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짚모자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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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짚모자의 추억

지난 여름 휴가지에서 잃어버린 다슬기 수경을 구하기 위해 낚시점을 들렀다.

산란기의 제법 통통한 씨알이 제대로인 탓에 여름보다 오히려 가을 에 열열히 즐기는 다슬기잡이는 쌉쌀한 맛도 맛이지만, 맑은 개울가에서 생겨나 돌덩이 위에 꼼지락대며 붙어 있는 걸 떼어내는 손맛과 특히, 웅담의 대용이라 불리우리만큼 간에 좋은 효능도 금상첨화의 더없는 큰 즐거움이다.

낚시점에서 판매하는 다슬기 수경은 물면에 대고 바닥을 보면 바닥의 모래알까지 낱낱이 보인다. 안경을 통해 물표면의 흐름과 회절을 한꺼풀 들춘다고나 할까… 옇든, 다슬기 잡이에서는 필수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수경을 구입하기 위해 들어선 낚시점에서 재밌는 모자를 발견하였다. 접부채 처럼 접으면 고작 손바닥만 해지는 휴대하기에 간편한 밀짚모자였다.

오래된 노래중에 가수 박재란씨가 부른 <밀짚모자 목장 아가씨>란 가요가 있었다.

경쾌한 멜로디와 노랫말이 시원해선지 밀짚모자를 볼 때 마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흥얼거려지는 노래다.
<…시원한 밀짚모자 포푸라 그늘에 양떼를 몰고가는 목장의 아가씨…>

노인 일자리창출 등으로 지푸라기 공예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많이 보급된 밀짚모자가 패션모 못지않게 멋진 모자로 내게 각인이 된 것은 지금은 고인이 되신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이었다.

대통령 퇴임후 봉하마을에서 간간히 대통령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는 뉴스컷엔 양복을 입고 자전거를 타는 평범한 일상인의 행복한 미소가 보여지곤 했었다. 그리고 그 환한 미소는 언제나 널따란 챙의 밀짚모자와 함께였다.

그때 난 잠시 우리나라 모든 대통령의 퇴임이 저렇게 고향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시면 좋겠다는 꿈을 꾸기도 했었다.

그리고 두 번째 인상깊은 밀짚모자는 영암의 기찬랜드에서였다. 기찬랜드에서는 눈만 돌리면 여름철 내내 하얀 와이셔츠와 챙넓은 밀짚모자를 시시 때때로 발견 할 수 있었다. 바로 군수님이었다.
언젠가,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러 가는 그날도 여느때와 다름없이 기찬랜드 주변에서 밀짚모자를 발견하고 애기아빠에게 묻지도 않는 말을 건넸다.
“저분이 군수신데 기찬랜드에 오면 언제든 만날 수 있어”
원님 만나기 힘들다는 평소 고정관념을 깨는 이미지가 하도 신선해서 나도 모르게 누가 물어봤냐구요 하는 이야기를 꺼낸것이다.
옛날 노랫말이지만 목장의 아가씨도 양떼를 몰고 다니며 목장일을 위해 필요했을 밀짚모자!

이젠 고인이 되어 영원한 별이 되었지만 자전거와 조화를 이루던 노무현대통령의 밀짚모자도 역시 일하는 농민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영암의 밀짚모자 역시 현장에서 일하는 군수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래도록 남았으면 좋겠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낚시점을 나오는 내 손엔 접이식 모자 한 개와 애기아빠에게 주고픈 챙넓은 밀짚모자 2개가 들려있었다. 요즘은 추억의 밀짚모자도 전부 수입산인지라 가격도 저렴하다.

자~~!! 올 가을은 이 계절에 더 좋은 효능을 나타내는 간의 보약 다슬기잡이를 위해 마을 하천으로 시선을 집중 시켜보자. 물론, 가을볕에 그을리면 님도 못알아 본다 하니 장롱위에 올려둔 천원짜리 메이드인 인도네시아 밀짚모자를 다시 끄집어 내어 사용해도 좋을 것이다. 밀짚모자 목장 아가씨처럼….
/영암읍 김순자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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