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진정한 힐링시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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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진정한 힐링시간으로

어린시절 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아이가 있었다. 초·중학교 시절 여타 학생들에 비해 발군의 학업능력을 보이던 그 학생에게 주변 사람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을 했다. 그런데 그 학생은 고교시절부터 급격한 성적 추락을 겪게 된다. 학생은 성적이 왜 추락했는지 알지 못했다. 작은 핑계거리를 찾자면 그저 학창시절 알러지성 비염이 조금 있고, 수면이 부족한 느낌이 있었으며 쉽게 피로해지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 밖에.
시간이 흘러 학생은 초라해진 성적표에 따라 고교 1학년 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대학교에 진학한다. 그리고 나서 오랜만에 하는 신체검사를 통해 왜 자신의 성적이 그렇게 추락했는지 알 수 있었다. 알러지성 비염은 집중력을 떨어뜨렸으며, 어린 시절부터 생긴 간장 질환으로 학생은 쉽게 피곤해졌고 늘 수면이 부족한 상태이다보니 성적이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대학이 최종목표는 아니지만 최소한 자신이 꿈꾸던 세상과의 조우를 건강이 방해한 것은 분명한 것이다. 부모가 조금만 일찍 원인을 알고 조치를 해줬다면 ‘그 학생의 미래는 조금 더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 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최근 메르스 탓인지 여름방학이 늦게 시작하고 일찍 끝나는 학교가 많아졌다. 짧은 방학 탓에 부모들의 마음이 분주하다. 아이들 데리고 물놀이도 가야하고, 캠핑도 같이 가줘야 하고, 여행도 시켜줘야 하고, 못했던 공부도 시켜야 하고, 12시간씩 공부하는 시간계획표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아이가 방학 중에도 공부를 놓지 못하도록 하는데 집중하기 일쑤이다. 아이의 방학을 허투루 보내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공부하는 주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건강해진 몸을 가져야 학업성취도도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닌 것이다.
아이를 건강하게 하는 방법은 다양한데 크게 나누자면 3가지 정도로 분류가 가능하겠다. 질병이 걸릴 때마다 질병의 원인을 약으로 다스리거나, 신체를 건강하게 하는 약을 먹어 질병을 이겨내게 하거나, 질병이 생기기 전에 건강 밥상과 운동으로 예방하는 것이 그 방법이 되겠다. 부모들에게 이 중 하나만 택하라고 하면 대부분 세 번째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이론과 다르게 밥상은 건강해질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 운동시간이 현저히 부족한 것은 보충해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1년 12달 동안 우리네 아이들이 순수하게 햇볕을 쬐며 뛰노는 시간이 얼마나 되었는가 생각해보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부모들 입장에서는 1분 1초라도 학교나 학원에서 더 공부하기를 원하고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방학이 됐다. 아이들이 학원에 갔다오면 날마다 방구석에 앉아서 게임만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PC게임, 핸드폰 게임, 게임, 게임, 게임.... 활동력이 제로(0)에 가깝고 숨만 쉬면서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부모 입장에서는 농담으로라도 ‘암’ 걸릴 것 같다는 반응이 크다. 아이가 쪼그려 앉아 노는 것도 보기 싫고, 공부 안 하는 것도 보기 싫다. 그렇다고 공부하라고 강요하면 아이는 짜증을 내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아버린다. 결국 악순환이 반복된다. 가둬놓고 공부하라고 강요하니 학생들 스스로 갇혀서 게임만 한다. 그럴 바에 차라리 방학인 만큼 살이 새까많게 타더라도 원 없이 놀게 해주는 것은 어떨까? 건강해진 몸과 맘으로 재정비만해도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는 것 아닐까?
방학기간처럼 아이와 부모가 함께 오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일생을 통틀어 그리 많지 않다. 이 때문에 학생(아이)들과 대화를 통해 아이 본인이 잘 모르는 건강이상 징후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건강염려증도 문제지만 건강문제에 무관심한 것도 큰 문제이다. 이번 여름방학을 진짜 재미있게 보내려면 먼저 아이의 건강을 챙기고 나서 아이가 원하는 추억을 만들어줘야 할 것이다. 어머니들이 아이들을 놀지 못하게 하는 것은 결국 아이들이 낙오될까봐 어머니 본인이 느끼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아이들을 쉬지 못하게 하는 것 아닐까? 자신의 이기심으로 아이에게 공부만 강요하지 말자. 운동부족이 인성교육 부족으로 이어지며 사회성이 결여된 구성원을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방학, 아이의 건강을 먼저 챙기고 나서 추억이든 학습 분위기든 만들어주자.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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