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시장 전면개방 농민 납득할 대책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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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시장 전면개방 농민 납득할 대책 세워야

쌀시장의 빗장이 결국 풀리게 됐다. 정부가 내년 1월1일부터 쌀시장을 전면개방 하겠다고 공식발표한 것이다.
정부가 쌀시장의 전면개방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관세화 유예조치로 의무적으로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쌀이 과잉상태여서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이후 쌀에 대한 관세 예외가 인정돼 1995년 초부터 올해 말까지 20년간 두 차례 관세화 유예조치를 받아왔다. 그러나 추가로 관세 유예조치를 받을 경우 최소시장접근(MMA) 방식에 따라 의무수입 해야 하는 물량이 올해 40만9천t에서 최소 82만t으로 두 배 늘게 돼, 재정적 부담과 쌀 과잉 등 상당한 후유증이 불가피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주관부서인 농림축산식품부의 이동필 장관은 쌀시장 전면개방, 즉 관세화를 “쌀 산업의 미래를 위한 불가피하고도 최선의 결론”이라고 말했다. 또 “세계무역기구 협정에 합치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높은 관세율을 설정해 쌀 산업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장관이 말한 고율의 관세는 300∼500%선이라고 한다. 우리 쌀보다 훨씬 값싼 미국이나 중국의 쌀이지만 이 정도 고율의 관세를 적용하면 우리 쌀보다 값이 비싸져 수입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 장관은 또 수입물량이 과도하면 특별긴급관세(SSG, Special Safeguard)를 부과해서라도 이를 막겠다는 방침을 전하며 농민들에게 “정부를 믿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심지어 정부의 쌀시장 전면개방 발표를 ‘不通농정’ 선언이자 한국농정의 ’慘事‘로 규정하고 있다. 성난 농민들은 한창 자라고 있는, 그야말로 자신들의 목숨과도 같은 벼논을 트랙터로 갈아엎고 있다. 정부의 농업정책에 대한 농민들의 불신이 그만큼 극에 달해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전농을 중심으로 한 농민단체들은 정부가 협상 한번 해보지도 않고 쌀 관세화 입장을 발표했고, 농민들과 이렇다 할 협의절차도 거치지 않은데 대해 분노하고 있다. 고율의 관세를 유지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서도 앞으로 한·중FTA 협상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관세감축과 철폐의 압력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쌀시장 전면개방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 정부는 농민들의 불신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조만간 제시될 ‘쌀산업발전대책’부터 농민 대다수가 신뢰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쌀시장 전면개방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생명줄을 내던지는 일일 수 있음을 정부는 직시할 필요가 있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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