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행의 수미산(須彌山) 순례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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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고행의 수미산(須彌山) 순례길<2>

김보환 전 전남과학기술진흥센터장의마나사로바 호수에 도착하면 이때부터는 멀리서 수미산을 볼 수가 있다. 섬세한 푸른 에메랄드빛의 호수는 정화와 부활의 힘이 있어서 육체나 정신의 고통을 없애준다고 전한다. 마나사로바 호수 물가에서 멀리 성산 카일라스를 보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티베트에 와서 처음으로 수미산을 바라보는 것이다. 나는 무엇을 구하려고, 무엇을 얻으려고, 무엇을 위해서, 무엇을 비우고 참회하려고, 여기까지 왔을까?수미산(須彌山, Sumeru)은 불교의 우주관에서 우주의 중심을 이루는 거대한 산을 뜻한다. 정상에는 제석천의 궁전이 있고 중턱에는 사천왕의 거처가 있다. 7개의 향수 바다와 금산이 둘러싸고 있고, 그 바깥 사방에 인간이 사는 4대주가 있다. 불교의 성지 티베트를 순례하는 불자들에게 가장 힘든 여정이 바로 수미산 순례다. 티베트인들은 카일라스를 수미산이라고 믿는다. 티베트 수도 라싸에서 출발해 다시 돌아오는데 대략 보름정도 걸리는 수미산 코라를 한 바퀴 돌면 업장이 소멸하고, 다섯 바퀴를 돌면 금생에 성불한다고 할 정도다.영암 군서면 출신으로 전남과학기술진흥센터 센터장을 역임한 바 있는 김보환씨가 수미산 순례길을 다녀온 뒤 쓴 고행기를 보내왔다. 수회에 걸쳐 이를 연재한다.<편집자註>
우리는 포탈라 궁을 들어가기 전 떨리는 가슴을 안고 곳곳을 둘러보았다. 주변의 티베트 사람들과 어느새 한마음이 되어 순례를 시작하였다. 포탈라 궁은 암반 위에 건축된 궁전임과 동시에 천연의 요새로서 장엄하기 그지없었다. 아래에서 본 궁은 더욱 웅장했고 하얀색과 붉은 색을 입은 건물로 색채감이 있었다.
다음은 라싸에 위치한 티베트 불교의 심장, 조캉사원으로 이동했다. 이 사원은 티베트 사람들이 평생 한번은 반드시 참배하는 곳으로, 살아 숨 쉬는 신앙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조캉사원에는 당태종의 문성공주가 송첸캄포에게 시집오면서 가져온 12세 때의 석가모니 모습을 형상화한 불상이 모셔져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외관은 황금빛 지붕으로 된 사당들로 티베트 예술의 가장 세련된 모습을 볼 수 있는 건물이었다. 내부에는 불교와 신화 전설 등을 묘사한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2001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우리는 해가 중천에 떠있었으나 다음날 수미산으로의 출발을 위해 전날 묵었던 사천빈관 천광루호텔에 다시 돌아가 휴식을 취해야 했다.
수미산을 향하여
아침부터 문제가 있는 모양이다. 중형차량 즉 24인승 마이크로버스 정도의 차량을 요구하였는데 관철이 되지 않아 같이 갔던 보살들이 항의를 하고 있었다. 여행사측은 이미 이 차량으로 여행허가를 받았고 15인승 차량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변경이 불가하다고 주장했고, 보살들은 좁고 불편하니 교체해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버스도 없고 시간도 없고 해서 할 수 없이 문제의 차량을 쓰기로 하고 몸을 실었다. 3일 동안을 이 차를 타고 수미산 근처인 다르첸까지 갈 예정이다.
도로는 2차선이고 주행제한속도는 40km이다. 지난해 티베트에서 100여명의 교통사고가 나서 그 뒤로 중국정부에서 출발시간과 도착시간을 체크하기 때문에 하루에 10시간을 가도 400km 정도 간다고 한다.
