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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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

‘제 앞에 나와서 발언한 동료 의원들께서 기초선거 무공천 당론을 철회해야 한다는 강한 역설들을 많이 하셨기 때문에, 그것과는 다른 견해를 지금 말하려는 것에 대해서 솔직히 주저스럽다. 그렇지만 다른 관점, 다른 생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몇 마디 하려 한다.
무공천 당론 변경을 주장하는 논리들은 대강 이런 것 같다. 새누리당은 1번에 공천을 하고, 우리만 무공천하여 2번에 후보를 내지 못하는 선거를 치른다면, 참혹한 패배를 면치 못할 것이 불 보듯 빤하다, 그리고 이번 6월 4일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하게 되면,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도 참혹하게 패배할 것이 불 보듯 빤하다는 것이다.
1. 그럴까? 다가오는 6·4 지방선거에서의 참패 단정은 이렇다 저렇다 말할 근거가 아직 없다. 일부 여론조사를 보면, 우리 쪽이 상대적으로 불리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한 건 사실이다.
2. 이번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 그 다음 총선·대선도 참패할 게 명약관화하다는 단정의 전제는? 엄격히 말해서, 경험적으로, 실증적으로 입증된 바 없다. 오히려 경험적 데이터들이 보여주는 바는, 지방선거에서의 성공(승률)과 총선·대선에서의 성공(승률) 사이에 별 상관관계가 없거나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는 쪽이다.
편의상, 서울의 구청장 선거(기초선거)를 갖고 설명해보겠다. 잘 아시듯, 서울엔 25개의 구청장이 있다. 1995년 지방선거(기초선거)에서 민주당(제1야당)은 25개 중 23개를 석권하여 대승했다. 새누리당은 겨우 2곳으로 완패했다. 그 1년 뒤 총선(국회의원)(1996년)에서의 승리는 오히려 새누리당 쪽이었다. 27석 대 18석으로였다. 기초선거와 총선 사이에 상관관계 없음으로 볼 수 있다. 그 뒤 대선(1997년)에서는 반대로 민주당(김대중)이 44% 대 40%으로 승리했다. 이번에는 기초선거와 대선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음 지방선거(1998년) 때도 민주당은 25개 중 19개(새누리당은 5개)를 휩쓸었다. 그리고 그 뒤 총선(2000년)에서도 민주당은 28석 대 17석으로 새누리당을 제압했다. 이때는 상관관계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다음 지방선거(2002년) 때는 반대로 새누리당이 25개 중 22개를 휩쓸었다. 그렇지만 같은 해 치러진 대선(2002년)에서의 승리(노무현)는 새누리당이 아닌 민주당이었다. 51% 대 44%로 민주당 승이었던 거다. 그러니 상관관계가 전혀 없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2년 뒤인 총선(2004년)에서도 민주당은 32석 대 16석으로 새누리당을 더블 스코어로 눌렀다. 지방선거 결과와는 전혀 딴판(무상관)의 결과였다.
다음 지방선거(2006년) 때는 새누리당이 25개를 100% 완전 석권하므로써 민주당을 초토화시켰다. 그리고 이듬해(2007년) 대선(이명박)에서도 53% 대 24%로 대승했다. 상관관계가 큰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이듬해(2008년) 치러진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은 40석 대 17석으로 민주당을 가볍게 일축했다. 기초선거와의 상관관계가 유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음 지방선거(2010년) 때는 다시 민주당이 25개 중 21개를 당선시켜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이어진 총선(2012년)에서도 16석 대 30석으로 서울을 지배했다. 나아가 같은 해(2012년) 대선(문재인)에서도 51% 대 48%로 서울에서 신승했다. 이번에는 상관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자, 1995년 제1회 지방선거부터를 놓고 볼 때 결론이 뭐겠는가? 뒤죽박죽이다. 어떻게 정리할 수 있겠는가? 서울의 기초단체장 지배율(당선률)과 서울의 총선·대선 승률 사이에는 이렇다 저렇다 할 아무런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 일목요연하게 잘 보여지고 있는 거다. 그렇다면 두 번째의 ‘명약관화론’은 근거가 취약한 가설(엄살)이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다시 말하면, 이번의 무공천 방침으로 다가오는 6·4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한다면 다음 총선·대선 패배는 불 보듯 명약관화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거나 매우 희박하다는 뜻이다.
