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하정웅 컬렉션에 스며있는 ‘디아스포라’의 작품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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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 하정웅 컬렉션에 스며있는 ‘디아스포라’의 작품세계

河미술관 특별기획전 손아유·헨리밀러전, 고삼권 일도전 개최

군립 하(河)미술관은 왕인문화축제와 연계해 오는 4월5일부터 3개월간 ‘동강 하정웅 컬렉션 특선전’과 ‘특별기획 고삼권 一道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영암군 홍보대사인 동강 하정웅 선생이 지금까지 기증한 미술작품 3천37점 가운데 재일작가 손아유와 헨리밀러의 작품을 공개해 동강 하정웅 컬렉션의 의미와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취지이다.
또 4개 도시 순회전시로 특별 기획된 고삼권전은 대전시립미술관을 시작으로 부산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에 이은 마지막 전시행사다.
이번에 하미술관이 기획한 전시주제는 고국과 가족, 삶의 터전을 떠나야만 했던 디아스포라(diaspora)의 작품세계다.
고삼권과 손아유, 그리고 독일계 미국인 부모사이에서 태어나 소수민족과 이민족사회를 경험하며 살았던 헨리밀러의 작품을 통해 당시의 미술사조와 작가들이 추구했던 작품세계는 무엇이었는지 알아본다. 또 작품속에서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지, 동강 하정웅컬렉션의 특징은 무엇인지를 조명해 보는 전시이기도 하다.
한편 현재까지 동강 하정웅 선생이 국공립미술관, 박물관 등에 기증한 작품은 1만여점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다. 그러나 양으로 그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이유는 바로 하정웅 컬렉션 속에도 ‘디아스포라의 삶’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하고 있는 동강 하정웅 선생은 지금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문화 예술의 지향점인 ‘메세나 정신’의 산 표본이기도 하다.
영암군은 하정웅 홍보대사의 고향에 대한 사랑과 숭고한 예술혼을 기리기 위해 미술관 앞 도로인 구림교부터 신흥교차로까지 1km를 명예도로 ‘하정웅로’로 지정해 오는 4월5일 오후 4시 전시 개막식과 함께 명예도로 선포식을 가질 예정이다.
■ 재일작가 손아유(1949-2002) -‘선과 색의 공간 예술’
손아유(孫雅由)는 재일한국인 2세로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1966년 미술가가 되기 위해 도쿄에 상경, 17세 때 스이도바타미술학원 미술연구소에서 다카야마 노보루(高山登 1944∼, 모노파의 대표적인 작가)의 지도를 받았다.
그후 1968년 다마미술대학(多摩美術大學)에 입학했으나 자퇴했다. 1969년 그의 실질적인 예술활동이 되는 다카야마 노보루(高山登) ‘지하동물원(地下動物園)’풍경에 참여해 흙과 몸의 관계를 표현한 퍼포먼스 ‘기억상실(記憶喪失)’을 시작으로 퍼포먼스, 설치, 비디오 중심으로 활동했다.
1978년에는 조국을 방문해 경복궁의 돌담을 돌아보고, 고추를 널어 놓은 모습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 당시 효고현 니시노마야(西宮)에 공방 유푸시론을 설립하고 아트프로듀스를 시작하다가 1994년에는 교토 히가시야마에 주거를 옮기지만 한신대지진으로 공방이 파괴되자 다시 우즈마사(太秦)로 아트리에를 옮겨 작업을 했다. 1981년에는 제14회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랴나 국제판화 비엔날레에 출품해 좋은 평가를 얻었다.
손아유는 특히 교육문제에 예술가로서 공헌하기 위해 1997년부터 1998년까지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인지학을 공부했으며, 살아생전 ‘예술이란 무엇이며, 인간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만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자문하고 탐구하며, 예술이 어둠을 밝히는 하나의 빛이 되기를 염원했다.
2002년 53세라는 젊은 나이로 요절한 손아유는 초등학교 6학년까지 일본인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날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일본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정체성의 혼란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작품 대부분의 주제가 나타나는 것과 사라지는 것, 색의 위치, 색의 간격, 공간의 간격, 선들과 색의 융합을 그리고 있다.
현재 그의 작품은 이비자 현대미술관(스페인), 대영박물관(영국), 바르샤바 국립미술관(폴란드), 노르웨이 현대판화미술관, 오사카부립미술관 도쿄도 현대미술관, 효고현립미술관, 교토국립근대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국내에는 포항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전북도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조선대학교미술관, 하미술관에 기증되어 있다.
■ 북회귀선의 헨리밀러(1891-1980) -
존재하는 것은 오직 예술뿐
헨리밀러(HENRI MILLER)는 1891년12월26일 뉴욕 맨해튼 요크빌에서 독일계 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1892년부터 1900년까지 14지구라고 불리는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에서 생활했다.
이곳은 빈민가이자 이민 온 사람들이 모여 살았던 지역으로, 감수성 풍부한 소년의 마음에 큰 영향을 미쳤다.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은 헨리밀러는 30여년간을 세계 각지를 전전하다가 1980년 8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세계적인 문호(文豪)이다.
헨리밀러는 소설가이지만 1928년부터 수채화를 그리기 시작해 그해 뉴욕의 레스토랑에서 수채화 개인전을 가질 정도로 많은 작품을 남겼다. 밀러의 그림에는 어릴적 자신이 살았던 빈민가 브루클린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으며, 세계 곳곳을 누비며 살아온 인생여정이 모험적으로 대담하게 그려져 있다.
밀러의 그림에는 샤갈, 미로 등의 영향이 현저하게 보이며, 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감각을 분석해 시적인 기호로 표현하고, 세계 각지에서 보내며 얻어진 경험들을 자유로운 생각으로 표현해 낸 소설가이자 예술가로 평가받고 있다.
■ 재일작가 고삼권(1939∼) - 절제된 조형미의 세계
고삼권(高三權)은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재일한국인 2세로 1962년 무사시노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고삼권의 그림은 전통적인 내용성을 현대적인 매체와 기법을 빌어 표현하고 있다. 정물화와 풍경화도 실물이나 실경이 아닌, 작가의 마음이 투영된 관념화로서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꿈속의 고향이다. 색채는 연노랑과 연보라, 담갈색 등 난색 계통으로 단순화되어 있고, 형태도 디테일한 묘사를 지양한 간결한 선묘로 약화되어 있다.
인물이거나 풍경이거나 할 것 없이 구도는 대부분 수평과 수직으로 이뤄져 단조롭고 평온하며, 공간감과 입체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단촐하고 평면적인 형상을 추구하고 있다.
이같은 절제된 조형미를 통해 그가 나타내고자 한 것은 ‘한국인’의 정감을 깊숙이 파고드는 향수어린 이야기이며, 전통적 삶에 대한 강한 애착이다.
그의 이야기 속엔 우리 민족의 본원성에 호소하는 강한 서사적 알레고리(Allegory, 어느 사물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물에 의해 암시적으로 표현하는 방법)가 담겨 있다. 따뜻하고 밝은 색조와 형상언어를 통해 민족의 미래를 낙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작가의 작품속에는 고향의 옛 모습이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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