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月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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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月出)

자현 스님 월출산 월암사 주지

누가 이곳에 부처님을 조성하여 예불케 하였을까?
월출산 용암사 터 마애여래 부처님, 해발 750m가 넘는 산중에 있다. 나를 삼십여년을 오르게 하였고, 수많은 순례자들이 이곳에 와서 돌부리에 무릎을 꿇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을 위한 기도를 한다. 진정 아름다운 마음으로 험준한 바위산을 오르게 한다. 산 전체가 바위로 오백라한 화엄법계가 장엄하고 순례자를 맞이한다. 돌길을 걸어 구정봉에 오르면 차가운 날씨에도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지며 탄성이 절로 나오는 기찬 곳이다. 팔방이 열리며 동시에 하늘과 땅이 조용한다. 구정봉에서 용암사로 내려가는 길은 한발 한발 내디딜 때마다 조심해야 하는 험한 길이다.
지난 12월14일 겨울비가 지척으로 내려 우무가 자욱한 아침, 나는 월암사를 출발하여 도갑사와 바람재를 지나 향로봉, 관음봉, 구정봉을 향해 걷는다. 산길은 비가 눈이 되어 빙판길로 변하여 넘어지고 뒹굴며 거친 발걸음으로 오르고 오른다. 그 수많은 날들 폭풍이 몰아쳐도 눈보라가 나를 때려도 오르던 산인데 오늘은 곤혹스럽기까지 하다. 수많은 지도자를 위하여 기도 했듯이 그래도 새 시대 선덕의 지도자 발원을 하며 걷다 멈춰 서고, 다시 걷기를 반복하며 안개구름사이 수행자 앞만 열어준다. 빗속에 우뚝 멈춰서 내려다보니 구름위에 팔만사천 화엄범계가 장엄하듯 보살님도 라한님도 신장님도 보인다.
흠뻑 젖은 걸음이 한순간 어름처럼 굳어버린다. 나도 바위를 변할 것 같아 ‘툭’ 선자리를 차고 한바퀴 돌아본다. 아! 무소의 뿔처럼 여래불을 만나러 가자. 추위에 한번 떨며 능선을 따라 걷다가 다시 멈춰 선다. 소나무에 의지하고 골짜기 내려다보니 저 멀리 구름위로 탑 정수리가 떠올라온다. 안개구름 어느새 확 떠올라 내 몸을 감돌고 천황봉을 향해 질주한다.
얼굴로 들이닥치는 비바람을 맞으며 다시 얼음위로 발걸음을 조심조심 내딛어 나무를 붙잡고 가파른 내리막길을 밧줄을 잡고 뒷걸음질로 내려간다. 바위를 오를 때는 네발로 기어오른다. 가파른 경사로를 내려가니 둥근 자연석을 기단삼아 우뚝 솟은 삼층탑이 보인다. 그 옆에 서 보니 저 멀리 여래불이 나를 바라본다. 합장정례를 올리고 고개 들어본다. 웅장하고 거룩한 마애여래 부처님의 모습 천수로 관욕을 하셨는지 맑은 모습 오늘 만난 부처는 정녕 어제 부처가 아니더라! 울쑥불쑥 오백라한과 화엄신장이 호위하듯 법신바위의 모습, 구름이 아름답데 장엄을 더한다.
두어시간 부처님과 마주하고 난 후 염화미소로 답을 하고 용암사지를 뒤로하며 계곡을 내려가는데 비도 그치고 얼음도 다 녹아서 내 발길을 밝혀준다. 후천세계 열리고 반세기 지나 2012년 월출한다. 성현 전했다.
월출산 마애불전에서 월출산인이 월출을 기원하다. 얻은 소식 전하고저 바위와 바위 사이를 비켜가는 물줄기 따라가며 드러내 놓지도 않고 꺼내 놓은 것보다 더 강렬하게 월출의 기를 묘하게 전해온다. 수행자 순례 가던 길 악천후 험했으나 도착해 부처님 앞에 서니 구름 걷히고 바름 조용해저 아름답게 천계를 열어준다. 월출 부처님 당당하기가 천하에 제일이요 그윽함이 대천입니다. 오늘 만난 부처는 어제 부처가 아니더라! (2012년12월15일)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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