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받는 황주홍 의원의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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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행정

주목 받는 황주홍 의원의 ‘행보

‘초선일지’에 박지원 대표 자진출두 촉구 다음날 현실로

“역시 다르다” 긍정적 반응 속 부정적 시각 또는 우려도
민주통합당 황주홍 의원(장흥·강진·영암)의 최근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한 초선 일지’를 통해 굵직한 정치현안들에 대한 쓴 소리를 쏟아내더니 이번에는 소속 당의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자진출두 할 것을 촉구했다. “국민 여론에 맞서지 말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박 대표는 그 다음날인 7월31일 검찰에 전격 출두했다. 박 대표와 민주당의 전략적 선택이겠으나 모양새는 황 의원의 ‘충정’이 받아들여진 셈이 됐다.
■ ‘한 초선일지’는?
황 의원이 쓰고 있는 ‘한 초선일지’는 그의 의정(議政)일기인 셈이다. 일기인 만큼 거침이 없다.
첫 일기는 지난 6월8일 의원 연찬회에 참석한 경험을 토대로 쓴 ‘민주당은 여러 면에서 위기다’라는 글이다. 이를 통해 그는 “지도부는 여론의 동향에 대해 둔감하거나 무시하거나 무지하다. 이런 사고방식을 지닌 정당의 말로는 뻔하다”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이어 6월12일에는 ‘이렇게 한 번 해보려 합니다-한 초선의원의 단상(短想)’이란 글을 올렸고, 제19대 국회가 개원한 날에는 초선의원으로서의 다짐을 적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주최 ‘국회의원 특권 개혁방향’이라는 공청회에 참석해서는 “최상의 헌법기관은 국민”이라며 모든 특권을 내려놓자고 제안했다.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된데 대해서는 “국회의 문제였다. 우울하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7월19일 초선일지는 올해 91세 된 모친에 대해 썼다. “어머니가 지난 주 쓰러지셨다. 다행히 어제 퇴원해서 지금은 강진 집에 계신다. 조금 전, 점심 먹고 돌아오는 길에 걱정되어 전화를 드렸다. 이런저런 안부 말씀 끝에 어머니에게 위로말씀이 될까 해서 “어머니, 이번에 국회에서 월급 많이 받았는데, 어머니 용돈 좀 드릴까요?”라고 얘기했다. 우리 어머니 대답이 이렇게 돌아왔다. “불쌍한 학생들 도와주시요(우리 어머니는 가끔 내게 경어를 쓰신다).” 우문현답이 되어버린 셈이지만, 기분이 좋다. 어머니 일로 요 며칠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는데, 어머니의 그 당당하신 대답을 듣고 마음이 기쁘고 상쾌하다. 적어도 우리 어머니보다는 낫다는 얘기 들으면서 정치생활 해야 할 텐데….”
그 뒤의 초선일지는 알듯 모를 듯 넋두리로 이어진다. 7월23일 초선일지는 “이건 아닌 것 같은데….”다. 7월25일 초선일지 역시 “왜 이리 일반 시중 의견과 국회 주변의 주도 의견 사이에 간극과 괴리가 존재하는 건지 모르겠다. 안타깝고, 답답하다.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뿐이다. 시중 의견이 잘못된 것일까….”다. 나중에 황 의원은 박 원내대표의 자진출두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었음을 밝혔다.
■ 7월30일자 초선일지
“두려움을 떨치고, 몇 날 며칠의 고민 끝에 이 글을 올린다”고 시작하는 7월30일자 초선일지<전문은 7면>에서 황 의원은 “이해찬 당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방침에 토를 다는 것 같아 두렵기도 하다. 박지원 선배님과의 인간관계를 생각할 때 흔들리고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어머님은 우리들이 어렸을 때,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씀을 수시로 훈계하셨었다. ‘가만히 있으면 될 일을 왜 꼭 이렇게 나서야만 하는가?’는 자문도 숱하게 해 왔다”면서 “검찰이 1차 소환 통보할 때 박 대표는 응했어야 옳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도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 “‘박지원=민주당’이라는 등식과 등치는 무모하고 위험하다”, “‘방탄국회’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국민 여론이다”고 상기한 황 의원은 박 대표에게는 깨끗하게 출두해 무죄를 입증(살아 돌아오시라)할 것, 이해찬 당 대표에게는 체포동의안 처리문제를 당론으로 하지 말 것을 각각 제안했다,
황 의원의 초선일지가 박 대표의 자진출석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지 아직은 확인하긴 어렵다. 그러나 “(박 대표 체포동의안 사태로)지금 무너지고 있는 것은 민주당과 민주당의 집권 가능성입니다”라는 분석과 “제발 국민 여론에 맞서지 말자”는 간절한 호소는 민주당 내는 물론 다수 국민들까지도 충분히 공감하는 문제인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박 대표 출두 뒤의 의원총회 표정을 담은 8월1일자 초선일지에는 이해찬 당 대표의 반응이 들어 있어 주목을 끈다. 이 대표는 먼저 인사를 건네는 황 의원의 손을 맞잡으며 “(어제 박지원 대표가 검찰에 자진 출두한 것은) 황주홍 의원이 하자는대로 했어요”라며 웃었다는 것이다. 황 의원은 이에 대해 “분명 입장 차가 없지 않았지만 그 차이를 대범하게 인정해주는 당 대표의 원숙함에 마음이 참 편해졌다. 오늘 지극히 작은 한 삽화였긴 하지만, 획일성을 넘어 다양성이 존중되는 한 가능성을 읽고 있는 것 같아 맘이 참 흐뭇했다”고 썼다.
■ 반응과 평가는?
일단 “역시 다르다”는 반응과 “새로운 정치문화의 싹을 보는 것 같다”는 긍정론이 주류다. 그의 지역구인 영암에서는 “할 말은 하는 국회의원을 뽑은 것 같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제대로 뽑았다”는 칭찬의 목소리도 자주 들린다.
부정적인 평가도 만만치 않다. “삐딱하다”는 지적에서부터 “민주당의 대오를 흐트러뜨린다”는 지적, 심지어는 “혼자서 너무 튄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잘못된 관례를 깨려는 이들에게 흔히 쏟아지는 비난 같기도 하다.
주목할 것은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는 사실이다. 박 대표의 자진출두를 호소한 그의 진심이 자칫 곡해되고 악용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그가 초선일지에 쓴 ‘대통령 국회 입장 시 기립’을 관례화하자는 제안이나 이번 박 대표 자진출두 촉구 제안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나선 것은 이른바 보수언론들이다. 이들 언론은 앞다퉈 사설과 칼럼에 거론하며 박 대표 때리기를 계속했다. 황 의원의 ‘진심’이 ‘민주당 때리기’에 악용되는 듯한 인상이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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