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민선6기 1주년의 성과뿐 아니라 상당수의 과제 역시도 이 '복지 치중'에서 비롯된다. 특히 군이 전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는 '孝복지'는 그중 일부 시책들이 민선6기 출범과 함께 선심성 내지 다른 복지시책과의 중복을 이유로 정부에 의해 제동이 걸려있다.
또 더욱 큰 문제는 정부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군이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다음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단체장으로서는 선거법 제약을 받지 않고 지지세를 확고히 할 수 있는 손쉬운 길로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재정적 페널티가 불가피하다. 비단 해당 복지시책에만 영향을 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군 재정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 사회보장제도 협의·조정 추이
단체장들 인구比 높은 노인층 겨냥 복지제도 남발
사회보장제도 협의·조정서 줄줄이 '불수용' 판정
우리 사회보장기본법은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신설 또는 변경의 타당성, 기존 제도와의 관계, 사회보장 전달체계에 미치는 영향 및 운영방안 등에 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고 정해놓았다. 지자체가 새로운 복지제도를 시행할 경우 이에 앞서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하도록 해놓은 것이다. 이는 단체장들이 빠지기 쉬운 선심성 공약을 차단하고, '일단 만들고 보자'식의 복지제도 남발을 규제하려는 뜻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사회보장제도 협의·조정을 거친 지자체 복지제도는 모두 67건이었던 반면,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신설·변경 사회보장제도 협의·조정'에서 다뤄진 지자체 복지제도는 벌써 48건에 이른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복지제도가 이처럼 우수죽순 생겨나는 것은 2014년 '6·4 지방선거'로 당선된 단체장들이 사실상 임기가 시작되는 올해부터 자신들이 선거 때 내건 복지 관련 공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에 지자체들의 복지제도 상당수는 사회보장제도 협의·조정 과정을 통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지난해 사회보장제도 협의·조정에서 불수용 판정을 받은 것들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저소득층 노인 보청기 구입 지원금(전북 완주군) ▲장수 관련 수당과 축하금(전북 임실군, 경기 광명시 등) ▲공공산후조리원 설치(경기도) ▲노인 건강복지수당 지원(전남 나주시) 등이다.
지자체들이 추진하려는 복지제도는 노인복지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는 점이 특징이다. 실제로 올해 보건복지부의 사회보장제도 협의·조정에서 '불수용' 판정을 받은 복지제도 6건 중 4건이 노인 관련 복지제도였다고 한다.
지자체들이 노인들에 대해 이처럼 '특별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은 젊은 층보다 상대적으로 선거에 관심이 높은데다, 전체 인구에서 노인층 인구 비율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단체장으로서는 노인층 입맛에 맞는 복지제도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노인 관련 복지제도 가운데 특정 연령대 이상 모든 노인에게 목욕비를 지원하거나, 버스 이용 시 교통비를 100원만 내게 하겠다는 방안 등 영암군이 추진하고 있거나 계획 중인 시책을 '인기 영합적 성격'이 강한 복지제도로 보고 있는 점도 일단 주목해야할 일이다.
■ '효 수당' 보건복지부 '불수용' 판정
'유사·중복' 또는 '과잉' 복지제도의 대표 사례
기존 '장수 수당'과 정책목표 동일 '퍼주기 꼼수'
영암군의 복지제도 가운데 '효 수당'은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사회보장제도 협의·조정에서 '불수용' 판정을 받은 대표적인 지자체 복지제도다. '불수용'은 '효 수당'을 지급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유사·중복 복지' 내지는 '과잉 복지'라는 이유에서다.
주지하듯이 '효 수당'은 전 군수의 '孝복지' 공약 가운데 핵심적 위치에 있다. ▲농촌인구 고령화로 인해 경제활동이 어려운 어르신에게 도움을 주고, ▲효 문화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취지의 효 수당은 영암군 관내에 주민등록을 두고 거주하는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월 5만원씩 연간 60만원의 수당을 지급한다는 제도다.
특히 군이 최근 펴낸 '민선6기 공약사항 실천계획서'에는 보건복지부의 '불수용' 결정에도 불구하고 내년에 관련 조례를 제정해 '시범실시'하고, 2018년부터 '완전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이 밝혀져 있다. '시범실시' 때에는 그 대상이 '75세 이상'이고, '완전정착' 때에는 그 대상이 '65세 이상'이다. '민선6기 공약사항 실천계획서'에는 '보건복지부 협의절차 이행' 등만이 그 사유로 적혀 있다. 그러나 효 수당 지급대상이 이처럼 시기별로 다른 것은 '불수용' 결정에도 불구하고 효 수당 지급을 강행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계속 협의해 나가돼, 그동안은 군이 현재 시행하고 있는 유사제도인 '장수수당'을 보완, 수당을 인상하고, 명칭을 '효 수당'으로 바꿔 지급하겠다는 취지로 의심된다. 그렇다면 '퍼주기 꼼수'다.
