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축제, 왕인문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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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우리 축제, 왕인문화축제’

정기영
세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영암 벚꽃길, 말이 필요없는 전라도 최고의 벚꽃길이다. 이 만개한 전남 영암의 100리 벗꽃 길에서 매년 왕인문화축제가 열린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면 여기저기 봄의 기운을 만끽하기 위한 봄꽃여행이 손짓하는데 생동하는 봄날, 영암 왕인문화축제와 벚꽃기행을 함께 즐기면서 일상의 사소함을 털며, 힐링의 시간을 갖으면서 새하얀 벚꽃이 만개한 벚꽃터널을 거닐다 보면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이다.
최근 왕인문화축제의 정체성(identity) 문제와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관광축제’ 선정을 염두에 둔 축제로의 계속 개최 여부 등에 대해 이제는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는 축제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고 한다. 특히 문체부 축제평가위원들은 현재의 왕인문화축제가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축제의 정체성에 대해 지역민과 공유하는 작업이 필요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프로그램을 대폭 줄이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는 소식이다. 참여자 상당수가 왕인문화축제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는 의견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해마다 봄이 시작하면서부터 곳곳에서 축제가 펼쳐진다. 아니 겨울에 얼음위에서 열리는 산천어축제, 눈꽃 축제 등도 있으니 새해가 시작하면서 축제가 펼쳐진다는 것이 맞는지도 모른다. 얼추 전국적으로 1천여개가 넘는 지역축제가 있다고 하니 매달 1백여개의 축제가 열리는 셈이다. 지역축제를 통해 많은 지자체들이 함평하면 ‘나비’, 평창하면 ‘이효석과 메밀꽃’, 홍천하면’ 찰옥수수’를 연상시켜 지역판촉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축제를 통해 얻어진 지역의 이미지와 지역활성화 효과를 지자체가 과신하여 축제를 단순히 투자의 대상으로 판단해 지역축제를 오도하는 경향이 종종 발생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지자체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축제에 대한 본질적 기능을 다시 한번 고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많은 지역축제의 본질이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현실적 목적에 맞게 변용되는 추세이기도 하지만 축제의 본질까지 변질될 수는 없다. 즉, 지역축제 자체가 흥미롭고 재미있어 이에 공감하는 방문객들이 찾아와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지 외부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전시하기 위한 축제는 어느 정도 흥미와 교육적 효과는 있겠지만 축제의 기본적 개념과는 거리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축제는 까이와(Caillois)가 말했듯이, 하나로 응축된 인간 삶을 표현함으로서 현실생활에 대한 직설적 양식으로 나타나는 행사이다. 따라서 축제는 그 자체로써 사회적 의미를 갖고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우리에게 축제는 일정한 행사를 통해 하늘에 대한 경외와 고마움을 전하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행위로 존재했다. 한편으로는 일상 속의 규범화된 긴장에서 해방되어 무질서와 놀이의 극치를 경험함으로써 계절의 풍요로움과 더불어 창조적 생명력을 얻기 위한 문화적 회복장치로서 기능을 수행해왔다. 따라서 지역축제는 ‘일년 중 어느 특정한 날과 기간을 정하여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행사이며, 일상적인 삶과 생활 속에서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창조해 가는 생활양식화된 지역문화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축제의 본질적인 점을 고려하면 지역축제를 통해 얻어진 지역의 이미지와 지역활성화 효과를 지자체가 너무 과신하고 축제를 단순히 투자의 대상으로 판단해 지역축제를 오도해선 안된다는 생각이다. 많은 축제들이 저마다 독특한 주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성패는 지역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얼마나 이끌어 내는가가 문제다. 그렇다면 왕인축제의 정체성문제를 고민한다면 축제가 열리는 현장에서 군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 보면 어떨까? 이를 바탕으로 민간과 지자체의 역할은 무엇인지 살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구림 한옥마을 스테이’, ‘천년고찰 도갑사 템플스테이’ , ‘도기체험’, 그리고 ‘벗꽃길’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경험이다. 스스로 왕인축제의 부속품화 하지말고 일년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우리의 전통자원으로 우리 군민이 먼저 사랑하면 그게 경쟁력의 시작일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잘보이는 축제가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사랑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진짜 ‘우리 축제’를 기대해 본다.
(crose@db.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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