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만개한 전남 영암의 100리 벚꽃 길에서 왕인문화축제가 열린다. 왕인축제는 해마다 성장을 거듭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 유망 축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우리의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함께 이 봄 축제가 기대된다.
봄 축제의 백미는 역시 꽃이다. 지금 전국에는 벚꽃 명소가 무수하다. 봄이면 영암 월출산 100리길, 하동 화개장터와 쌍계사의 십리벚꽃길, 경주 보문단지, 충주호, 속리산, 계룡산 등에는 하얀 꽃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난다.
흔히 벚꽃 하면 일본을 생각한다. 일본에서 벚꽃은 3월 하순부터 4월에 걸쳐 북상하면서 꽃을 피운다. 근세초기에 장군들이 벚꽃의 명소에서 현란한 의상을 입고 가무 등을 즐긴 호화찬란한 꽃놀이는 에도 시대 서민들이 즐긴 화려한 꽃놀이의 기원을 이루게 되어 서민들 사이에서도 꽃놀이가 활발해지게 되었다. 에도시대 초기에는 일부 풍류인이 한 그루의 유명한 벚나무를 감상하는 것이 하나미였는데, 에도막부의 8대 장군인 도쿠가와 요시무네가 시대부터 그가 만든 벚꽃 가로수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몰리고 나무 아래서 술잔치를 벌이는 지금 식의 하나미가 정착됐다는 것이다. 특히 이 시대의 하나미란 심한 속박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서민들이 힘들고 고된 일상에서 벗어나 기분 전환하여 다시 생기를 찾는 하나의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영암 100리 벚꽃길도 1960년대 조성됐다. 당시 영암군이 가로수로 벚꽃을 심기 시작했다. 구림마을 주민들은 반대했다. 벚꽃은 ‘왜인의 꽃’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구림마을은 삼한 시대부터 약 2200년 전통을 이어온 곳이다. 마을 사람들은 대동계라는 자치 규약을 만들어 마을을 지켰다. 일제강점기에는 대동계 회원들이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했다. 반발 속에 심어진 벚꽃은 현재 왕인문화축제의 무대가 되고 있다. 벚꽃이 배경이 된다 하여 서운하게 여길 필요는 없다. 일본이 제것처럼 자랑하는 왕벚나무의 원산지는 세계에서 오직 두 군데 뿐이다. 오직 우리 나라 제주도 (신예리, 봉개동)와 전남 해남군 삼산면 구림리 대둔산 자락에만 자생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에 와서 활동했던 프랑스 Taquet 신부(神父)가 1908년 4월 15일에 제주도 한라산에서 왕벚나무의 자생지를 처음 발견했다고 한다. 그 뒤 1912년 독일 식물학자에 의해 세계 식물학계에 정식으로 보고되어 학명으로 등록 되었다. 이 벚나무를 나라꽃으로 정한 일본은 왕벚나무의 원산지가 일본이 아니고 우리 나라인 것에 자존심이 몹시 상했는지 일본 전국의 산야를 이잡듯 뒤져 자생지를 찾아내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찾아내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사실도 모르고 해방 후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이 밉다보니 일본의 국화인 왕벚나무를 싫어하여 아름답기 이를 데 없는 벗꽃을 아름다움 그 자체로만 따로 떼어 감상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벚꽃이 일본에 건너 간 것은 고대에 한국 불교가 일본에 포교되던 서기 6세기경으로 보고 있다. 일본 벚꽃의 총본산으로 불리는 요시노산은 서기 538년부터 백제 성왕에 의해서 불교가 일본에 포교된 나라 땅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왕인문화축제에서 아름다운 벚꽃을 감상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고 오히려 우리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키울 수도 있는 일이다. 오히려 벚나무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갖고, 마음에서 솟아나는 흐뭇한 미소와 함께 이 봄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은 전혀 부끄럽지도 수치스럽지도 않은 일이다.
근거 없는 사실에 대한 부끄러움 보다 왕인문화축제를 찾는다면 구림마을을 꼭 둘러봐야 한다. 백제 왕인 박사를 비롯해 신라 말 도선 국사, 고려 초 최지몽 선생을 배출한 구림전통마을에는 남도문화의 중심이라 불리던 영암의 뿌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잦은 꽃샘추위와 궂은 날씨로 개화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일주일 이상 늦어지면서 ‘축제’를 준비 중인 영암군에 비상이 걸린 모양이다, 봄 축제가 자칫 “꽃 없는 꽃잔치”로 끝날 경우 관광객 감소와 이로인한 지역 관광수입 축소가 우려되는데 따른 것이다. 오늘이 지나면 정말 벚꽃이 만개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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