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열과 떠나는 북한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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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정찬열과 떠나는 북한여행

북한 방문 18일째 이야기<31>

교수 살림집을 방문할 순서다. 황해도 사리원 협동농장 최제근씨 댁을 방문했고, 평양 창전거리에 있는 공장 근무하는 최혁씨의 집을 가 보았으니, 대학교수 댁을 방문하면 각 계층에 따라 북한의 살림집 사정이 어떤지 대강이나마 윤곽이 잡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학교수 림광남(44)씨 댁이다. 아내 되는 분이 맞아준다. 다섯 살 아들. 친정어머니와 함께 산다고 했다.
이 아파트는 2013년에 지어 300세대를 분양했다고 한다. 240평방미터 넓이에 방 여섯 개, 화장실 두 개, 부엌, 서제 등이 있단다. 어제 봤던 아파트는 140 평방미터였는데 그 보다 훨씬 넓은 집이다.
집을 한 번 둘러볼 수 있겠냐고 했더니 안내를 한다. 바닥은 나무마루다. 취사는 개스를 사용하고 난방은 전기로 한다고 했다.
안방, 장모님 방에 이어 서재로 안내한다. ‘당을 따라 일편단심’ 이라는 족자가 걸려있고, 책장에는 김일성전집이 꽂혀 있다. 50권정도의 두꺼운 전집이다. 아이 방에는 곰 인형을 비롯한 장난감과, 어린이용 옷장, 그리고 첼로가 악보와 함께 놓여있다. 부엌에는 찻잔을 비롯 각종 그릇을 반질반질하게 손질하여 엎어놓았고, 한켠에 식탁이 있다. 방 하나에는 대형 T.V와 오디오 시스템이 갖춰 있고 어항이 한쪽에 놓여있다. 세면대에는 도브(Dove) 비누와 일제 세제가 놓여있다. 화장실 하나는 반 좌변식이다. 이유를 물었더니, 익숙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두 가지로 설치했다고 한다.
CNN 뉴스에서 인터뷰에 응한 김일성대 교수가 “친구들이나 친척들 집에 비해 '훨씬 훌륭하다'고 답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거실 벽에 식구들의 졸업장과 학위증이 걸려있다. 학사증, 박사증, 부교수증 이다. 박사증은 림광남에게 수여한 증서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의 선군령도를 높이 받들고 과학기술중시 로선을 철저히 관철하여 강성대국건설에 크게 공헌한 림광남동지에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박사증을 수여한다”고 되어있다.
거실 소파에 앉아 얘기를 나누었다. 어제 최혁씨 댁과 달리 소파 앞에 탁자가 놓여있고, 전화기도 바닥이 아닌 테이블 위에 놓여있다.
아주머니에게 언제 결혼 하셨냐고 물었더니, 7년 전, 29살에 결혼했다고 한다. 시어머니는 해주에 있는 큰형님이 모신다고 했다.
옆에 앉아있는 장모님은 올해 예순아홉이라고 한다. 사위가 얼마나 잘 하는지 모른다며 사위 자랑을 하신다. 손자가 그림을 제법 잘 그린다고 덩달아 자랑한다. 본인도 양강도에서 농과대학을 졸업한 다음 오랫동안 일하다가 은퇴했다면서, 장군님 은덕이 아니면 어떻게 나처럼 가난한 사람이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겠냐고 덧붙인다. 딸, 아들 모두 김일성대학을 졸업했다고 한다. 자식들을 참 잘 키우셨다고 하자, 본인만 잘 하면 학비 한 푼 내지 않고 대학을 졸업하고, 박사도 될 수 있는 곳이 이곳이라며 또 장군님 은덕을 강조하신다.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에 앉아 생각해보니, 그동안 방문한 살림집에서 차 한 잔 드시겠냐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최제근씨 댁에서도, 최혁씨 댁에서도 그리고 오늘 림교수 댁에서도 인사치례라도 ‘차 한 잔 드시겠냐’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최제근씨 댁은 농촌 생활에서 뜬금없이 들어 닥친 손님에게 그럴 겨를이 없으려니 이해가 되고, 최혁씨 댁에서도 부인이 출타 중이었으니 또 이해가 간다. 그렇지만 림교수 댁은 부인과 친정어머니까지 계시는 집이었는데 왜 그랬을까.
집에 손님이 오면 냉수라도 한 잔 대접하는 게 우리의 인정이고 예절인데, 북한에서는 그런 풍습이 사라져버린 것일까. 림교수 댁에 고급 찻잔이 찬장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걸 보았는데, 그런 그릇들은 언제 사용하려는 것일까. 두고두고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었다.
식당 메뉴. 명태알탕, 명태순대찜, 쏘가리탕, 쏘가리찜, 보신탕 등이 보인다.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렀다. 메뉴를 가져온다. 명태알탕, 명태순대찜, 쏘가리탕, 쏘가리찜, 보신탕 등이 보인다. 가격은 10달러 정도이다. 다른 특별한 게 없는가 보았더니 5첩 밥상이 보인다. 명태탕밥, 밥조개볶음, 뱀장어구이, 왕세우찜, 송이버섯볶음, 소고기볶음, 김치, 가 나오는 밥상이다. 가격 40달러. 그 외 여러 가지 메뉴가 있다. 명태 순대 정식을 주문했다. 가격 12달러.
