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河미술관은 여전히 ‘미완(未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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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河미술관은 여전히 ‘미완(未完)’…

군과 군민들이 채우고 완성시켜야”

“이로써 미술관 내·외부에 대한 저의 작품 기증 작업은 대략 마무리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河미술관은 제 작품인 ‘미완(未完)의 문’이 말해주듯 여전히 ‘미완성’입니다. 이제는 영암군과 영암군민들이 채우고 완성시켜야 합니다. 50년, 100년 앞을 내다보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큰 미술관’으로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지난 2월6∼7일 이틀 동안 자신이 추가 기증한 야외 조각 작품의 설치를 끝마친 동강(東江) 하정웅(74) 선생은 그 소감을 이처럼 말했다. 일본 귀국 일정이 잡혀있어 휴일(9일)임에도 인터뷰를 요청해 찾아간 그는 심혈을 기울인 역작을 마무리한 감동이 여전한 듯 시종일관 감개무량한 표정이었다. 특히 야외 조각 작품 설치를 함께 지켜본 김일태 군수로부터 “군수 개인이 아니라 영암군민 전체를 대신해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가슴 뿌듯했다”고 자랑스러워하기도 했다.
하정웅 선생이 추가로 기증해 설치한 야외 조각 작품은 심미일로(心美一路), 고향, 가족, 생명의 순환, 윤회, 비둘기, 그리스신화 방패 등 모두 30여점에 달한다. 특히 이번 작품 설치에는 조각가 박병희씨가 힘을 보탰다. 미술관 내부에는 400여점이 추가로 기증됐다. 이들 작품들은 오는 4월4일 개막하는 왕인문화축제 때 공식 기증식과 함께 일반에 공개된다.
야외 조각 작품들 하나하나에는 하정웅 선생이 몸소 실천해오고 있는 ‘메세나정신’ 뿐 아니라 고향에 대한 사랑과 열망, 희망과 미래에 대한 염원으로 가득하다.
특히 미술관 기와지붕과 벽면을 캔버스처럼 활용해 설치한 작품 ‘심미일로’는 河미술관의 상징처럼 단연 압권이다. 하정웅 선생이 그리고, 박병희씨가 조각했다. 천년고도 구림마을을 상징하는 비둘기와 사람, 구름으로 ‘마음심(心)’자를 형상화했다. 하정웅 선생은 “마음이 아름답고 평화로워야 행복하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 아래 행진하듯 서있는 사람들은 그가 프랑스 퐁피두센터 분관이 들어서 있는 메츠시의 생테티엔느성당을 방문했을 때(2012년8월) 영감을 얻어 스케치해온 것을 토대로 했다. 언뜻 조각가 로댕의 ‘칼레의 시민들’이 연상된다. 14세기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 때 프랑스의 작은 도시 칼레시를 구한 영웅적 시민군상 바로 그것이다.
하정웅 선생도 “로댕이 그린 칼레의 시민들이 초인적 영웅들이 아니라 나약한 인간들이었던 것처럼 심미일로는 아름다운 마음으로 한 길을 걸어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희망을 담았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심미일로는 하정웅 선생의 인생역정이자 염원의 표현이기도 하다.
앞으로 미술관 내부 현관에 걸릴 기증 작품 가운데 압권은 이우환 화백의 150호짜리 작품과 하정웅 선생이 직접 그린 역시 150호짜리 작품 ‘시그널’이다.
특히 시그널은 월출산을 배경으로 5·18광주민중항쟁기념탑이 서 있고, 그에게 늘 정겨운 아키타의 모습도 있다. 영암과 광주, 그리고 아키타 등 하정웅 선생의 ‘세 고향’ 풍광과 상징을 통해 평화와 행복을 갈구하고 있다.
그의 이름을 딴 미술관 개관 이래 2년여 동안 그가 기증한 작품들은 이처럼 어느 때보다도 심혈을 기울인 것들이다. 그는 “이제 더 이상 할 일이 없는 것 같다”고 했지만 “그동안의 작품 기증은 다짐이요, 희망이며, 미래에 대한 하정웅의 메시지로 이해해 달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河미술관을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만들어달라는 ‘다짐’이요, 지역의 문화센터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며, 영암군이 미술관을 토대로 정신 르네상스 시대를 이끌어가길 바라는 바람과 염원이 담겨 있다.
하정웅 선생은 특히 미술관 주변에 이른바 문화 서비스 시설이 태부족한 현실에 대해 매우 안타까워했다. 미술관을 둘러본 뒤 여유 있게 차 한 잔 마실 공간조차 없는 지금의 주변여건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었다.
“河미술관은 교육하고 강의하는 곳, 사생대회가 열리고 각종 공연 등 문화행사가 열리는 공간으로 활용되어야 합니다.
프랑스 파리가 그렇듯이 미술관이 중심이 되는 곳이야말로 문화수준이 가장 높은 곳입니다. 河미술관은 아직 미완이지만 영암군과 군민들이 나서 지역의 문화센터로 활용해가며 채워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휴게소 등 문화 서비스 시설을 빨리 갖춰야 합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은 거의 마무리 됐고, 이젠 영암군과 군민들이 나서 미완의 미술관을 완성시켜야 한다고 말한 이유입니다.”
인터뷰가 끝난 뒤 바라다본 월출산은 봉우리마다 하얗게 눈이 쌓였다. 구림마을을 휘감아 도는 찬바람은 살을 에는 강추위였다. 이런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선뜻 사진촬영에 응해준 그는 “영암군민신문 독자들이 주로 군민과 향우들인 점에서 河미술관 소식을 통해 타지에서도, 외국에서도 진정 고향을 위해 무엇을 해야 좋은지 알 수 있고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특히 “돈이 전부인 물질만능주의시대에 전통과 문화의 가치가 소중하게 취급되는 정신 르네상스 시대가 영암에서부터 열렸으면 정말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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