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사랑 실천하는 들꽃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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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사랑 실천하는 들꽃같은 사람

군서면 모정보건진료소 조영라소장

농촌마을 오지의 보건진료소에서 주민들의 가족처럼 묵묵히 나눔사랑을 실천하는 ‘들꽃’ 같은 사람이 있다. 군서면 모정보건진료소 조영라(50) 소장.
1997년부터 모정보건진료소를 지키며 인근마을 주민들의 건강 돌보미 역할을 해오며 끈끈한 정을 나누는 가족보다 더 친근한 이웃이다. 주민들과 부대끼며 함께 해온 세월이 10년.
“사는데 큰 의미와 보람을 느낀다”는 그의 소박한 대답은 풋풋한 들꽃향기 같았고 그의 웃음은 들꽃처럼 해맑았다. “주민 얼굴만 봐도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오늘은 어떤 약을 처방해야 할지 압니다” 콧물 훌쩍이며 들어오는 꼬마든, 허리 굽히고 들어오시는 할머니든, 주민의 체질까지 꿰뚫어 보고 주민 성격, 웬만한 가정사까지 다 알고 있단다.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 “65세 이상 노인이 태반이고 홀로 거주하는 노인이 많은 곳이라 타지의 자녀들이 부모님 건강을 묻고 처방약을 의뢰하는 전화가 걸려오기도 합니다” 자녀들과 부모님 건강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으며 주민들의 이웃이자 가족이 되는 조 소장. 뿐만아니다.
각종 고지서며 편지를 들고오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께 읽어 드리고 설명해 드리고, 주민과 함께 김장을 하고, 된장 고추장 담그는걸 도우며 배우기도 한다고.
“소장님이 가족 같지요?” 혈압을 체크하러 오신 할머니께 여쭈었다. 할머니는 기자의 질문이 가당치않다는 듯이 쳐다보며 “가족?… 가족 보담 더 허제…”라며 말을 끊었다. 할머니에게 조 소장은 외지에 나가있는 어느 가족보다도 더 든든한 가족이었다.
조 소장은 하루가 짧다. 진료소를 찾는 주민은 하루 평균 20여명이지만 혼자서 진료하랴, 약 처방하랴, 때로는 방문진료, 예방접종에 행정업무 처리까지 1인 다역을 해야하니 바쁘다. 오지의 보건진료소는 군 보건소의 모든 보건사업을 받아 동시 시행하는 말초 조직이다.
군 보건소와 긴밀한 업무 협조로 군 보건소 사업을 돕는다. 배치 인원은 진료원인 소장 단 1명 뿐이다. 그렇게 바쁜 업무 속에서도 조 소장을 비롯한 관내 13개 보건진료소장들은 모임을 결성하고 남몰래 불우이웃을 돕는 ‘나눔 사랑’을 실천하고 있어 또 하나의 감동을 안겨줬다.
모임 이름은 ‘들꽃향기회’. 그들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이들은 매월 회비를 모아 순번대로 한 진료소 관할내 거동이 불편하거나, 중환자, 저소득층, 장애자, 독거노인 등 어려운 이웃 한 가구를 찾아가 온정을 전달하고 집안청소 등의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모든 회원이 마을의 노인회관을 방문, 노인들을 위문하고 청소며 환경정비를 해주기도 했다. 올해도 모든 보건진료소가 이러한 참사랑을 실천했다. 그중 금강보건진료소(소장 이송순)는 독거노인 3가구에 쌀 20kg 씩을 전달했고, 용소보건소(소장 서옥경)는 가정형편이 어렵고 중병을 앓아 광주의 병원에 입원중인 주민을 병문안하고 위로금을 전달해 훈훈한 이웃사랑의 정을 느끼게 했다.
또 조 소장은 나름대로 마을의 어르신들께 ‘사랑의 지팡이’를 구입해 전달하는가 하면 마을회관에 간식거리며 생필품을 사드리고, 주기적으로 구충제를 구입해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조 소장은 “제가 베풀 수 있는 작은 사랑을 실천하면 마음이 뿌듯하고 보람도 느낍니다”고 말했다.
“주민 상당수가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지만 치료에 필요한 물리치료 기구가 부족하고 물리치료실이 따로 없는 것이 안타깝다”는 조 소장. 군에서 인근의 폐교를 활용한 주민건강센터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며 그게 설치되면 물리치료실을 갖추게 되어 큰 도움이 될거라 기대하고 있다.
모정보건진료소 현 시설은 핫팩, 적외선 치료기(찜질), 발마사지, 혈압측정기, 신장.체중계, 시력검사표가 고작이다. 가장 기본적인 의료장비와 1982년에 건립한 낡은 건물. “장소가 협소해 불편한 점도 있지만 일이 즐겁고 보람을 느낀다”는 조 소장. 오지 마을에서 진료와 나눔사랑을 펼치는 그는 마치 들에 피어 향기를 발하는 들꽃같은 사람이었다.
/변중섭 기자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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