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의 잔치에 군수님 말씀은 축사인가 훼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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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주민들의 잔치에 군수님 말씀은 축사인가 훼방인가

이보라미
영암군의원(삼호읍·민주노동당)
최근, 구제역과 AI가 다소 누그러지면서 각종 단체들의 총회 및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폭설과 구제역, AI 등으로 힘든 겨울을 지낸 터라 많은 군민들은 각종 행사에서 만나게 될 얼굴들을 설레어 기다려 왔을 것이다.
그런데, 즐겁게 시작해야할 주민들의 잔치가 군수님의 바쁜(?) 일정과 일방적 발언으로 시작부터 그르치는 일들이 빈번하다.
지난 2월 23일, 삼호농협 총회에서 당혹스런 일을 목격하였다. 개회가 선언되기도 전, 군수는 일정 때문에 식전에 먼저 축사를 하겠노라며 단상에 올라 지역 농협 총회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를 산수뮤지컬 찬성에 몇 명이 서명하였으며, 정당공천의 문제점과 민주노동당에 대한 말씀을 하신 후 홀연히 자리를 떠나셨다. 그리고 다음날인 24일 축협 대의원대회에서도 동일한 취지의 말씀을 하시고 또 마찬가지로 개회 선언이 되기도 전에 자리를 떠나셨다.
나는 아직 대한민국 어떤 대통령이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일정을 이유로 식순을 뒤집어 발언을 하는 경우도, 끝나기도 전에 부리나케 자리를 뜨는 경우도 얘기 들은 바 없다. 그것은 자신을 선택한 유권자인 국민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와 존중의 표현이기 때문일 것이다.
매년 초에 개최되는 각 지역농협 및 새마을금고 축협 등의 총회는 지나간 한해를 마무리 하고 새로운 한해 우리 농업과 지역의 활기찬 미래를 다짐하는 주민 잔치의 장이다. 이런 자리에 군정의 책임자를 초대한 주민들의 심정이란 군수님 개인의 일방적 주장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민들의 애환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실제 행사를 마치고 나가는 길에 언짢아 하시는 어르신들과 지역 주민들의 말씀은 왜 나에게만 들리는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진정 축하하려고 참석했다면 자리에 배석하여 주최 측에서 정한 식순에 맞추어 축사를 하는 것이 예의이다. 그리고 축사 내용도 그 행사의 취지에 부합해야 축사답다. 일방적 주장과 안하무인격 퇴장에 무시당하는 듯 불쾌감을 느끼는 것이 어디 나뿐이겠는가?
무분별한 행사 참여로 인해 업무 공백이 생기는 것을 우려하여 행사 참석 내부 기준을 만들어 시행하는 단체장들도 있다는데, 영암군은 겹친 행사들에 모두 참석하기 위해 예의도 지키지 않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기왕에 바쁜 시간을 쪼개어 오셨으면 축하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길, 그리고 진득하게 주민들의 말을 많이 들어주시길 거듭 부탁드린다. 혹여 시간이 빠듯해 끝까지 같이 하기 어려운 자리라면 부군수, 읍면장등 다른 공무원을 보내 잘 듣고 오라고 당부하는 것이 군민들을 위한 진정한 축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보라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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