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싯깃통(Tinder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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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싯깃통(Tinderbox)

얼마 전 세계 각국에 파병된 미군 병사들과의 화상대화에 나선 애슈턴 카터 美 국방부 장관은 "한반도는 부싯깃통(tinderbox)과 다름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근무 중인 조너선 소머스 일병의 질문에 그는 "한반도는 손 한번 까딱하는 순간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지구촌의 유일한 곳"이라며 이처럼 표현했다.
'부시'는 부싯돌에 충격을 가해 불이 일어나게 하는 쇳조각이다. '깃'은 짚이나 마른풀을 뜻한다. 따라서 '부싯깃'은 부시를 부싯돌에 칠 때 튄 불똥이 박혀 불이 붙도록 대는 마른풀 같은 것을 일컫는다. 또 '부싯깃통'은 부싯깃이 담긴 통이다. '한반도는 부싯깃통'이라는 뜻은 불씨, 즉 언제라도 전쟁이 날 수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카터 장관이 한반도를 부싯깃통에 비유한 뜻은 소머스 일병에게 근무태세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그는 실제로 "한국은 '오늘 밤에라도 싸운다(fight tonight)'는 정신으로 근무해야 하는 곳"이라했다. 서부전선 비무장지대에서 목함지뢰가 터지고, 재개된 대북확성기방송에 고사포를 쏜 상황에 대해서는 '약간의 먼지가 일어났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요즈음 극한상황으로 치닫는 남북 대치상황을 유난히 자주 목도해야하는 우리 국민들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아니 솔직히 불안하다.
요즘 우리 삶이 그렇듯 전쟁의 불평등도 심각하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의하면 6·25로 인한 인명손실은 남북한을 합쳐 무려 520만명에 달했다. 특히 참전한 군인보다도 비전투요원, 즉 민간인의 인적손실이 전쟁사상 유례없을 만큼 컸다.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 사령관이었던 맥아더가 1951년 美 의회 청문회에서 "평생을 전쟁 속에서 보낸 군인에게조차 이런 비참함은 처음이어서 무수한 시체를 보았을 때 구토하고 말았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의 무려 85∼90%가 비전투인력이라고 한다. 현대의 전쟁에서 사망자는 군인이 아니라 민간인이 더 많다는 뜻이다. 여성과 어린이, 그리고 가난한 이들은 특히 전쟁에 취약하다. 전쟁의 불평등은 그 공포감에서도 여지없다. 남북한의 전쟁 위기를 앞 다퉈 '중계'하는 TV를 지켜보는 대다수 국민들은 극도의 불안감에 떨어야만 했다. 자식을 군대에 보낸 이들은 더 말할 나위가 없었다. 하지만 군대 문턱에도 가본 적 없는 지도자들은 어떤가? "진정한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각오해야 한다"며 아예 기름을 끼얹는다. 전쟁이 나면 숨을 곳이라도 마련해둔 것일까?
네이버 지식백과는 6·25의 교훈을 이렇게 마무리 짓는다. '인적손실과 함께 지적해야 할 점은 방대한 규모의 이산가족의 발생이다. 이산가족의 수를 정확히 밝히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1천만명 규모인 것으로 말한다. 인적손실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물적손실이다. 이에 관해서도 정확한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니나, 한반도 전체를 통하여 학교 교회 사찰 병원 및 민가를 비롯해 공장 도로 교량 등이 무수히 파괴되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남북한 모두의 사회 및 경제 기반이 철저하게 파괴된 것이다.'
전쟁의 현실에 둔감할수록 전쟁을 부추길 수 있다. 하지만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승패보다도 전쟁 그 자체가 낳게 될 파국에 주목할 수밖에 없음은 자명하다. 전시작전통제권을 쥔 주한미군사령관이 부시를 부싯돌에 칠 때 제일 먼저 고려될 상황은 미국의 '이익'이지 한국민의 운명이 아닐 것이다. '단호한 응징'이니 '백배 천배 보복' 운운은 결국 무책임의 극치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다 죽는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점이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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