이 여정 중에는 차창 밖으로 아름다운 얌드록쵸(Yamdrok-Tso ) 호수를 볼 수 있었다. 분노한 신들의 안식처라는 뜻의 얌드록쵸는 해발 4천482m에 위치해 있고 길이 130km, 너비 70km, 총둘레 250km에 달한다. 티베트에서 가장 성스러운 4대 성호 ‘남쵸’, ‘마나사로바’, ‘라모라쵸’ 중의 하나이다.
얌드록쵸는 ‘푸른 보석’이라는 애칭답게 만년설이 녹아 내려 빛나는 터키석 같은 물빛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이곳 티베트 사람들은 ‘얌드록쵸의 호수가 마르면 티베트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을 만큼 신성시한다. 성지순례를 하는 티베트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여름이면 호수에서 기도를 드리거나 앉아서 명상에 잠기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고 한다.
호수의 물은 치유 효과가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물은 늙은 사람의 수명을 연장하게 하여 젊게 만들고 아이들에게는 지혜를 주어 똑똑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 전해진다. 이런 호수가 우리 한반도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해본다.
얌드록쵸 호수를 지나 1시간 이상 가니 만년설에 덮인 해발 7천200m의 장엄한 카로라산 빙천 전경이 펼쳐졌다. 이곳은 1904년 티베트에 쳐들어온 영국군에 맞서 티베트인들이 최후까지 항전한 곳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은 절벽 아래로 투신자살했던 종산(宗山)의 유적지이다.
라싸에서 서남쪽으로 264km에 위치한 장체는 티베트에서는 세 번째로 큰 도시다. 인도로 가는 주요 무역로이고 카펫으로도 유명하다.
만불탑 백거사(白居寺)는 15세기 초에 건설되어 서장 불교 전수의 살가파, 갈당파, 각노파 3대종교가 공존하는 사찰로서, 10년의 시간을 걸쳐 완성된 불교전통사찰이다. 총 9층으로 되어있고 1층부터 4층까지는 사면팔각형, 5층부터 9층까지는 원형으로 되어있다. 여기에 과거불, 미래불, 석가여래, 아미타불이 사방으로 모셔져 있다. 이곳은 108개의 전당이 있고 전당내의 불상이 10만개가 넘는다고 해서 ‘십만탑’이라고도 한다. 위측에서 보는 시가체와 장체 들녘의 전경을 뒤로하고 석식을 마치고 시가체의 동방명성대주점으로 들어갔다.
수미산으로 향하는 여정 중에는 고산병으로 고생한 일이 기억에 남는다.
호텔 방안이 너무 건조해 매일 밤마다 마스크에 물을 적셔 코에 대고 자고, 버스 안에서나 관람 시에도 마스크를 하고 관람을 해야 했기 때문에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일행들도 공기가 건조한데 따른 불편과 매일 밤 두통을 호소하며 잠자기가 매우 힘들다고 했다.
서울에서 오신 한 보살은 첫날, 둘째 날 고산병 때문에 속이 역겨워 고생했다고 하고, 다른 분은 온몸이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했다. 서울 한 보살은 하루 종일 차안에서 몸을 가누지를 못해 앉아만 있으니, 고산증이 얼마나 힘든지 알 수가 있었다. 나는 다행이 서울 보살이 다이아막스를 줘 상비약은 구비된 셈이었다. 나는 아스피린 5알과 비아그라 5알을 준비했으나 아스피린만 먹고 나머지는 먹지 않았다. 밤에 아파도 좀 참고 그냥 이겨 내려고 애를 썼다. 사실 다이아막스를 구하려고 해도 생산이 동결되어 광주에서는 구할 수가 없었다. 잠 못 자고 설친 몸을 차에 의지하며 히말라야산맥을 따라 약 460km 정도 이동하여 사가라는 곳에 도착했다. 이날은 사가호텔에서 하루를 쉬었다.
