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영업까지 해야하는 공무원
검색 입력폼
 
오피니언

보험영업까지 해야하는 공무원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자신의 업무 이외에 할 일이 꽤 많다.

무슨 대회나 행사가 있으면 이리로 저리로 동원되기 일쑤이다. 이런 부업 아닌 부업에 공무원들은 말 한마디 못하고 끌려 다녔다.

그러나 소고기 파동이 한창일 무렵 정부에서는 공무원들에게 ‘미국산 수입소고기의 안전성을 국민들에게 홍보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가 공무원 노조로부터 거부당하는 창피(?)를 당했던 기억이 새롭다.

이렇듯 위상이 변하고 있는 공무원들에게 업무를 빙자해 보험 영업을 하라면 어떨까?

정부는 농민들이 홍수나 태풍, 폭설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에 대비, 풍수해보험 제도를 시행하면서 이 보험을 농민들이 가입하도록 공무원들에게 홍보를 강화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일차적으로 공무원 자신이나 그의 가족들이 이 보험에 가입하라는 지침까지 내렸다는 것이다. 이 보험은 대형 민간보험사인 S사, D사, H사 등이 보험 기관으로 돼 있다. 농민들이 많이 가입하면 할수록 이들 회사의 이익이 커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도 공무원들에게 이 보험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라는 것은 이들 회사의 보험 영업을 도와라는 말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해서 공무원들은 해당 보험사 직원을 대동, 면단위 주민 모임에 참석해 보험에 가입토록 홍보 내지 설득 작업을 했다. 심지어 반상회나 이장단 모임에서도 풍수해보험 가입을 독려하기도 한다. 공무원들이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행정이 실적위주이기 때문이다.

상부 기관에서 보험가입 실적이 저조하다며 홍보를 강화하라는 지침이 계속 내려오고 가입실적을 보고하라는 지시가 잇따르고 심지어는 실적을 타 시·군과 비교까지 한다면 해당 공무원은 심한 압박감을 느낄 것이다.

물론 정부는 풍수해 발생시 농민들의 피해를 될 수 있으면 많이 보전받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보험은 미래의 닥쳐올 불안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가입하는 것이지 공무원들을 동원, 홍보와 설득으로 실적을 올리겠다는 구태는 없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 상품이 좋으면 농민들은 가입하지 말라고 해도 가입할 것인데 실효성 없는 정책을 내놓고 너무 몰아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다.

이준상 기자 theaan@hanmail.net

오늘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