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 깃털 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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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거위 깃털 뽑기?

조영욱
시인
미암면 출신
올 여름 날씨는 날로 뒷걸음치는 후진적인 한국 정치만큼이나 극단적이다. 중부는 폭우, 남부는 폭염.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라는 것 또한 닮은꼴이다.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은 “올 세제 개정안 정신은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내는 식으로 세금을 더 거두는 것”이라고 프랑스 루이14세 왕정시절 장 바티스트 콜베르 재무장관 말을 인용해 울고 싶은 사람 뺨을 때리고, 불난 집에 기름을 들이부었다. 그는 민주주의시대에 왕정을 꿈꾸는 시대착오적인 자인지도 모른다. 식자우환(識字憂患)이다.
프랑스혁명은 온갖 면세 혜택을 받으면서 권력과 부를 독점한 2%에 불과한 로마 가톨릭 고위성직자와 귀족들에 대한 불만으로부터 비롯되었다. 98% 평민에게 혜택은 없고, 평민은 오직 세금을 내는 거위로 살아야 했다. 자신도 모르게 시나브로 깃털을 뽑히며 그들은 불평등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저항할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큰 반향을 일으켰던 ‘레 미제라불’은 프랑스혁명을 그린 뮤지컬 영화로 ‘불쌍한 사람들’, 비참한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우리가 직면한 현실과 다르지 않다.
모자란 국가재정을 해결할 방법은 간단하다. 직접세 비중을 높이고, 재벌과 부자에게 주었던 감세 혜택을 철회하면 끝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재벌과 부자들이 받은 감세 혜택이 무려 90조가 넘는다 한다. 그런데도 재벌과 부자 감세를 철회하기는커녕 부족한 세수를 확보한다는 옹색한 변명을 붙여 그 책임을 서민과 중산층에 떠넘기려한 조삼모사를 감행한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거위 깃털 뽑기는 2조6천억원 정도로 국가재정 충당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직접세 비중이 낮으면 낮을수록 합법적 탈세는 보장된다. 간접세 비중이 60%에 이르는 나라에서 서민이 설 땅은 없다.
모든 물건에는 다 세금이 붙어 있고, 버스를 타든 자가용을 타든 움직여도 다 세금이다. 도대체 국민 1인당 내는 세금이 몇 백가지인지 헤아리기 힘들 정도이다.
국민에게 희망은 없다. 그동안 정권이 왔다 갔다 할 중대한 문제들에 대해 입 다물고 침묵으로 일관하던 대통령이 세제 개정안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국민을 표로밖에 안 본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입만 열면 외쳐댔던 ‘국민행복시대’는 선거구호였을 뿐 ‘국민불행시대’를 향해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는 달리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10만 촛불이 타올랐다. 대통령은 선거 때 아무런 혜택을 본 것이 없어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잡아떼고 있으나,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이 정치에 개입하고 NLL 문제를 선거 전면에 내세워 선거판이 뒤집어졌음은 다 아는 비밀이다. 또 불법적으로 제2차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및 이를 공개한 폭거는 국정원과 대통령이 법 위에 군림하고 있음을 웅변한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해석을 보면 임진왜란 전에 왜에 파견했던 조선통신사 보고와 닮았다. 동인 김성일은 “왜가 침략하지 않을 것이다”라 했고, 서인 황윤길은 “왜가 침략할 것이다”고 했다.
김성일이 여론을 호도하고 조작했듯이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은 “NLL을 포기했다”고 주장하고 민주당 등 야당과 진보언론은 “NLL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헌법 제1조이다. 여론이 들끓어 역풍이 불자 “사실상 포기했다”고 은근슬쩍 둘러댔다. 연인 사이에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말 해야지 ‘사실상 사랑한다’면 그 누가 뭘 믿고 고백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우리말은 세계 어느 언어와는 다르다. 우리말은 어느 토씨(조사)가 붙느냐에 따라 문장성분이 달라지는 ‘토씨 중심어’지만, 우리말이 아닌 대부분 언어는 어느 위치에 가느냐에 따라 문장성분이 달라지는 ‘위치 중심어’이다.
우리말에서 토씨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하는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와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는 문장이 있다. 토씨 하나 때문에 전혀 다른 뜻이 된다. 새누리당과 보수진영은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고 고집한다.
우리말은 사상과 감정이 바로 전달되는‘내감어(內感語)’이고, 우리말이 아닌 다른 언어는 사상과 감정이 전달되지 않은‘외감어(外感語)’다. 우리말로‘사랑해’라고 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이미 사상과 감정이 다 전달된 것이다.
그러나 서양 사람들은‘아이 러브 유’라고 하면 주어 동사 목적어가 뚜렷해도 얼마만큼 사랑한다는 것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그래 나를 어떻게 얼마나 사랑하냐’되묻고, 상대는 끌어안아주고 키스해주며 어떻게 얼마나 사랑한지를 전달하고 증명해야 한다.
이처럼 뛰어난 우리말이지만 말과 뜻은 통하지 않고 억지와 방탄이 판치는 불통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국정원 국정조사는 하나마나다. 정치적 요식행위일 뿐 이미 결론은 나있다.
입씨름과 줄다리기로 한여름을 뜨겁게 달구겠지만, 다시 국민들이 나서 해결하느라 진땀 빼는 일이 없기를 바랄뿐이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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