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더불어 함께 살아야…베풀었을땐 마음도 부자”
“어려운 이웃들을 보면 불현듯 거동이 불편했던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제대로 모시지 못한 불효를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나면 조금이나마 상쇄되려니 하는 마음에 시작한 일이 여기저기 알려지게 돼 부끄럽습니다. 작지만 제 도움을 받은 이들이 행복한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폐품을 모아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소방관으로 유명한 영암소방서 신북지역대의 최복동(50) 소방장의 바램이다. 최 소방장은 최근 급성 백혈병으로 투병중인 금정초교 임정훈(9)군의 딱한 사연이 본보(2012년1월6일자)에 보도되자 100만원의 성금을 흔쾌히 임군 가족에게 전달했다. 설날을 맞아 둘러보아야할 불우이웃들이 너무 많지만 임군의 사정이 더 다급해 보였기 때문이다.
1994년부터 기능직으로 소방서에 몸담기 시작해 1997년엔 정식 소방공무원이 된 최 소방장이 폐품을 모아 팔아 어려운 이웃을 돕기 시작한 것은 지금부터 8년 전. 나주소방서 남평파출소에 근무하면서 쉬는 날이면 공병, 폐지, 신문, 폐철 등을 수집했다. 주위에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던 것.
“내 나름대로 땀을 흘려가면서, 또 땀 흘린 만큼 폐품을 수집해 소년소녀가장 등을 돕고 나니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데요. 살아생전에 거동이 불편하셨던 어머니를 잘 모시지 못했다는 죄책감도 덜 수 있었어요.”
그동안 어려움도 없지 않았다. 무엇보다 폐품을 수집하러 다니는 소방관을 주위사람들이 좋게 바라볼 리가 없었다. ‘잇속을 챙기려 한다’는 수군거림도 들렸다. 하지만 그의 선행이 신문과 방송을 통해 알려지자 지금은 그의 폐품수집을 돕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이곳저곳에서 폐품을 모아놓았으니 가져가라는 연락이 고정적으로 와요. 잘 아는 형님은 남평에 있는 창고를 아예 폐품 보관 장소로 쓰라고 내주기까지 했어요. 고맙지요. 제가 불우이웃을 돕게 된 데는 이처럼 주위 분들의 도움이 커요.”
담양 출신으로 나주소방서 근무에 이어 2010년11월 소방장으로 승진해 영암 근무를 계속하고 있는 최 소방장은 이해 연말 영암군청 주민생활지원과에 230만원 상당의 쌀과 라면 등의 생필품을 기탁한 이래 줄곧 영암지역 불우이웃돕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광주 사랑의 열매와 전남·북 사랑의 열매 3개 지회가 ‘나눔 리더스 클럽’ 발족식을 갖고 9명의 홍보대사를 선정했는데 최 소방장도 이에 포함되기도 했다.
3남3녀 중 장남으로 농협에 근무하는 부인과의 사이에 2남을 둔 최 소방장은 어머니에 대한 불효를 씻기 위해 “장모님까지 모시고 살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웃을 위해 봉사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데요. 그러나 용기를 내 땀을 흘리고 그 대가를 활용해 남에게 베풀었을 때는 돈 주고 살 수 없는 행복감을 얻게 될 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부자가 되는 것 같아요.”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세상살이의 이치를 그야말로 온몸으로 실천하고 사는 최 소방장은 “소방관으로서의 임무도 보람 있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이웃사랑도 흐뭇하다”며 활짝 웃었다.
편집국장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