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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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를 생각한다'

설상가상(雪上加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작년 세월호 사건 이후 바닥을 기던 서민 경제가 올해는 좀 나아지려나하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이번엔 중동발 바이러스 메르스로 인해 지역경제가 무너지기 직전이다. 미국의 통신사 UPI는 한국사회에서 대형 참사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경제성장과 기업이익이 최우선시 되어온 한국의 풍토 속에서 참사의 재발 방지를 위한 비판적 목소리조차 없었다”며 “이러한 대참사들이 일어나는 것은 경제 성장과 사회의 근대화 사이의 좁혀지지 않는 간극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IMF, 세월호, 그리고 메르스, 21세기에 들어서는 한국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사회방제 차원의 치부(恥部)를 드러내는 사건들이었다. 불안감은 바이러스보다 더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정부의 무능과 대국민 소통 실패가 초래한 메르스 사태는 세월호 참사의 아픈 기억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지경이 됐다. 환자 발생 초기에 우왕좌왕하며 골든타임을 놓친 잘못은 되풀이해 지적할 필요도 없다. 대국민 소통 실패는 현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통해 도대체 뭘 배웠는지 의심하게 한다. 대응 실패를 덮으려는 소극적이고 불투명한 정보 공개는 국민의 불안과 불신만 가중시킬 뿐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에도 ‘별문제 아니다’라는 식의 책임 회피성 설명으로 일관했다. 이와 반대로 돌아가는 현실을 지켜보는 국민은 정보 부재에 따른 극심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적시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시키는 데도 실패했다. 환자 수가 늘자 찔끔찔끔 대책기구를 확대했다. 이런 사안에서는 청와대의 역할이 중요한데, 선제 대응은 전혀 없었다. 사망자 2명이 확인된 2일에도 박 대통령은 예정된 행사장에 달려갔고, 청와대는 대통령이 불참한 채로 첫 메르스 관련 회의를 열어 긴급 대책반 편성을 결정했다. 지난해 미국에 에볼라 환자가 발생했을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일 외부 일정을 취소한 채 대책회의를 열었던 것과 비교된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지난 사건들을 돌아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심각한 실기를 했다. 공포심리가 확산되기 전에 국민들을 안심시켰어야 했다. 첫 환자가 발생했을 때 병원을 폐쇄하고 전파 경로를 추적하는 동시에 접촉자들을 모두 격리했어야 했다. 여기서 핵심은 정부가 발병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모두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으며 그래서 다른 국민들도 안전하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결정적인 순간에 국민들의 안전보다 일부 병원들이 입게 될 경제적 손실을 먼저 걱정했고 쉬쉬하다가 불안한 환자들이 이 병원 저 병원 옮겨 다니면서 병을 퍼뜨릴 때까지 속수무책으로 시간을 흘려보냈다.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국가적 패닉을 수습하기에는 한참 늦은 상태였다.
메르스 청정지역이던 전남지역도 뚫리고 말았다. 전남도는 지난 10일 보성군 거주자 A씨(64)에 대해 메르스 2차 검사를 실시한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와 최종 확진 환자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환자가 1차 검사에서 음성반응이 나와 직장에 출근하는 등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2차 양성반응이 나오기 전까지 수백명과 마주쳤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성군과 전남도, 질병관리본부 모두 안일한 자세로 메르스 환자를 처리하다가 더 큰 화를 만든 것이다. 더 이상 메르스가 확산되면 안 된다. 영암군은 물샐 틈 없는 방역망 구축으로 메르스를 차단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사태 진행 과정을 흘려보낼 것이 아니라 교훈으로 간직해야 하며 최소한 우리지역에서는 구태의연하게 대처하는 지방자치단체, 비상상황에 순발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보건·의료계, 우리만 생각하는 이기적 주민, 권위를 잃은 공권력 등이 종합되는 상황이 일어나선 절대 안된다. (crose@seh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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