개 교를 지정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22개 시군 가운데 목포와 순천, 광양 등 3곳은 도시권역이어서 육성방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같은 시군의 계획은 당초 도교육청이 당초 예상했던 54개 교보다 11개 교나 늘어난 숫자다.
지역별로 나주는 7개 교나 됐고, 신안은 6개 교, 보성 해남 무안 함평 영광 장성은 4개 교, 영암을 비롯한 담양 고흥 장흥 강진 완도 등은 3개 교를 각각 거점고로 육성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주는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조성에 따른 학생수 변화추이를 감안한 것으로 보이고, 고흥은 특성화고의 경우 5곳 중 한 곳을 18학급 규모의 거점고로 키우겠다는 복안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보성은 8개 고교 중 6학급 이하 소규모학교가 3곳에 이르고, 10학급 이상인 학교는 보성고, 벌교고, 보성실고, 벌교제일고 등 4곳에 불과한 점을 감안해 이들 4곳을 거점고 대상학교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암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영암의 경우 따로 거점고 육성방안을 냈다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도교육청의 거점고 육성방침이 ‘일반계고 2+특성화고 1’ 체제이고 사립학교는 제외한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일반계고는 영암고와 삼호고+낭주고 등 2곳으로 통폐합하고 특성화고는 구림공고와 영암전자과학고 등 2곳을 1곳으로 통폐합하는 형식이 자연스럽게 거론되었을 뿐”이라고 매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 영암 거점고 육성방향
영암교육지원청의 설명만 놓고 본다면 영암지역 거점고 육성방향은 학생수가 줄어들고 있는 학교들을 통폐합하겠다는 차원 외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워보인다.
현재 영암여고는 15학급 448명으로 영암지역에서는 가장 규모가 크다. 비록 소수이기는 하지만 서울대 등 명문대 합격생도 꾸준하게 배출하고 있다. 이런 영암여고는 제외한다고 가정할 때 12학급 338명인 영암고를 거점고로 지정하고, 신설학교인 삼호고와 6학급 169명 규모인 낭주고를 통합해 또 다른 거점고로 육성한다는 전략은 학생수가 급감추세인 낭주고를 없애겠다는 방침과 별반 다르지 않다. 더구나 영암고는 물론 ‘삼호고+낭주고’역시 도교육청이 거점고 지정기준으로 삼고 있는 18학급 학생수 576명에 크게 못미친다는 점에서도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릴지 미지수다.
특성화고 역시 16학급 176명 규모인 구림공고와 7학급 145명 규모인 영암전자과학고를 통합하더라도 학생수가 영암고에도 못미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거점고 지정의 의미를 제대로 살릴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는 영암교육지원청 교육미래위원회 위원장인 황용주 전 영암여·중고 교장이 “인구감소에 따라 소규모 학교를 폐쇄해온 기존의 학교 통폐합정책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암여고를 사립이라는 이유로 통폐합 대상에서 제외한 채 영암고와 ‘삼호고+낭주고’ 체제의 2개 거점고를 육성할 경우 진즉부터 학생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영암고나 현재 삼호읍 출신 학생들조차도 제대로 수용해내지 못하고 있는 삼호고의 문제점이 해소될 수 있겠느냐에 대한 의문이기도 하다.
■ 개선 방향 뭔가?
그렇다면 진정 영암의 교육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은 뭘까.
황용주 위원장은 “이미 알려진 도교육청의 거점고 육성방안으로는 영암 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없다”면서 “영암사람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도교육청의 입장으로서는 사립학교인 영암여고를 건드릴 처지도 아니고 이유도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지난 2004년 전 군민들이 염원했던 영암고와 영암여고 통폐합운동이 ‘자연적’으로 다시 일어날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결국 지자체인 영암군과 특히 김일태 군수, 지역원로, 그리고 군민 모두가 학교 통폐합을 통한 명문학교 육성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영암고와 영암여고’, ‘삼호고와 낭주고’ 통합방식이나 아예 이들 4개 학교를 하나로 묶는 특단의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특성화고의 경우도 두 학교의 통폐합만으로는 역부족인 만큼 인근 지역 특성화고와의 통폐합을 통한 새로운 진로모색이 필수적이다.
이에 대해 지역교육계의 한 인사는 “도교육청이 현재 계획한 대로라면 인문계고는 영암고와 삼호고를 거점고로 집중 육성하고 특성화고 두 곳을 하나로 만든다는 것인데 이런 상태로 아무리 시설투자를 한다고 한들 정작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믿고 맡기느냐는 여전히 별개 문제”라면서 “군민들이 타당한 방안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거점고 육성은 결국 예산낭비일 수밖에 없는 만큼 군과 교육계, 군민들이 다시 머리를 맞대고 진정한 지역 명문고 육성을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교육계 인사도 “영암군민들 대다수, 특히 영암읍민들의 경우 영암고와 영암여고의 통합무산을 뼈아프게 느끼고 있는 마당에 이 문제를 전혀 건드리지 않는 식의 거점고 육성방안에 어느 누가 쉽게 수긍하겠느냐”고 반문하고 “도교육감이 영암출신인 점을 십분 활용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학교통폐합을 이뤄내야 영암교육의 미래가 있다”고 지적했다.
■ 거점고는?
교과교실이 확충되고 스마트교육기반을 위해 전자칠판, 전자교탁, 디지털 화상기, 음향시스템, 학생 테블릿PC, 교원노트북 등이 지원된다. 기숙사 확충, 교직원 사택 등 정주기반확충도 이뤄져 여건에 따라 학교당 60억∼70억원이 지원된다.
교육과정에 자율권이 부여되고, 수준별 교육과정이 운영되며, 개별학력관리프로그램도 가동된다. 학교당 18학급(학생 576명) 이상으로 학교장·행정실장은 공모하고, 교원 50% 학교장 초빙을 비롯해 장기 근무제, 국외 연수, 승진가산점 등 파격적 인센티브도 다양하다. 영어회화 전문강사도 한 학교에 1명씩 배치되고, 학급수에 따른 수준별 강사제도 운영된다.
도교육청은 학생·교직원·학부모 설명회, 여론수렴, 거점고추진협의회 심의 절차를 거쳐 내년 1월 말 최종 확정해 3년간 육성할 방침이다.
편집국장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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