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광주 금호고 박해연 교사의 ‘한국의 교과서에 그려진 왕인박사’라는 주제발표를 읽어보면 발표자의 표현대로 ‘충격’을 금할 길 없다. 2014년 개정된 검인정 한국사 교과서 8종 가운데 3종은 왕인의 渡日사실을 아예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또 이 3종 중 하나인 지학사 교과서는 ‘미마지’ 관련 사실을 거의 한 페이지에 싣고 있다. 하지만 미마지는 학계에 제대로 검증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설사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일본에 천자문과 논어를 전해 일본의 고대문화를 일으킨 왕인박사와 비교도 되지 않은 인물이라는 것이 박 교사의 지적이다. 왕인의 渡日사실을 다루고 있는 교과서들도 삼국유사에 나오는 설화에 불과한 ‘연오랑 세오녀’보다도 더 낮은 비중으로 싣고 있다. 이래서는 영암군이 해마다 왕인문화축제를 개최한들 의미가 없을뿐더러 방문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기에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군과 (사)왕인박사현창협회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왕인박사에 대한 일본 교과서의 서술은 더욱 충격적이다. 시마네현립대학 김선희 교수가 발표한 ‘일본의 교과서에 그려진 왕인박사’라는 논문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일본 교과서들은 본문보다 각주를 활용해 짧게 설명되는 등 소략해가는 경향이 뚜렷하다. 또 왕인 관련 서술이 보이는 교과서는 桐原書店의 교과서가 유일하고, 각주에서라도 백제의 왕인이 논어와 천자문을 전했다는 서술을 싣고 있는 교과서는 明星社 교과서였다. 그나마 2000년대 초등 교과서에는 관련 기술을 찾아볼 수도 없다고 김 교수는 지적하고 있다. (사)왕인박사현창협회 전석홍 회장의 지적대로 왕인은 독도 못지않게 일본인의 도덕과 양심을 일깨울 수 있는 역사주제다. 일본 역사교과서의 현주소를 탓하기에 앞서 우리 역사교과서의 실태부터 바로잡는 노력이 절실하다. 이와 관련해 박 교사가 예로 든 장보고기념사업회의 활동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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