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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나는 평소보다 더 나은 애국자가 되었고, 신명이 나서 내 하는 일들에 정성을 더하기도 했다. 태극기를 달고 오늘의 영광을 있게 한 선수들에게 진정으로 감사하고 싶고,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준 임원이나 가족들에게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그들이 보여준 감동의 순간들을 오래오래 잊지 않을 것이다.
거룩하고 아름다운 감동의 스토리
한쪽 눈에 부상을 입고 눈을 뜨지 못한 채, 상대의 도복을 움켜쥐고 공격의 찬스를 놓치지 않은 투혼으로 금메달을 딴 레슬링의 김현우 선수, 역대 올림픽에서 아슬아슬한 우여곡절을 수없이 넘기고 금을 향한 우리의 열망을 52년 만에 풀었다는 체조 도마의 양학선 선수, 바람과의 전쟁이라는 신비스런 기량으로 과녁을 조준하는 양궁에서의 신궁들, 사상최대의 금메달을 안겨준 펜싱선수들의 그 기막힌 순발력과 기지, 이들은 우리나라의 위상을 크게 높였을 뿐 아니라 체력은 국력이라는 긍지를 갖게 했다.
그러한 자긍심과 함께 우리 국민들에게 자신감과 끈기, 진지한 삶을 위한 아름다운 감동의 스토리는 금메달이 아닌 곳에서도 얼마든지 엮어내고 있었다. 온 국민이 기대했던 금메달을 놓지고 은메달에 만족하는 수영의 박태환 선수의 웃음이 그러했다. 처음에 자격박탈이라는 오심의 충격이 컸을 것인데도 그는 시종 웃음 띤 얼굴로 경기에 임해 국민들을 안도케 했다. 하루 9시간을 물속에서 연습했다는 그는 최선을 다했다고 하고 그 결과에 만족한다는 도량은 참으로 거룩해 보였다.
펜싱의 신아람 선수의 눈물은 지켜보는 국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는 당당하게 이기고도 기계의 오작동 때문에 그 동안의 노력과 꿈이 무산되어 버린 것이다. 그는 주최 측의 배신감에 1시간 동안이나 경기장에 주저앉은 채 흐느껴 울었다. 경쟁하는 외국의 선수들까지 와서 위로할 정도의 억울함에 그의 인생에 상처가 되면 어쩌나 했는데 그건 속좁은 사람의 기우에 불과했다. 그는 자신의 힘으로 다시 쌓아올리겠다고 다부지게 말하면서 뒤이어 있었던 여자 단체에서 은메달을 땄다. 악몽은 언제 있었느냐는 듯이 시종 환한 얼굴이 내심 반가웠다.
역도 사랑한 장미란 제일 깨끗한 패자
역도의 장미란 선수의 모습도 잊을 수 없다. 그는 3차 시기에서 170Kg의 바벨을 뒤로 떨어트리고 주저앉았다. 그리고 두 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그는 동메달에도 실패하고 그가 제패했던 세계무대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고개를 떨구고 돌아서는 쓸쓸한 좌절의 퇴진이 아니었다. 화려한 듯하면서도 처절했던 힘겨룸의 세계는 두고두고 나의 삶을 지켜줄 인생의 교사라고 술회할 정도로 그는 역도를 사랑했다. 그는 세상에서 제일 깨끗한 패자의 얼굴이었다고 역도의 김성근 감독은 말했다. 그의 퇴장은 장엄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제일 신바람 난 것은 역시 축구였다. 축구는 언제나 정상이 멀게만 보여서 열등감에 쌓이곤 했는데, 그걸 속 시원히 날려버렸다. 10년 전의 월드컵 때의 환희가 아쉽도록 그리워질 무렵이었다.
지금 8강전에서 축구의 종주국이라는 영국을 따돌릴 때의 감격은 우리도 강대국과 겨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한껏 키울 수 있었다.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볼이 영국의 골문을 흔들었을 때 홍명보 감독의 어퍼커트 제스처가 너무나 인상적이다. 그보다 감격의 극치는 8월 11일 새벽에 있었다. 축구의 오랜 숙적이던 일본을 꺾는 순간이었다. 이웃나라에서 오고가던 평가전도 아니고 아시아지역의 예선전도 아닌 올림픽에서 전 세계가 주시하는 동메달전이었다. 손에 땀을 쥐는 순간, 박주영의 선제골에 이어 후반전에서 구자철의 시원한 추가골, 우리나라의 너무나 통쾌한 완승이었다.
