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받지 못할 숫자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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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받지 못할 숫자놀음

추징금 2천205억 원을 선고 받았던 한 전직 대통령은 법정에서 “전 재산이 29만원 뿐”이라고 진술해 온 국민이 실소를 터뜨렸던 것을 기억한다.
매년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이 공개될 때면 씁쓸하기만 하다. 그들의 공개된 재산을 들여다보는 국민들은 헛웃음만 짓고, 또 그 장단에 맞춰 한바탕 춤을 춰야하는 언론이 한탄스럽다.
땅부자들 공시지가로 공개된 재산 뭐 믿을게 있다고, 집안에 숨겨둔 수억원대 미술품, 골동품, 귀금속 찾아내 신고누락 확인할 길도 없는데, 숨기지 못할 숫자만 난무한다는 의혹에, 직계존비속의 재산 신고를 거부한 공직자가 3분의 1에 달하고, 게다가 감사원, 대검찰청, 국민권익위 공직자들의 존비속 재산신고 거부 비율이 높다는데… 그 숫자놀음 신뢰하는 국민들이 몇이나 될까?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마당에 ‘공직자 직위를 악용한 재산증식 방지, 성실한 재산형성 과정 검증, 공직 신뢰도 제고’라는 재산공개 취지는 벌써 물건너 갔다.
고액을 신고한 일부 공직자의 뻔뻔함이나, 터무니없이 적게 신고한 자의 뻔뻔함에 묻혀 성실하게 재산을 형성한 ‘청백리’까지도 싸잡아 매도되는 현실도 답답하다. 재산이 많아도, 재산이 적어도 떳떳한 공직자도 있으련만….
공개된 재산이 많아도 지탄받고 적어도 지탄받는 그들. 재물이 많을수록 살기 편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부 그들에게 불편한 것이 있다면 단지 ‘공직자’라는 신분일 뿐이고!
그들이 이끌어가는 이 사회의 규범에 그들 스스로 발목 잡히는 오류에 빠지거나, 그들이 만든 제도를 스스로 부정하는 뻔뻔함을 드러낼 뿐이다.
일부는 도덕성에 흠집날까 신고한 재산이 많아 부끄럽다. 재산 적다고 자랑할 필요도 없지만, 차라리 적게 신고하는 뻔뻔함으로 화살 피해 가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세간 이목이 집중되니 뒤늦게 신고액 수정하겠다고 부산떠는 모습도 가당치않다. 어차피 신뢰받지 못할 숫자놀음, 그들 재산 많다고, 또는 적다고 박수쳐 줄 국민들도 없는데.
의미없는 숫자놀음판에서 언론도 그들 굿장단에 맞춰 한바탕 춤이나 추면 될것을…. 그 장단에 맞춰 춤이나 추자.
/변중섭 기자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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