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미암면 출신
시조시인
글로벌인재학교 교감
사전은 여행(旅行)을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이라고 정의를 내린다. 여행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가지고 얼마나 멀리 가느냐’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가까운 곳을 가더라도 깨닫는 것, 유익한 경험을 많이 하면 좋은 여행이고 멀리 가더라도 돈만 쓰고 유익한 경험을 하지 못했다면 좋지 못한 여행인 것이다.
사람들은 여행을 인생의 교과서라고 일컫는다. 그 이유는 여행을 통해 학습으로는 가르쳐주지 못하는 살아있는 경험을 짧은 기간에 걸쳐 다양하게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여행이 주는 장점을 구체적으로 사례를 들어보자면 첫째 자기 생활권에서의 식견을 넓혀 준다.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는 공간에서 살짝 발을 빼고 다른 곳에서 한번쯤 바라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또, 단순한 휴식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새로운 문물과 지식을 얻게 되는 기회이기도 하다.
둘째 피로를 풀면서 신체의 리듬을 다시 찾는 기회가 된다. 기계는 같은 강도의 노동을 수없이 반복 가능한데 이마저도 피로가 쌓이면 고장이 난다. 하물며 사람이야 기계가 아닐뿐더러 기계보다 피로감을 느끼는 주기가 훨씬 빨리 온다. 그런 상황에서 여행은 육체와 정신적 피로물질을 상당히 제거해줌으로써 다시 시작되는 일상의 스트레스로부터 신체를 보호해 준다. 즉 마무리 운동과 같은 존재라는 말이다.
셋째,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준다. 여행을 떠나는 주체가 가족이 될 수 도 있고 혼자만의 여행이 될 수도 있지만 어찌됐건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 두고두고 이야기꺼리가 된다.
여행은 이처럼 크게 세 가지 정도의 큰 교훈을 주는데 그 안에서 또 다양한 경험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여행이라는 것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아서 같은 목적지로 여행을 떠나도 그 여행이 주는 감동과 여운은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게 된다. 왜냐면 어디서 자고, 무엇을 먹고,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여행의 인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그저 배낭만 둘러매고 무작정 떠나서 뭔가를 찾는다면 그 여행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가방을 꾸리는 법, 현지에 대한 사전 정보, 현지에서 뭘 먹고, 뭘 봐야할지 해야 할 일 순서 정하기 등 출발 전에 이미 현장에서 펼쳐질 내용을 머릿속에 담고 가야 시간과 여행자금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여행의 목적이 분명해야 얻는 것도 많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니라’는 이글은 유홍준 교수가 조선 정조때 유한준이라는 문인의 글을 인용한 것으로 자신의 저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서문’에 담아서 큰 호응을 얻은 문장인데 시간이 지나고 다시 한번 읽어봐도 참 훌륭한 문장이다. 여행을 이보다 더 멋지게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하겠다.
여담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답사 여행을 얘기할 때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출판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한다. 유 교수의 책을 통해 우리나라 국민들의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한 층 높아졌다는데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학자들은 외국의 선진문물도 좋지만 먼저 우리의 것을 알라고 조언을 한다. 그들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 영암군만큼 좋은 곳이 없다.
영암군은 문화의 고장인 전라남도 22개 시군에서도 문화재가 많기로 다섯손가락에 꼽히는데 국가지정 문화재로 국보가 2개, 보물은 9개, 중요민속문화재 3개, 천연기념물 1개, 사적 1개, 등록문화재 1개가 있으며 도지정 문화재는 유형문화재 9개, 지방기념물 21개, 민속자료 8개, 문화재자료 15개로 총 70개의 문화재가 있다. 우리 고장을 소개한 ‘아름다운 영암의 문화유산’이라는 군 홍보책자를 참고하면 우리지역 문화재를 상세하게 볼 수 있다. 물론 보호 차원에서 공개가 되지 않는 문화재가 일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부모님과 함께 하거나 스스로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줄 아는 학생이라면 능히 찾아 가볼만 하다. 봄방학 또는 따뜻한 주말이 되면 자녀들이 도보여행이든 차량여행이든 우리지역의 문화재를 직접 보고 그 문화재가 가진 의의를 스스로 연구해보도록 하면 어떨까? 우리 영암의 문화유산을 보면서 자긍심도 찾는 계기를 만들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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