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위해 봉사하며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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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위해 봉사하며 산다는 것

영암여고 3학년/이 보 람

엄마가 새롭게 도전하신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요양사 자격증이다. 그 일의 실습을 위해 요양원에 가신다고 하셨다. 나도 마침 방학 때이고 해서 같이 가서 여러 가지 봉사활동도 하고 시간도 받을까 해서 한 요양원에 가게 되었다. 그곳은 연세가 많이 드시고 또 몸이 불변하시거나 약간의 치매 증상이 있으신 분들이 치료도 받으시면서 함께 생활하는 곳이었다.
먼저 직원 분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무슨 일이든 시켜만 달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다른 일을 이미 하시러 가셨는데 나는 계속 가만히 내버려두시는 것이었다. 난 정말 무슨 일이든 할 작정인데 시켜주지 않으실 때의 어정쩡함. 몇 십 분 동안 가만히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드디어 찾아온 첫 번째 과제. 점심시간 동안 도와드리는 것이었다. 오후에는 할머니들 곁에 앉아 날라져 오는 빨래를 개켰다. 빨래를 다 개킨 후에는 자연스럽게 할머니들 곁에 앉아서 말동무를 해드리고 텔레비전도 함께 보게 되었다. 말동무 해드리는 것은 적어도 나에게는 힘든 것이었다. 살갑게 웃으면서 재미있게 맞장구도 쳐드리고 해야 하는데 원체 말재간이 없는 나는 할머니께서 무슨 말씀을 해주시면 그저 웃으면서 거기에 대답하고 손을 잡아드리고 안마를 조금 해드리고 하는 것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머릿속으로 주위에 말 잘하고 재미있는 친구들을 생각하면서 그 애들은 지금 어떻게 했을까 하고 계속 떠올려 보았지만 도통 재미있게 해드릴 수가 없었다. 그때 나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답답하다.
그 동안 나는 ‘커서 봉사활동 많이 하고 살아야지’ 라는 것이 미래의 계획의 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추상적이었고 구체적이지도 않았다. 막연히 머릿속에서만 세우는 계획이었다.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 진짜 적극적으로 잘해야지 잘 할 수 있을 거야’라는 안일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막상 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잘 모르게 되었다. 지난 학교생활동안 너무 작은 것에만 만족해오고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한 것이 후회도 되고 부끄럽기도 하다. 또 이런 이야기는 요즘에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은데, 청소년들이 봉사활동을 하는데 더 구체적으로 할 수 있고 또 대학생이 되거나 어른이 되어서도 할 수 있도록 봉사정신을 길러주거나 하는 프로그램들을 마련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할머니와 한 이불을 덮고 앉아 있는 데 텔레비전에서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장례식 장면이 방송 되고 있었다. 그때에는 솔직히 그걸 보면서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이렇게 계시는데 이런 걸 틀어놓으면 좀 그렇지 않나?’하는 생각만 하고 좀 불편했었다. 하지만 봉사활동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서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늘 내가 요양원에서 겪었던 어정쩡한 모습과 삶의 한 부분을 남을 위해 살아오신 그분의 모습을 동시에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런 삶이 정말 멋진 삶인 것 같다. 지금은 고등학생이지만 나중에 꼭 꿈도 이루고 그런 멋짓 삶을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영암여고 3학년/이 보 람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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