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출발은 가슴 떨리는 일이다.
검색 입력폼
 
오피니언

모든 출발은 가슴 떨리는 일이다.

박 호 재 광주SUN 편집인

영암군민신문 창간에 부쳐
오늘 영암 군민신문을 처음 펴내는 이들의 느낌도 꼭 그럴 것이다. 더구나 이들의 떨림은 그 진폭이 보통이 아닐 듯 싶다. 신문이라는 매체의 속성상, 뭇 사람들에게 첫 성과물을 내보여야 하는 숙명을 지닌 까닭이다.
독자 앞에 발가벗겨지는 그 불안감은 그러나 좋은 신문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다.

‘독자는 과연 우리 신문을 어떻게 평가할까?’ 하는 하등의 두려움이 없이 신문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해보자. 얼마나 우매한 일인가. 그래서 영암군민신문이 지역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오늘의 이 불안감은 오늘 하루에 그칠 긴장이 아니라 차라리 영원히 간직해야 할 덕목이라 여겨야 할것이다.

지역신문의 경우 신문제작상의 긴장감은 여타 광역 매체에 비해 더욱 요구되는 덕목이라 생각해볼 수 있다. 주민의 생활현장에 바로 살을 맞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근접성은 주민 삶의 희노애락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거리이기에 ‘순간의 방심’도 주민들의 손가락질로 되돌아오게 마련이다. 또한 너무 가까운 곳에 있기에 지나쳐 보내는 실수 또한 거듭될 수도 있다.

주민사회의 속내에 둔감해지는 이런 실수는 대부분 신문 제작에 관여하는 종사자들의 매너리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신문사의 편집국과 창밖 주민 공동체는 고작 유리창 한 장의 미세한 거리에 불과하지만 때로는 이 한 장의 유리 두께가 100리쯤 멀게 느껴지는 일들도 허다하게 발생한다.
편집국 기자들의 시각이 그 유리창 안에만 머물다보면 창밖 주민사회의 움직임은 마치 수화를 하고 있는 모습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소리쳐 불러도 대답없는 미디어에 주민들이 사랑을 느낄리 만무하다. 주민의 삶에 귀를 바짝 기울이고 끊임없이 대화하는 신문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사회적으로 수용되지 못하는 정책이 아무런 의미가 없듯이 주민사회에 흡수돼 동화되지 못하는 미디어의 목소리는 메아리 없는 광야의 외침에 불과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 비췄을 때 진정한 지역신문은 어쩌면 주민 모두가 편집인이 돼야 하는 지도 모른다. 집 앞 내 터 밭에서 자라는 남새 몇 뿌리의 자람이 먼 산넘어 사래 긴 채마밭의 무성한 성장보다 가슴에 더 와 닿듯이 주민 모두가 한 아름 품을 수 있는 문턱없는 미디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지역신문의 모습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잘 아다시피 멀티미디어시대에 신문의 존재감은 점점 더 희박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신문의 이 위기는 신문이 지닌 독특한 속성을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인터넷 공간 속에서 혹은 한순간 스쳐 지나가는 비디오 뉴스의 콘텐츠 속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사람살이의 온기’를 신문에서는 느낄 수 있는 까닭이다. 잉크냄새 속에 주민 삶의 온기가 함께 섞여 있는 신문은 결코 황혼을 맞지 않을 것이다.

신문은 예나 지금이나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자라는 나무일 수밖에 없다.영암군민신문 또한 예외일 수 없다.
주민사회의 대변자로서, 지역사회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 위해 늘 긴장하고 초조해하는 초심을 절대 잊지 않는 영암군민신문이 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오늘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