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관광객들의 수준이 보통이 넘어요. 인터넷 등이 발달해 있고, 관광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누구나 공유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영암 관내 관광지에 대해서는 오히려 영암사람들보다도 더 많이 알고 찾은 경우가 많아요. 이런 분들에게 빤한 얘기만 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공부하고 또 공부할 수밖에 없어요.”
문화관광해설을 맡고 있는 이들은 시군에서 교육해 배출한 ‘문화관광해설가’와 전남도에서 교육해 배출한 ‘문화관광해설사’로 나뉜다. 이름만 다를 뿐 하는 일은 같다. 전남도의 교육은 전남도립대학교에서 실시하다 최근에는 한국관광협회에 의뢰해 실시하고 있다. 최 회장은 두 곳 모두에서 교육을 받았다. 특히 영암군이 1,2기로 나눠 배출한 문화관광해설가 가운데 2006년 2기 때 교육을 수료했다. 말하자면 최 회장의 문화관광해설을 통한 지역에의 무한봉사는 이때부터 시작된 셈이다.
금정면이 고향인 최 회장은 원래 농기계수리업을 했다. 수지타산도 맞지 않을뿐더러 평생 매달려야할 일이 않은 것 같아 일치감치 때려치웠다. 현재는 3천여평의 땅에 사슴 몇 마리 키우는 농장과 감나무를 재배하고 있다. 생계가 걱정인 것은 당연한 일. 그래서 그의 부인이 직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노인요양보호사로 나선 것이다.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하면 1일 식비 겸 교통비로 4만5천원이 지급됩니다. 한 달에 평균 9일 내지 10일 정도 활동하니까 이 비용은 그야말로 활동비이지 생계에 보탤 정도는 결코 아니지요. 그래서 늘 아내에게 미안하죠.”
문화관광해설사(또는 해설가)의 사정이 이처럼 빤한데도 그가 이일을 시작한 것은 사법고시 준비에 여념이 없는 (1남2녀 중)막내아들 때문이다.
“아들은 고등학교를 3개월 다니다 그만두고 놀더니 군대 제대 후 8개월 공부하고는 수능보고 대학에 진학했어요. 이제는 졸업해 고시공부를 하고 있는데 아버지라는 사람이 옆에서 빈둥거리는 모습만 보여줄 수 없어 저도 공부를 시작했죠. 전남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과에 입학해 문학공부를 시작한 겁니다. 2006년5월엔 ‘한국문인’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고, 한국문인협회와 한국불교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영암에서 적극적으로 활동 중인 문화관광해설사는 최 회장을 포함해 10명 정도다. 전남도와 군에서 배출한 문화관광해설사가 4,50명임을 감안할 때 극히 적은 수다.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임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이처럼 영암에서 활동하는 10명의 문화관광해설사로는 그 인력이 절대 부족하다는 것이 최 회장의 말이다. 일이 많아서가 아니다. 관광지마다 문화관광해설사들이 상주해야 한다는 그의 소신 때문이다.
“우리 문화관광해설사들은 한 달 평균 9회 내지 10회 정도 활동합니다. 동절기인 12월에는 거의 쉬는 경우가 많고 2월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띄엄띄엄 활동하다보니 문화관광해설을 위한 리듬이랄까 감각을 유지하기가 매우 힘들어요. 특히 영암군처럼 국립공원 월출산과 왕인박사유적지, 도갑사, 구림마을, 하미술관, 도기박물관 등 명승지와 유적지, 기념물이 많은 곳에서는 관광객이 단 1명이 오더라도 문화관광해설사가 있어야 한다고 봐요. 상주체제가 예산 때문이겠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불가능한 일은 결코 아니라고 봅니다.”
문화관광 관련 업무를 군정의 최우선에 두고 있는 영암군의 입장을 감안하면 최 회장의 생각이 무리는 아닌듯 싶다.
최 회장은 최근 색다른(?) 경험을 했다. 해마다 11월3일이면 일본 오사카부 히라카타시에서 열리는 왕인묘전제에 영암군사절단의 일원으로 참가한 것이다.
“연초에 열린 김일태 군수님과 군민과의 대회 때 적극 건의했어요. 문화관광해설사나 해설가도 사절단에 포함시켜 견학할 기회를 달라고 말이지요. 이번에 제가 일본에 가게 된 것은 순전히 군수님의 배려 때문이라고 봅니다. 앞으로도 견학기회를 더 늘려주셨으면 합니다.”
영암군과 자매결연을 맺은 히라카타시를 찾은 최 회장은 말로만 듣던 왕인묘를 직접 보았고, 1600여년 전 왕인박사와 수많은 백제인의 흔적이 담긴 유적지도 둘러보았다. 사가현의 간자키시에서는 왕인박사 일행이 처음으로 상륙했다는 뜻을 담은 ‘왕인박사 상륙전승지 기념비’ 제막식에도 참가했다.
“정말로 많은 것을 눈으로 보고 배웠습니다. 관광객들에게 들려줄 새로운 얘깃거리도 많이 수집했어요. 문화관광해설사 또는 해설가 모두 일본의 왕인유적지를 하루 빨리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제 소신이 맞는 것 같아요.”
“단 한 명의 관광객이 찾더라도 문화관광해설사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는 최 회장은 영암군의 크고 작은 축제 때마다 항상 제자리를 묵묵히 지켜온 이유에 대해 “문화관광해설가가 이젠 의무이자 숙명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