3. 동료 의원님들의 무공천시 참패론에는 국민과 유권자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또다른 위험한 전제와 가정이 깔려있다. 무공천하면 망하고 말 거라는 입론의 근본적 토대에는 국민과 유권자에 대한 철저한 불신이 기초하고 있다. 우리가 전통의 2번에다 후보를 공천하지 않고, 우리 쪽 후보들이 5번·6번·7번 등으로 뒤로 밀려 난립하게 되면, 2번에 익숙했던 유권자들이 뭐가 뭔지 분별하지도 분간하지도 못할 것이라는, 더 나아가 우리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충정과 고육지책으로 자기희생적 무공천을 결단했다는 이 도덕적 비교우위에 대해서도 알아줄 유권자도, 이를 사려깊게 표심으로 연결시켜 줄 국민들도 별로 없기 때문에 우리는 참혹하게 패배하고 말거라는 우려들을 쏟아내고 있다. 요컨대, 지금 우리 국민이라는 존재들은 투표시 기호도 잘 모르고, 번호도 제대로 모르고, 누가 더 옳고 누가 더 그른지를 살필 판단력도 전무하다는 식의 가정에 전제하고 있다는 거다. 글쎄, 그럴까? 국민이 그렇게 무지렁이라면 도대체 우리는 뭘 믿고, 누구를 믿고, 뭘 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 당명이 ‘새정치민주(民主)연합’ 맞는가?]
4. 새누리당은 공천하는데 우리만 무공천한다는 것은 우리측 후보들만 무장해제시킨 채 전쟁터로 내보내는 것과 같다는 볼멘 주장들도 타당도가 낮거나 없기는 마찬가지다. 남북한이 무기감축하자고 합의했다가 북한은 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우리만 약속 지킨다며 무기감축하게 되면 어떤 꼴이 될 것이냐고들 주장한다. 논거의 토대 자체가 잘못되었다. 남북한 간에는 엄파이어(umpire), 레퍼리(referee), 심판이나 채점관이나 감독기관이 없지만, 새누리당과 우리의 싸움에는 엄연히 판정관이 존재한다. 시퍼렇게 눈을 뜬 국민(유권자)들이 두 정당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비교평가 채점하고 있다. (착각하지 말자. 착각시키려 말자.)
5. 이제 우리 제1야당(새정치민주연합)은 기초선거에 대한 근본적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할 시점에 왔다. 이 나라의 지방자치가 제대로 연착륙하고 성장발전하려면 두 개의 ‘중앙권력’으로부터의 분권과 독립이 필수적이다. 하나는 중앙정부로부터의 그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앙정당으로부터의 그것이다. 중앙정부가 서서히 손을 떼줘야 지방정부가 제 궤도를 달릴 수 있다. 새누리당이나 새정치연합 같은 중앙당들이 손을 떼줘야 풀뿌리 기초 지방자치가 제대로 숨쉬고 주민자치의 신작로를 행복하게 걸을 수 있다.
이제 중앙정치의 계산과 책략과 집계 속에서 기초 자치단체장과 기초 의원들을 놓아주어야 한다. 기초 자치단체장 의석수와 기초 의원 확보율에 중앙당(중앙정치)이 더 이상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대신, 광역 시·도지사 선거에서 진검 승부하는 것이다!) 중앙정치는 기초 자치단체장과 기초 의원들을 통해서가 아니라, 기초 단위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유권자들과 당원들의 조직화와 동원화와 참여화를 통해 실천되고 구현되어야 한다. 이 인식이 정말 중요하다. 민주당이 그 첫걸음을 떼야 한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한국 자치민주주의의 기념비적 이정표를 쌓는 대단히 의미있는 첫걸음인 것이다.
6. 무공천 당론을 뒤집어 번복시키기엔 그동안 우리가 너무 멀리 걸어와 버렸다. 그것도 옳은 경로를 밟으며 말이다.’
위의 글은 어제 오후 2시30분부터 3시간 정도 계속된 의원총회에서의 제 발언 요지입니다. 좋은 저녁되시기 바랍니다.
(2014년4월3일)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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