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월31일을 바다의 날로 정한 것은 해상왕 장보고(張保皐)가 ‘청해진’을 설치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청해진은 통일신라시대인 828년(흥덕왕3년) 장보고가 지금의 완도에 설치한 군진(軍鎭)이다. 중국과, 일본, 신라를 잇는 해상교통의 요지에 위치해 851년에 철폐될 때까지 신라의 해군기지이자 해외무역의 거점 역할을 했다. 장보고의 공식직함은 ‘대사(大使)’였다. 청해진에 배치된 1만여명의 군사는 장보고 개인의 군대다. 아무튼 그는 청해진을 근거로 서남해안의 해상권을 장악하고 중국에는 견당매물사(遣唐賣物使), 일본엔 회역사(廻易使)를 보내는 등 활발한 해상무역을 전개했다.
3면이 바다인 해양국가의 무한한 성장잠재력을 일깨우자며 지정한 바다의 날을 전후해 정부는 해양수산부 및 해군본부, 국립수산진흥원, 지방해양수산청, 시·도 수협, 전국어업인후계자협의회, 한국해양동물연구소 등 해양 관련 단체 주관으로 다채로운 행사를 열고 있다. 선박 및 항만 공개, 해양수산가족 체육대회, 수산종묘 방류행사, 모형함선 경영대회, 바다 사진 공모전, 함상토론회, 전국 푸른 바다 가꾸기 행사, 우리수산물 대축제, 해양동물박람회, 독도연구 전시 및 발표회, 청소년 한강축제, 각종 국제회의 및 선상세미나 등등. 그러나 이처럼 행사위주로 치러온 바다의 날 행사가 올해는 쓸쓸하기 그지없을듯하다. 여객선 세월호 참사 때문이다.
더구나 해양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창설된 해양경찰은 대통령의 담화 한마디로 폐지될 운명에 처했다. 기울어진 여객선에서 단 한명의 인명도 구해내지 못한 책임 때문이다. 그렇다고 구멍가게 때려치우듯 정부의 한 조직을 단칼에 폐지해버리는 대통령의 결기는 살벌하다. 바다의 날처럼 청해진에서 그 이름을 딴 ‘청해진해운’은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사고의 뒷감당이 두려워 슬그머니 파산을 준비하다가 들통 난 모양이다. 배를 버리고 달아난 선장의 모습과 무엇이 다르랴. 특히 속속 드러난 치부는 청해진해운에게 바다는 단지 돈벌이의 수단이었을 뿐이었다. 해상왕 장보고가 살아 있다면 통곡할 일이다.
일본은 바다의 날을 국가기념일이자 법정공휴일로도 정해놓고 있다. 최근에는 매년 8월11일을 ‘산의 날’로 정하고 역시 법정공휴일로 추가했다. UN이 2003년 매년 12월11일을 산의 날로 지정한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일본이 산의 날을 지정한 것은 산을 미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직장인들이 더 많은 여가 활동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은 국토의 70%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산은 수 세기동안 예술과 민속의 소재로 등장해왔다. 그 가운데 후지산은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 숭배의 대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바다에 이어 산까지 기념일로 정하고 그 가치를 되새기는 일본의 지혜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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