그날 하루내 TV에서는 몇 번이고 그 장면을 방영했고, 나들이하는 사람들의 화제꺼리도 한-일 축구전이었다. 어째 그 전날, 우리의 대통령은 독도를 방문하고 독도는 ‘한국령’이라는 표지석을 쓰다듬었는지, 묘하게 연계가 된다.
기대가 부푼 가능성은 리듬체조의 손연재 선수에게도 있었다. 깜찍스럽고 앳된 어린 선수가 공 테잎 링 곤봉 등을 몸동작과 음악에 맞춰 자연스럽게 펼치는 기량에 한국에도 저런 선수가 있었다니 하고 뿌듯했다. 그는 처음으로 5위라는 좋은 성적을 냈는데, 이것은 출발일 뿐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칠 때는 ‘우리의 역량으로는 안되’의 자포자기의 열등감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혼신의 힘 다하는 열정이 값진 것
올림픽에선 금메달이 최고 목표이다. 누구나 혼신의 힘을 다해 금메달을 향한다. 그러나 금메달을 향해 최선을 다했지만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는 훨씬 더 많다. 우리가 찬양하는 것은 결국 금메달이 아니라 ‘혼신의 힘을 다 하는 열정’ 그것이다. 최선의 노력이 값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것에 만족할 줄 아는 것이 아름다운 마음가짐이다.
영광을 안은 우리 선수들이 현장에서 인터뷰를 할 때는 하나같이 울먹울먹하면서 어머니 아버지를 떠올렸다. 우리나라에서 ‘부모’는 오매불망 자식이 제일이다. 자식의 목표가 부모의 삶의 전부라고 봐야 할 지경이다. 우리 선수들은 이 원초적이고 소박한 진리를 알고 있는 것이 기특하다. 거칠고 험한 과정을 거쳤지만 마음속엔 동화속의 아이들처럼 순박하기만 하다.
어제 아침(한국시간), 불사조의 화신이 지켜보는 가운데 꽃무덤에 무수히 꽂혀진 성화가 꺼지는 모습을 바라본다. 한국은 ‘텐-텐’이라는 겸손의 목표를 훌쩍 뛰어넘었다. 메달수 ‘13-8-7’에 종합순위 5위라는 흡족한 성적을 거두었다. 무한한 가능성도 축적했고, 우리의 자존감도 잘 지켰다. 우리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긍지를 높이 뽐내게 되었다.
64년 전, 바로 이 자리에서 태극기를 처음으로 달고, 권투 한 종목에서 동메달을 따고 그렇게 자랑스러워했단다. 비행기 삯이 없어서 67명의 선수단이 배를 타고 두 달 걸려 런던에 도착했단다.
선수촌에도 못들어갈만큼 가난한 나라의 초라한 신세였다. 밤 12시 쯤에만 잠깐 방송했다는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의 라디오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떠오른다.
분수 모르는 욕심, 자만심 떨쳐야
그러나 지금 그 자리에서, 그 때의 가난을 딛고 일어나, 대한민국이 이젠 ‘내노라’하고 기염을 토하고 있는 것이다. 나를 내세우기 위한 볼품없는 자만심이 아니다.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정정당당한 힘으로써이다. 양보할 건 양보하고 물러설 줄도 알면서 대국적(大局的)인 넓은 아량으로 인류의 화합과 공생을 염두에 두었다는 말이다.
의젓하게 귀국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나는 생각한다. 나는 그들처럼 겸허한 마음으로 내 할 일을 하고 있는가. 분수 모르는 욕심이나 허울 뿐인 자만심에 취해있지나 않는가. 나는 나를 돌아보고 있다.
잘 싸운 우리 선수들에게 또 한 번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금메달의 환호, 또 금메달보다 더 값진 감동의 스토리들을 오래도록 간직하겠다. 그 감격은 우리가 ‘멋진 국민’인 것을 알게 하고, 우리의 ‘아름다운 삶’이 되도록 일깨워 줄 것이다. 무더위 속의 올 여름은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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