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회기 중 폐회’ 선언 파장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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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회기 중 폐회’ 선언 파장과 전망

옹호론에서 비판론 갈수록 우세…출구전략 고민 중

책임론 등 거센 후폭풍에 옳은 결정 아니다 질타도
지난 5월24일 영암군의회가 12일간의 회기 중 무려 8일이나 남은 제206회 임시회를 폐회한 일을 두고 지역사회는 찬반양론에서부터 책임론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의견들로 분분하다. 초반에는 “오죽했으면 폐회까지 했겠느냐”는 의회 옹호론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회기 중 폐회’는 성급한 결정이었다는 의회 비판론이 갈수록 우세해지고 있다. 의회 역시 이를 의식해서인지 석가탄신일 연휴가 끝난 지난 5월29일 곧바로 의원간담회를 열고 출구전략을 논의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제207회 임시회가 열리게 될지 아직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가급적 빨리 개회해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의원들이나 집행부도 공감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의회의 ‘회기 중 폐회’ 선언 후 파장과 앞으로의 사태 전개를 예측해본다. <편집자註>
‘회기 중 폐회’ 선언 안팎
박영배 의장은 ‘회기 중 폐회’ 선언에서 “군수가 군정질문에 답변하지 않는 상황이 빚어짐에 따라 제206회 임시회를 계속 진행할 수 없어 폐회 한다”면서 “이로 인한 의회의 파행운영 등 모든 책임은 집행부에 있다”고 선을 그었다.
매우 이례적으로 가득 찬 방청석에서는 탄성이 이어졌다. 누군가는 “잘했다”고 외치기도 했지만 잠시뿐. 12일간의 회기 중 4일째로 무려 8일이나 남아있는데다 제206회 임시회 안건으로 군정 질문답변 뿐 아니라 2012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과 조례안 등 다른 안건도 산적해 있음을 직시하는 순간 의회의 폐회 결정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서둘러 의사봉을 두들긴 박 의장을 찾았으나 폐회 결정이 의장 혼자가 아니라 의원들의 중지를 모은 결과물로 확인되면서 사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군정 질문답변 방식을 놓고 5월22일에 이어 5월24일까지도 의회가 공전되고 논란이 거듭되자 A의원이 ‘이럴 바엔 폐회하자’고 제안하면서 급속히 수면위로 떠오른 것으로 알려진 ‘회기 중 폐회’ 선언은 김철호, 유영란 의원을 제외한 대다수 의원들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특히 해당행위 징계대상인 5명의 의원들이 적극적이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정작 본회의가 속개되면서 박 의장을 제외한 4명의 의원들 중 군수의 이의제기에 발언하는 의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 특히 보충질의가 예정된 김연일, 김영봉 의원은 시종일관 침묵했다. 보다 못한 이보라미 의원이 군수와 언쟁을 벌이는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이 의원은 거의 매 회기 때마다 집행부와 논쟁을 벌이기로 유명(?)하지만 이번 사태의 발단이나 전개과정으로 볼 때 앞장설 이유는 없었다. 의회 안팎에서는 이 때문에 4명의 의원들이 군수가 없는 곳에서는 펄쩍펄쩍 뛰다가도 군수와 대면해서는 박 의장과 이 의원 뒤에 숨어버렸다는 비난도 이어졌다.
■ 책임론, 거센 후폭풍
‘회기 중 폐회’ 선언이 나온 뒤 일주일 동안 지역사회에서는 책임론을 둘러싼 거센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잘잘못을 떠나 정치적 입장을 달리한 이들은 군수와 의회를 각각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특히 해당행위 징계대상인 5명의 의원들에 동조하는 이들은 폐회 선언에 동정론을 펴면서 보충질의에 불응한 군수를 맹비난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책임론을 둘러싼 군민들의 여론은 ‘의회의 대응이 너무 성급했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5월22일과 24일 이틀 동안 군정 질의답변을 둘러싼 논란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이원형 본지 객원논설위원은 “의회가 비록 17년 된 관례를 깼고, 일부 의원들이 군수를 흠집 내야겠다는 의도가 다분해 보였지만 보충질의까지 직접 답변하도록 한 요구는 가능한 일이고 따라서 군수는 이에 응했어야 마땅하다”며 군수의 잘못을 분명하게 지적했다.
이 위원은 그러나 “군수가 자신을 흠집 내겠다는 의도가 빤한데 보충질의까지 직접 답변하라는 요구에 쉽게 응할 수 없음은 누구도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라면서 “그렇다면 의회는 군수가 스스로 입장을 바꾸거나 의회와의 협상을 통해 적절한 타협점을 찾도록 정회와 휴회를 반복하며 회기를 채웠어야지 12일 중 8일이나 남은 임시회를 폐회 선언한 것은 의회의 책임을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코 본받을 대상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국회의 경우도 회기 마지막 날까지 파행을 거듭하다 자정을 즈음해 가까스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사례는 수도 없이 보아온 것처럼 의회는 대화와 타협의 끈을 끝까지 놓지 말았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 ‘옳은 결정인가’ 질타도
‘회기 중 폐회’ 선언이 옳은 결정이었는가에 대한 질타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이번 사태가 4·11 총선 당시 해당행위로 중앙당 윤리위의 조사를 받은 5명 의원들에 의해 주도되었다는 사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해당행위를 한 사실이 분명한 이상 누가 징계를 요구했든 징계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빌미로 공공연하게 군정 질문답변에서 군수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식의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가 하면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은 정당한 의정활동이 아니라 ‘분풀이’다.
이와 관련해 하덕성 영암군생활체육협의회 회장은 “4·11 총선이 끝난 뒤 당선자와 가진 간담회에서 해당행위를 한 영암군의원 5명을 징계해야 한다고 내가 직접 건의했고, 이는 정치도의상으로나 개인적인 양심에 비춰서나 지극히 당연한 요구인데 군수가 시켜서 한 일이라니 나를 뭘로 보느냐, 기가 막히다”며 “무엇이 진실인지 밝히기 위해 영암군의회에 증인으로 출석시켜 주든가 아니면 의원 5명과 공개적으로 맞짱토론하자”고 제안했다.
하 회장은 또 “의원 5명이 무소속 후보를 지지한 것을 두고 군민의 뜻이라느니 의리상 어쩔 수 없었다느니 말하는데 이는 뒤늦은 변명일 뿐이다”면서 “의원 5명이 무소속 후보를 지지한 것은 분명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의도적인 행위일 뿐이며, 자기가 소속된 정당의 후보를 낙선시키려는 명백한 해당행위이자 소지역주의적 발상으로 처벌받아 마땅한데 군수를 혼내겠다고 운운하는 것은 군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덧붙였다.
■ 어떻게 봉합하나?
이처럼 논란이 거세지자 의회는 지난 5월29일 의원간담회를 갖는 등 출구전략에 몰두하고 있다. 박영배 의장은 “군정 질문답변 방식에 대한 군수의 입장변화가 없으면 임시회 개회는 불가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의회 안팎에서는 ‘원 포인트 의회’를 여는 방안이나 심지어는 무조건 개회 여론도 감지된다.
의원간담회는 박 의장의 말처럼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되면서 성과 없이 끝났다. 다만 이날 간담회에서 김철호 의원은 무조건 개회를 주장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군정 질문답변의 방식을 정하는 것은 의회 권한이다. 하지만 17년 된 관례를 바꾸려면 권한을 행사하려할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집행부와 공식적인 협의를 했어야 옳다는 점을 강조했다”면서 “군정 질문답변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군수의 태도는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폐회를 선언한 것은 역시 의회의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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