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두근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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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두근거림

정진미
영암여고 3학년

바람이 손에 잡힐 듯 화창한 날이었다. 목포에 있는 한 고아원을 찾아가는 날. 하늘의 뭉게구름처럼 내 마음도 한껏 부풀어 있었다.
그 곳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을 만나기 전 실내를 청소하는 것이었다. 이것저것 물건을 정리하다가 책꽂이의 노란색 공책이 눈에 들어왔다. 살짝 빼서 펼쳐보니 그 속에는 서툰 그림과 삐뚤삐뚤한 글씨로 쓴 그림일기가 있었다. 서툴지만 아이들의 마음이 담긴 그림일기들을 보면서 입가에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청소를 마치고 아이들의 점심을 준비하게 되었다. 재료를 씻고 다듬는 것부터 시작했다. 내가 준비한 음식을 아이들이 먹을 생각을 하니 살짝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막상 아이들을 만날 시간이 다가오자 걱정이 앞섰다. 아이들과 잘 어울려 돌보아 줄 수 있을까. 끊임없이 돌아가는 시계의 초침 소리가 나의 초조함을 더하고 있었다.
12시. 아이들이 하나 둘 줄지어 들어왔다. 차례로 음식을 받아가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내가 생각했던 어두운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티 없이 맑고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괜히 내 얼굴이 붉어졌다. 나는 아이들이 점심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서 있었다. 아이들에게 다가가지도 못하고 그냥 그렇게 의기소침하게 있는데, 아이들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조금 놀라 나도 인사를 했다. 아이들의 이름을 물어보며 조금씩 아이들과 가까워졌다. 그리고 나중에는 나도 아이들 사이에서 동심으로 돌아갔다. 먼저 다가와서 따뜻하게 대해 준 아이들 덕분에 내 마음도 훈훈해졌다. 그 속에서 소중한 한 시간, 한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보냈다.
밖으로 나왔다. 날은 조금 어두워져 있었다. 조금 전 작별인사를 한 아이들과의 아쉬움에 살며시 뒤를 돌아보았다. 아이들이 있는 그 곳이 유난히도 밝게 느껴졌다.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또 다시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꼈다. 처음과는 다른 두근거림을. 아이들에게 배운 따뜻한 마음으로, 좀 더 밝은 내일을 맞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따뜻한 두근거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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