이동 중에는 반정부시위와 사고 등으로 중국정부에서 각별하게 공안통치를 하고 인원과 차량을 통제하는 바람에 검문이 반복됐다. 하루를 더 가야 수미산 하단 다르첸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한다고 한다. 피곤한 심신을 달래면서 깊은 잠을 청했다.
이튿날은 조식 후 600km(10시간)를 이동하여 다르첸에 도착해야한다. 가는 도중에 마나사로바 호수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인 해발 4천586m에 자리한 담수호다. 성스러운 카일라스 발치에 자리 잡고 있어서 태고적 호수의 수면에 눈 덮인 수미산의 모습이 비친다.
일단 마나사로바 호수에 도착하면 이때부터는 멀리서 수미산을 볼 수가 있었다.
섬세한 푸른 에메랄드빛의 호수는 정화와 부활의 힘이 있어서 육체나 정신의 고통을 없애준다고 전한다. 마나사로바 호수 물가에서 멀리보이는 성산 카일라스를 보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티베트에 와서 처음으로 수미산을 바라보는 것이다. ‘나는 무엇을 구하려고, 무엇을 얻으려고, 무엇을 위해서, 무엇을 비우고 참회하려고, 여기까지 왔을까?’ 내일이면 조국을 떠난 후 7일째 카일라스를 보기위해 코라의 시점에 도착하는 것이다. 마나사로바 호수에 손목을 적시면서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멀리서 보이는 히말라야산맥의 눈 덮인 모습과 티베트 고원 속 산 능선으로 만들어낸 자연의 색상들이 차창 밖에 펼쳐져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제 저 멀리 다르첸이 보인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작은 마을이다.
몇 년 전에 왔다는 청주 신 원장이라는 사람의 말에 의하면 작은 건물이 많이 있는 초라한 시골 길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그 때와 변했고 검문하는 중국군들이 생겼다. 이제 수미산의 검문을 마치면 다르첸의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할 것이다. 우리는 방 배정 이후 간단한 석식을 하고 잠자리를 준비한다.

고행(苦行)의 수미산(3일간의 코라)

아! 카일라스의 거대한 에너지를 간직한 성스러운 산자락에 있어 순례자의 베이스캠프라고 할 수 있는 다르첸 마을은 조용히 잠들어간다. 마치 무한한 우주와 신비스러운 텔레파시를 주고 받은 지구별의 중심안테나처럼 조용히 잠들어간다. 천신만고 끝에 바다와 산과 강을 건너 7일 만에 8천km를 달려와 마침내 이곳에 도착하였다. 시사팡스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내일을 위해 조용히 잠을 청해보았으나 기대감으로 떨리는 몸은 쉽게 잠들지 못했다.
서울 거사가 별을 보자며 밖에 나가자고 한다. 밤하늘은 온통 오색영롱한 별판이다. 바로 내 머리 위에 북두칠성, 카시오페이아, 삼태성, 큰곰자리 등 일일이 셀 수가 없을 정도다. ‘저것이 진정한 하늘이 구나!’ ‘이렇게 맑고 고운 별들이 있었다니, 우리 사바 세상에도 있을까?’ 그것은 ‘아름답다’거나 ‘환상적이다’같은 감성적 차원을 넘은 초자연적인 것이다. 이것에 비해 ‘내 존재감은 먼지 같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구나. 참으로 우주의 아름다움은 영원히 감사해야할 것 같았다.<다음호에 계속>
<사진설명>
1.얌드록쵸(Yamdrok-Tso) 호수 모습. 푸른보석이라는 애칭답게 생긴 모양이 전갈과 유사하여 이름 붙였다고 한다.
2.얌드록쵸 호수를 지나 수미산을 향하여 가다보면 5천20m의 설산에서 흘러내리는 눈을 볼 수 있다.
3. 스님들이 토론를 하기위해 모이고 있다. 중앙에 큰스님, 좌우에 다음 스님이 앉아 토론을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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