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영암군 신북면장
前)전라남도 노인복지과장
前)완도부군수
민선 지방자치가 부활된지 23년이 지났다. 민선 지방자치는 과거 관선시절 중앙집권적인 통치와 비교할 때 지역의 일꾼을 지역주민의 손으로 선출하고 지역의 공동관심사항을 자주적으로 결정하여 처리하는 민주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선거로 인한 낭비와 분열, 지역 부패구조의 형성, 주민들의 참여욕구 확대에 따른 행정의 중립성, 효율성의 저하라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중에서 특히 주민들의 참여욕구 확대에 따른 행정의 중립성, 효율성의 저하는 우려할 수준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된 이후 흔히 ‘님비(NYMBY)’로 대표되는 지역이기주의가 부쩍 늘어나 국가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들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곳곳에서 난관에 부딪히는 사례가 발생하고 행정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실정에 있다.
이러한 님비(NYMBY)현상의 유래는 1987년 3월 뉴욕 근교의 한 작은 동네 아이슬립에서 배출된 3천여톤의 쓰레기를 처리할 방법이 없자 그 쓰레기를 받아줄만한 곳을 찾아 쓰레기를 실은 바지선이 노스케롤라이나, 플로리다, 엘라베마,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텍사스등 미국남부 6개주를 전전했지만 받아주는곳이 없자 중남미로 방향을 선회하여 멕시코, 셀리즈, 바하마까지 갔으나 실패하고 6개월동안 3개국을 떠돌아 다니다 결국은 아이슬립으로 되돌아 오게 되는데 그 때 만들어진 단어가 바로 이 님비(NYMBY)현상이라고 한다.
이러한 님비(NYMBY) 현상이 나타나는 사업은 쓰레기매립장, 분뇨처리장, 하수종말처리장, 핵쓰레기처리장등 주로 주민들이 혐오하는 사업으로서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었던 님비(MYMBY) 사업은 ‘부안 핵폐기장’사업이다.
부안 핵폐기장사업은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에 핵폐기장을 건설하려다 주민 반발로 무산되는 과정에서 막대한 인적, 물적 피해와 지역갈등을 유발한 사건이다. 2003년 7월 부안군의 핵폐기장 유치 신청으로 촉발된 이 사업은 2년여간 주민의 격렬한 반대시위가 이어졌고 폭력사태로 비화하면서 110여명이 사법처리되는 불행한 사건으로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역사회에서 찬반으로 의견이 갈라져 아직도 상처가 치유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부안 핵폐기장 사태 당시 정부는 핵폐기장에 대한 주민의 불안감과 거부감이 불을 보듯 뻔한 데도 주민 동의를 얻으려는 사전 절차를 밟지 않았다. 주민들은 ‘핵폐기물’이라며 불안해했지만 정부는 “반핵론자들의 선전 선동일 뿐 안전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일축하면서 밀어부친 결과 사태를 악화시켰다
지역을 갈등과 분열로 몰아가고 행정의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이러한 님비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행정기관에서는 주민들의 이해와 동의를 얻기 위한 사전 노력이 필요하다. 어떠한 경우에도 주민을 속이려고 해서는 안될뿐만 아니라 관련규정이 정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주민과의 진솔한 협상을 통해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주민들도 혐오시설이라고 해서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는 설치해야 할 시설이라면 철저한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피해 규모와 범위를 확인한 다음 이에 대한 대책을 행정당국과 깊이 있게 논의하고 피해에 대한 충분한 보상기준 설정 등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 지역에서도 얼마전 건설폐기물처리장 설치문제로 행정당국과 주민들이 극한 대립을 하면서 갈등을 빚었던 사례가 있었다. 행정당국과 주민들이 좀더 냉정하게 상호 신뢰를 갖고 함께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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