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이웃에 맞춤형 손발…봉사할 수 있어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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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이웃에 맞춤형 손발…봉사할 수 있어 행복해요”

영암군통합사례관리사업 전문요원 고정숙, 박진화, 민세영씨

우리사회 가장 큰 문제는 아마 빈부격차의 가속화일 것이다. 과거 영암 같은 농어촌은 잘사는 사람이나 못사는 사람이나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갔지만 지금은 마을공동체의 그런 끈끈한 결속력마저도 점점 약해져만간다. 이런 상황에서 소외된 이웃들은 그야말로 외로울 수밖에 없다.
영암에는 실제로 국가가 지원하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가 1천700여세대에 달한다.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홀로 사는 노인, 다문화가정, 편부모가정 등도 일일이 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바로 이들에게 천사같은 요원들이 있다. 영암군통합사례관리사업 전문요원 고진숙·박진화·민세영씨 등이 그들이다. 수급자 선정에서 탈락된 이들, 홀로 사는 노인, 알콜 의존 환자, 다문화가정 등의 곁에는 언제나 이들이 있다. 온갖 필요한 상담에서부터 쌀 배달, 취업 연계, 입원, 보호 등에 이르기까지 개개인별 맞춤형 손발이 되어주는 이들이다.
영암군이 경력2년 이상의 사회복지전문가로 공개채용한 이들의 경력은 다양하다.
우선 박진화씨는 정신요양 부랑인시설에서 근무했다.
“도움의 손길 조차 거부하고 울타리 밖으로 달아나려고만 하는 시설인들을 보면서 인간으로서 삶을 되돌아보고 내 인생의 나침반도 고정했다”는 박씨는 “시설은 틀 자체가 단순하지만 도움은 다양한 대상 속으로 들어가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일일히 맞춰줘야 한다”고 나름대로 의미를 달리 부여했다.
고정숙씨는 주로 편부모 가정의 아이들에게 ‘엄마’ 역할을 한다. 그녀는 다문화가족 지원시설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어 누구보다도 아이들의 마음을 잘안다. 다듬어 주고 안아줄 때와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회초리를 들어야 할 때를 가릴 줄 안다. 그래서 그녀는 천상 ‘엄마’다.
“대체적으로 소외계층은 알콜문제, 가정폭력, 시부모 갈등이 심각해요. 그래서 아이의 교육 등도 침해를 많이 받지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법적인 문제로 근본적인 해결을 못해 주는 것이 못내 아쉬워요. 현장에 가면 항상 눈을 보면서 최선을 다해 일해야 한다는 각오로 뛰고 있어요.” 고정숙씨의 다짐이다.
세 전문요원 중 막내인 민세영씨는 ‘작은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기에 사소한 것에서도 감동을 자주 받곤 한다. 본보가 대대적인 돕기운동을 펼쳤던 임정훈군도 그녀의 손길이 닿아있다.
“서비스 연계 담당 소속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이 정말 행복해요. 백혈병과 잘 싸우고 있는 정훈이만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지만 도울 수 있었다는 생각에 내 삶이 충만해져와요.”
지금도 정훈이에게 추가적인 도움을 줄 방법을 찾기 위해 유관기관들을 찾고 있다는 민세영씨는 장애인, 독거노인 등 거동불편자만 보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다리가 되어 주고 싶지만 현실은 결코 녹녹치 않기 때문이다.
“푹푹 찌는 더위에 가정을 방문해 보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병원 방문 등 외출해야 할 일이 많아요. 하지만 농촌마을은 탈 것이 부족하지요. 119는 위급환자를 수송해야 되기 때문에 자주 이용할 수가 없고요. 그래서 119처럼 관내 거동불편자가 이용하는 콜센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르신들은 남에게 부담주는 것을 싫어 하시거든요. 군에서 자원봉사자를 이용한 콜센터 운영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세 천사들의 제안이다.
6월인데도 한낮에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오늘도 이들은 동분서주한다. 쌀가마니를 들거나, 어린이를 안거나, 노인들을 부축한 채로다. 개개인에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위해, 또 다문화가정에서 언어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시어머니와 화해시키기 위해 손짓발짓까지 해야 한다. 이들의 노력 덕분에 이웃들은 행복하다.
이국희 기자 njoa@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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