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儀典과 格式 이젠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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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儀典과 格式 이젠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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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영암군내에서도 경로효친사상 고취를 위한 다양한 행사가 잇따랐다. 삼호읍을 시작으로 관내 11개 읍면에서 열린 경로위안잔치가 대표적인 예다. 행사마다 성황을 이뤘고, 내용 또한 다채롭게 진행되었다는 게 참석자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각 읍면의 청년회 및 유관 기관단체 임직원들이 정성껏 준비한 음식과 카네이션 달아주기, 영암문화원 민속공연단의 국악공연, 사물놀이공연, 어린이재롱잔치, 각설이타령, 연예인 초청공연 등을 통해 경로효친사상을 드높이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행사에 참석한 어르신들은 너도나도 한마디씩 불만을 토로했다. 자신들을 위로해주고 즐거움을 주기위해 마련된 행사 자체에 대한 불만은 결코 아니다. 바로 본 행사에 앞서 진행되는 의전행사의 지루함을 성토하는 목소리다. 지루한 내외귀빈 소개에 이어 비슷한 내용을 담은 축사와 격려사가 이어지면서 내외귀빈을 위한 행사인지 노인들을 위한 행사인지 도대체 분간할 수 없게 만드는 경우가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사실 어떤 행사든지 ‘의전’은 중요한 일이다. 기업체들의 경우 크고 작은 행사에 의전을 잘못한 경우 해당 임직원의 사내 위상은 물론 회사의 운명(?)까지도 좌우할 정도로 중대한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제조업체라면 생산한 제품의 마케팅에 심각한 차질을 줄 수도 있는 일이다. 자치단체들은 더 유별나다. 지방자치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의전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단체장뿐 아니라 선거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내외귀빈들’은 행사가 있는 곳이면 모습을 드러내야 하고, 가급적이면 축사내지 격려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자체 담당자들은 행사 수일 전부터 어떤 인사를 초청할 것인지, 소개는 어떤 순서로 할 것인지, 누구에게 축사를 의뢰하고 격려사를 부탁할 것인지, 축사나 격려사를 하게 될 인사의 숫자는 몇 명으로 할 것인지 등을 놓고 고민을 거듭해야한다. 긴 고민에도 불구하고 행사가 끝나면 소개에서 누락된 인사, 축사 또는 격려사를 못한 인사들의 반발이 잇따르는 등 웃지 못 할 진풍경이 벌어지곤 한다.
정말 소모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행사마다 많은 예산이 소요될 것이고 게다가 의전을 위한 격식 차리기에는 많은 인력과 시간까지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개선방안이 절실한 이유다.
한 때 ‘호남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던 이효선 광명시장은 각종 행사 때 참석한 주요 내 외빈들의 축사로 식전행사가 길어져 시민들이 본 행사를 보기도 전에 지루해지고, 지쳐버리는 관행을 과감히 탈피해 간소한 의전절차로 시민 편의위주 행사로 전환하기로 해 화제가 됐다. 광복절 등 기념식 및 국가공식행사는 의전을 현행대로 하되 광명시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 및 축제에 대해서는 대회사 및 인사말을 행사주관기관(단체)장 1명만 하게 한 뒤 본 행사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좋은 발상이다.
영암군도 복잡한 의전을 간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처음엔 이곳저곳에서 불만과 반발이 있을 것이지만 행사 본연의 목적달성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특히 ‘각종 행사 의전 간소화 지침(또는 규칙)’을 제정하는 일도 필요하다. 반발과 불만을 불식시키는 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격식을 차리고 예의를 갖추는 일이 나쁠 것은 없다. 하지만 어떤 것이 본 행사인지 분간할 수 없게 만드는 지나친 격식은 오히려 품격을 떨어뜨리고 행사취지까지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 영암군이 앞으로 개최하게 될 각종 행사가 주민중심의 행사로 하루빨리 전환되길 기대한다.


문태환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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