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환한 미소가 반가운 농협은행 21년차 창구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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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환한 미소가 반가운 농협은행 21년차 창구직원

농협은행 영암군청 출장소 김해성 계장

요즘 군 청사에 들어서면 겨울이 두려운 듯 국화는 더욱 진한 향기를 내 뿜는다. 안타까운 마지막 몸부림 일터이다. 2,3일새로 반복되는 추위에 옷깃을 여미며 서둘러 민원실에 들어가면 상큼한 레몬 향처럼 청아한 목소리가 들린다. “어서 오십시요”라는 인사 끝엔 늘 환한 미소가 있다. 농협은행 영암군청 출장소 김해성 계장(37)의 손님맞이 방식이다.
농협은행 영암군청 출장소는 군 금고를 대행하는 곳이다. 군의 지출과 세금수납, 공채, 수입증지 등등. 은행의 제반업무와 별도로 군의 수입 지출을 대행하기 때문에 한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곳이다. 군 각 실과의 지출 의뢰 뿐 아니다. 군청을 찾은 민원인들만 하루 300여명에 가깝다. 일일이 응대하다 보면 어느새 파김치가 되어버린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하지만 이때 다시 마음을 추스르지 않으면 금융 사고나 고객에 대한 불친절로 직결되기 십상이다. 이 때 김해성 계장이 늘 떠올리는 것은 ‘아침의 약속’이다. 그 약속은 다름 아닌 ‘오늘도 무사히’다.
“출근할 때마다 하게 되는 ‘오늘도 무사히’라는 다짐을 퇴직할 때까지 가슴에 담고 싶어요. 그 다짐은 내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어떤 상황이 닥쳐도, 어떤 고객을 만나도 응대를 친절하게 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죠.”
입사 21년차의 김해성 계장이 출근 때마다 하는 이 다짐은 어찌 보면 평범한 약속에 불과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의 바람이기도 하다.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야 하는 일터에서 일과를 끝내고 귀가할 때까지 무탈하기를 원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김해성 계장은 1999년 농협은행의 전신인 농협중앙회 군지부에 입사했다. 부모님의 권유가 계기였다. 영암에서 태어나 여고를 졸업하자 부모님은 딸자식을 객지에 내보내기가 안타까웠던 모양이다. 첫 출근부터 창구근무를 했다. 워낙 차분하고 밝은 성격이라 빠르게 적응했다. 그래서인지 입사 후 지금까지 21년 동안 단 한 번의 사고 없이 창구만 지켰다.
창구업무는 그 특성상 각계각층의 다양한 고객을 응대해야 하고, 신속 정확해야 한다. 하나라도 허투루 넘어가면 금융 사고나 고객에 대한 불친절로 이어진다. 제일 난감할 때는 규칙상 안 되는 일을 요구하는 고객들로, 얼굴을 붉히며 큰소리를 내면 인내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럴 때마다 “오늘도 무사히”를 되뇌며 웃는 얼굴로 끝까지 설명한다. 대부분 수긍하며 떠나지만 간혹 말 한마디 없이 휑하니 나가버리는 이들도 있다. 그럴 때일수록 더욱 고개 숙이며 “안녕히 가세요. 고객님”하며 외친다. 스트레스도 풀 겸(?)해서다.
김해성 계장이 흐뭇했던 기억은 역시 고객들이 친절사원으로 뽑아줄 때다. “어느 날 중앙회에서 연락이 왔어요. 한 고객이 중앙회에 사진을 찍어서 친절사원으로 추천을 했다고 하데요. 부끄럽기도 했지만 가슴 뿌듯한 느낌이었어요. 지금도 그런 기분을 잊지 않고 근무하고 있어요.”
2010 군정발전과 지역화합 분위기 조성에 기여한 공로로 받은 영암군수 표창, 금고관리유공자 공적상(중앙회장상), 세일즈 콘테스트 우수상(중앙회장상) 등은 이처럼 친절이 몸에 밴 탓에 받은 작은 성과물들이다.
항상 웃는 모습이어서 고민이 없을 것 같은 그녀도 걱정은 있다. 아이 엄마노릇을 제대로 못하고 있어서다. 축산업을 하는 남편 때문에 주말 부부로 생활하고 있어 아이는 친정 부모님에게 맡겨놓았다. 아이를 돌봐주고 있지만 갑자기 아플 때나 학교 행사 때는 자신이 직접 데리고 가지 못해 늘 안쓰럽다.
“직장 내에 복지수준이 타 직장에 비해 좋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없어요. 육아휴직도 쓸 수 있는데 그냥 근무해야 될 것 같아서 아직 한 번도 육아 휴직 신청을 안 했어요. 그래서 부모님과 남편, 아이에게 너무 미안해요. 하지만 이곳이 제 직장이고, 창구업무가 제 천직이니 어쩔 수 없네요.”
농협은행의 21년차 창구직원 김해성 계장은 늘 그랬듯이 부모님과 남편, 아이 역시 오늘도 무사하기를 기원하며 밝게 웃는다.

이국희 기자 njoa@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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