전 군수의 공약사업인 '효 수당'은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에도 군이 이미 지난 2007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장수 수당'과 똑같은 취지여서 전형적인 '선심성' 공약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현재 군이 시행하고 있는 '장수 수당'은 '영암군 장수수당 지급조례'로 그 근거가 정해져 있다. 조례는 '경노효친의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노후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장수하는 노인들에게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름 아닌 '효 수당'의 정책목표와 완전히 동일하다.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제도 협의·조정에서 '유사·중복 복지'이라는 지적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장수수당'과 '효 수당'의 차이점은 대상 연령과 수당이다. '장수수당'은 '영암군 관내에 1년 이상 주민등록을 두고 계속 거주하고 있는 75세 이상 노인에게 월 3만원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 반면, '효 수당'은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5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제도 협의·조정에서는 '과잉 복지'라는 지적을 받은 이유일 것이다. 더구나 '장수수당' 역시도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가 기초연금 지급을 앞두고 유사 수당이 중복된다며 폐지를 권고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군이 시행을 강행해온 제도이기도 하다.
■ 지자체 복지시책 3건 중 1건이 '중복·과잉'
복지제도 자체가 아닌 노인층 지지표 더 염두
보건복지부의 '2014년 신설·변경 사회보장제도 협의·조정 결과'에 따르면 영암군의 '효 수당'처럼 '유사·중복 복지' 또는 '과잉 복지'라는 이유로 보건복지부로부터 '불수용' 판정을 받은 복지제도는 총 61건(반려와 자료보완 사안 6건 제외) 중 19건이나 됐다. 복지제도 3건 중 1건(31.1%)이 불수용 판정을 받은 것이다.
또 불수용 판정을 받은 19건 가운데는 ▲장수(효)수당 지급 ▲노인 명절 축하금 지급 ▲노인 교통비와 의료비 지원 등 노인 대상 복지제도가 무려 68.4%(13건)를 차지했다. 장애인(3건), 영유아(1건), 출산(1건) 등이 뒤를 이었지만 노인 대상 복지제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앞서 지적한대로 보건복지부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복지제도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는, 노인과 잠재적 노인층에 대한 복지 확대가 가져다줄 지지표를 감안한 결과로 풀이하고 있다.
■재정운영에 영향 없나?
지방선거 예정 2018년 유권자 27.5%에 효 수당
지급 강행 땐 기초연금법·지방교부세법상 제재
복지 미명 군민 혈세 과잉투자 건전재정 악영향
군이 '불수용' 판정에도 불구하고 '효 수당' 지급을 강행할 경우 기초연금법 시행령 제23조 제4항(비용의 분담 등)에 따라 제재를 받는다. 기초연금법 시행령 상 기초연금이 규정한 유사한 성격의 급여·수당에 해당해 중복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으로, 기초연금 지급에 따른 국가부담비율 10% 추가부담액은 23억2천2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된다고 군은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다. 효 수당 지급에 따른 군비 부담액 또한 만만치 않은 액수다. '민선6기 공약사항 실천계획서'에 따르면 2016년 효 수당 지급에는 46억1천200만원(지급대상 75세 이상 7천688명), 2017년에는 51억2천800만원(지급대상 75세 이상 8천548명)이 소요되고, 2018년에는 79억8천900만원(65세 이상 1만3천315명)으로 늘어난다. 2018년은 다름 아닌 지방선거가 있는 해로, 영암지역 65세 이상 노인들에게는 기초연금 외에 한해 100억원에 가까운 '효 수당'이 뿌려진다. 2018년 '효 수당'을 받게 될 1만3천315명의 노인은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영암 유권자 4만8천480명의 27.5%에 해당한다.
한편 법령을 위반해 예산을 과다하게 지출한 지자체에 대한 행정자치부의 제재도 강화된다. 이른바 '지방교부세 감액제도'로, 지방교부세법(제11조)에 따라 지자체가 법령을 위반해 예산을 과다 지출하거나 수입 징수를 태만히 한 경우에 그 금액의 범위 내에서 교부세를 감액하는 것이다.
특히 행자부가 지난 5월 내놓은 지방교부세 감액 강화의 주요 내용에는 사회보장기본법 상 사회보장제도의 신설·변경 시 협의 이행 의무를 따르지 않고 예산을 과다 지출한 경우에도 교부세 감액을 직접 요청할 수 있도록 개선된다.
말하자면 보건복지부나 행정자치부 등 정부는 지자체들의 선심성, 낭비성 재정지출의 요인이 되는 복지제도의 남발을 막기 위해 온갖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반면, 영암군은 당국의 '불수용' 판정과 재정적 제재조치에도 불구하고 강행할 태세다.
이로 인해 막대한 군민 혈세가 복지라는 미명아래 중복 내지 과잉 투자되고, 그러는 사이 영암군의 미래를 위한 '큰 그림'은 점점 가물가물해질 것이라는 점에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