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왕인문화축제 총평(總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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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왕인문화축제 총평(總評)

대표 프로그램 부실 논란
'氣찬 Musicarade…' 준비 부실 심각 뮤지컬 줄거리도 오류 얼룩
동원된 주민들 곳곳에서 푸념 관광객 참여유도도 실패 보완 절실
'2015 왕인문화축제'가 막을 내렸다. 관광객 100만명이 찾았다고 군은 추산했다. 개최시기를 예년보다 늦춰 잡아 지는 벚꽃이 아쉽기는 했으나, 축제기간 화창한 봄 날씨가(100만명은 아니더라도)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인 것만은 분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2015 문화관광 유망축제'이기도 한 올 왕인문화축제에 대해 군은 "명품 축제, 안전 축제, 소득창출형 축제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내년에는 전국 최우수축제로 발 돋음 하겠다"는 다짐도 내놓았다.
그러나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인 '氣찬 Musicarade 왕인박사 일본가오!'부터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올해 처음으로 함께 열린 제4회 대한민국 한옥건축박람회와는 따로 노는 듯 했다. 군이 장담했던 동시 개최를 통한 시너지효과 예상이 무색했다. 이대로라면 문화관광축제 선정에서 또 탈락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될 정도였다.
일부 프로그램은 참여(또는 이용)한 관광객 수보다도 관리를 맡은 담당실과 공무원 수가 더 많았다. 축제 프로그램 선정에도 큰 문제가 있음이다. 주말과 휴일 많은 인파로 북적인 왕인박사유적지완 대조적으로 도기박물관이나 하정웅미술관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심지어 도기박물관 앞마당에서 나홀로 노래하던 가수는 목이 쉬었다. 유관 문화관광시설의 활용에 여전한 한계다. 많은 인파에도 불구하고 교통경찰은 눈에 띄지 않았다. 유관기관과의 협조체계도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축제 대행사 선정이 지연되고, 축제준비팀 가동이 늦어진 점은 여러 프로그램의 부실로 그대로 이어졌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대안이 필요하다.
'氣찬 Musicarade 왕인박사 일본가오!'는 올 축제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끈만큼 문제도 가장 많았다. 평가위원들의 총평이 자못 궁금할 정도다.
'Musicarade'가 암시하듯 종전 군민 창작 거리극 형태를 뮤지컬로 바꿨다. 군에 따르면 30여분에 걸친 뮤지컬은 호남대 미디어영상공연학과 최모 교수의 작품이라고 한다.
우선 서곡(Overture)에서부터 빅쇼, 왕인, 백제, 상생, 행진 등으로 이어진 30여분은 마치 3시간처럼 지루했다. 기이한 몸짓(?)의 풍물단에 이끌려 봉선대 주무대를 찾은 관람객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떴다. 맨 앞줄 군수와 국회의원 등을 비롯한 내빈들 자리 뒤로 객석은 듬성듬성했다.
무대 위 태권무와 텀블링하는 조연들의 동작은 제각각이었을 뿐만 아니라, 주연들의 말더듬이나 대사 망각도 심각했다. 준비부실이 여실했다. 왕인박사가 일본에 볼모로 잡혀가는 줄거리는 요즘말로 '듣보잡' 또는 '갑툭튀'였다. 그렇지 않아도 왕인박사의 도일(渡日)시기나 그 배경, 왕인박사가 들고 간 논어와 천자문의 실체 등을 규명하기 위해 (사)왕인박사현창협회 등을 중심으로 매년 학술대회가 열린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왕인박사가 왜(倭)에 볼모로 잡혀갔다는 일치된 연구결과는 없다. 여러 곳에서 지적을 받은 때문인지 둘째 날 줄거리는 '볼모로'가 아닌 '초청으로' 바뀐다.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고, 흥미를 더하기 위해서는 긴 사설(辭說)을 늘어놓는 식보다는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접근이 필요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곳저곳에서 나왔다.
11개 읍면장들이 동원하느라 애쓴 주민들 입에서도 원성이 쏟아졌다. 행사를 위해 덧입은 옷고름을 풀어헤친 주민들 모습에선 왕인문화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한다는 자긍심을 느끼기 어려웠다. "뭐 하러 이런 행사를 두 번씩이나 개최하느냐"는 볼멘소리도 이어졌다. 대규모 퍼레이드가 시작될 때는 선정된 '2015년 왕인'은 보이지 않는 대신 군수 부부가 앞장을 섰다. 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인데도 주민은 물론 관광객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데도 실패했을뿐더러, 관주도 행사라는 느낌만 더욱 짙게 했다.
또 다른 대표 프로그램인 '빛의 향연 왕인 미디어 파사드 쇼'도 뚱딴지같았다. 야간 관광객을 겨냥해 영월관 건물 외벽에 미디어아트 작품을 시연한다는 의도였으나 지켜보는 이들은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작품 내용 또한 관심을 끌기엔 역부족이었다.
올 축제 5개 부문 48종의 프로그램 모두가 기대 이하라는 게 아니다. 대표 프로그램인 '氣찬 Musicarade 왕인박사 일본가오!'나 '빛의 향연 왕인 미디어 파사드 쇼'만 놓고 판단하라면 '2015 문화관광 유망축제'가 부끄러웠을 뿐 아니라, 내년 전국 최우수축제 도약도 어림없어 보였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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