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가요로 성장하고 있는 트롯이 이제 그 메카가 영암군이 되었습니다. 올해부터 2차 사업으로 트로트아카데미를 건립하고 대공연장을 만들고 또 영암아리랑가요제를 만들어서 트로트 인재를 발굴 육성해 스타로 키워가는 작업들을 계속해가게 될 것입니다. 2차, 3차 사업을 위해서는 최소 500억에서 천억 이상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는데요. 이 사업은 얼마 전 박양우 장관께서 국가사업으로 추진해주시겠다, 트로트사업은 국가가 해야 될 사업인데 영암군에서 추진해왔기 때문에 이제 국가사업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 영암군이 트로트 성지이자 메카로 발전함과 동시에 지역경제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10일 아침 한 지역방송을 통해 전해진 전동평 군수의 '올해 살림'(계획)이다. 군민들, 특히 공직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말 정리추경 심의과정에서 유일하게 타당성조사용역비 4천만원 전액이 삭감되는 등의 논란을 빚었던 '민속씨름역사문화공원'은 그렇다 치더라도, 초·중·고 씨름부 창단은 그야말로 뜬금없는 사업계획 발표였기 때문이다. 500억에서 1천억 이상의 예산이 들어갈 트로트아카데미 건립을 국가사업으로 추진하게 될 것이라는 발표 역시 난감했다. 장관의 구두약속만 있을 뿐 타당성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은 사업인 것은 마찬가지여서다.
군민들이야 "군수가 씨름과 트로트에 역점을 두나보다" 쯤으로 여기면 그만이겠으나 공직자들, 특히 실·과·소장들은 처지가 다르다. 군수가 아침저녁 수시로 공론화의 장을 만들어 허심탄회하게 논의를 이끌어내는 일 없이 '나 홀로' 구상만으로 덜컥 지역방송 인터뷰를 통해 공표하면 난감할 수밖에 없다.
초·중·고 씨름부 창단이 좋은 예다. 최근 열린 제271회 임시회 군정업무보고에서 홍보체육과장은 김기천 의원의 사실여부 추궁에 진땀을 흘렸다. 김 의원은 "군수가 어린이민속씨름단 창단을 공공연히 거론하고 다닌다는데 사실이냐"고 따졌고, 과장은 '교육청과 협의해야 할 일' 운운하며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민속씨름역사문화공원은 반드시 주민 의견수렴절차를 거쳐야 한다. 부지가 적정한지, 사업내용은 뭔지, 무슨 효과가 있는지, 군민들은 어떤 부담을 떠안게 되는지 따져야 한다"는 김 의원의 지적에 과장은 "군수와 박양우 장관 면담과정에서 국비와 지방비 매칭비율을 7:3으로 조정하도록 검토할 것을 실무자에 지시해 기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가 혼쭐이 났다. 김 의원으로부터 "그것이 말이 되느냐. 법으로 정해진 매칭비율을 장관 지시로 바꿀 수 있다고 보느냐? 군수는 장관과 얘기할 것이 아니라 군민과 대화해야 한다"는 호된 질타를 들어야 했다.
따져보면 트로트아카데미도 마찬가지 처지다. 전 군수 지적대로 국비와 군비 등 110억원을 투입한 트로트센터는 지난해 11월 개관했다. 하지만 조명 및 음향시설 업체의 부도로 정상적인 활용은 아직도 불가능한 상태다. 트로트센터는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가 '조선업 밀집지역 관광산업육성사업'으로 최종 확정함에 따라 추진된 사업이다. 정부의 사업추진 목적은 지역경제 활성화다. 전 군수가 말하는 '트로트 메카'로의 육성은 영암군의 '기대'일 뿐이다. 그 실현은 오롯이 영암군 몫이다. 그렇다면 개관한 트로트센터 운영부터 활성화하는 일이 더 급하다. 이를 통해 '월출산 氣찬랜드의 한국트로트가요센터'를 전국에 부각시키는데 성공한다면 트로트아카데미의 국가사업 추진은 비로소 가능해질 일이다.
우리 고장 영암 출신 관료가 나라의 문화관광체육정책을 총괄하게 된 것은 분명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그가 고향을 도울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사업구상을 제대로 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수시로 실·과·소장들과 의견을 나누는 일은 가장 기본이다. 더 나아가 군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김 의원의 지적대로 사업의 가능성은 장관에게 물을 일이 아니라 군민의견을 듣고 판단해야 한다.
한 주를 시작하는 군민들은 창궐하는 역병 소식만큼이나 개인기업체 운영방식의 군정추진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도 한번쯤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