운전사 방동무가 아들이 감기에 걸렸는데 낫지 않아 걱정이라고 한다. 가져온 상비약을 주었다.
숙소에 돌아와 TV를 켜니 어린이 시간이 끝나가고 있다. 낮 시간에도 방영을 하는 모양이다. 다음은 ‘우리말 상식’ 시간이다. 편견, 편중을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가면서 꽤 자세히 얘기한다. 이곳 TV는 조선어방송이 다섯 개, 외국어 방송은 알자지라, 러시아, 중국어 등이 있다고 들었다.
조선영화 ‘농장의 딸’ 방영을 시작한다. 냇가에서 빨래하는 장면이 나온다. 며칠 전 개성에서 보았던, 빨래하던 여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소년궁전 방문
오후에 소년궁전을 방문했다. 소년 궁전? 소년 소녀를 아우르는 이름이면 더 좋지 않을까. 이를테면 ‘어린이 궁전’은 어떨까.
운동장에 들어서니 목에 붉은 스카프를 맨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들이 제기차기 놀이를 하고 있다. 돌아가며 제기 차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어릴적 내 모습과 함께 옛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오랜 세월 보지 못했던, 사라졌다고 생각한 풍경이 저렇게 남아있다. 운동장 여기저기 아이들이 놀고 있다. 축구공을 차는 아이들, 배구 놀이하는 아이 등. 운동장이 아이들로 꽉 차있다.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아이들이어야 한다. 쫒아가면 달아나고 장난치며 노는 모습이 천진스럽고 밝고 명랑하다. 옷차림이 가지각색이다. 색깔은 물론 스타일도 제각기 다르다. 아디다스, 나이키, 미키마우스 상표도 보인다.
소년궁전 극장 아이들의 공연모습
소조활동을 관람하는 시간이다. 아이들의 방과 후 학습장이다. 우리로 말하면 특별활동 시간인 셈이다. 학습장에 들어가자 자그마한 여자아이가 인사를 하면서 맞이한다. 똘똘하고 예쁘다. 가야금, 피아노, 수예, 태권도, 미술, 기타, 아코디언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기타를 들지도 못할 만큼 어린 녀석이 기타를 배우는 모습이 귀엽고, 수예반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학생들의 실력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오늘은 평소에 배우고 익힌 솜씨를 일반에게 보여주는 날이라고 한다. 여러 방문객들과 함께 아이들의 공연을 보았다. 독창, 합창, 발레, 고전 춤, 장고, 등으로 이어지는 한 시간 정도 걸린 공연이었다.
행정구역 도·군·리 학제 12년 의무교육
저녁을 먹고 김 참사와 고려호텔 쪽으로 산책을 다녀왔다. 행정구역에 관한 얘기가 나왔는데, 북한은 행정구역이 도, 군, 리, 세 단계로 되어있다고 한다. 남한은 도, 군, 면, 리, 네 단계로 되어있는데 ‘면’이 빠진 형태다. 미국도 주, 카운티, 시, 세 단계로 되어있다. 한 때 남한에서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행정구역을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적이 있었다. 미국이나 북한의 선례가 있어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평양 의과대학 간판이 보인다. 김일성 종합대학 산하 단과 대학이다. 의과대학은 시내에 있는 모양이다.
학제에 관해 물었는데, 현재 북한은 12년 의무교육제도라고 한다. 유치원1년, 소학교5년, 초급중학3년, 고급중학3년 형태다. 2014년부터 11년에서 12년 제도로 바뀌었다고 한다.
숙소에 돌아와 찻집에 들렀다. 아가씨 혼자서 지키고 앉아있다. 차 한 잔을 주문했다. 남한에서 국토종단 했던 얘기를 했다. 남쪽은 허가 없이 아무데나 다닐 수 있는 거냐고 묻는다. 이곳 중학에서는 무슨 과목을 배우냐고 물었다. 국어, 수학, 물리, 화학, 지리, 혁명력사 등을 배운다고 했다. 혁명력사는 수령님, 장군님, 김정숙 어머니에 관한 내용이라고 한다. 외국어는 영어를 주로 배우며, 일어나 러시아어 중국어는 선택이라고 한다.
학교는 아침 8시 시작. 45분 수업 10분 휴식, 중간 휴식 땐 좀 길게 하여 체조를 한다. 4교시가 12시에 끝나면 2시까지 점심시간이고, 집이 가까운 사람은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온다고 했다. 오후 2시간이면 공부가 끝난다. 대학에선 몇 분 강의냐고 물었더니 90분 강의라고 한다.
남은 시간은 ‘소조’활동을 한다고 했다. 음악이나 미술 체육 등, 각자가 좋아하는 과목을 선택하여 활동하는 시간이다. 그러고 보니 남한의 학교와 여러 면에서 같은 게 많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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