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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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저출산 해결이 국가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인구를 이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임여성 1인당 2.1명을 출산해야 하는데, 2017년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출산율이 1.2명이라고 한다. 1970년대에 우리나라 출산율이 4.71명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현저하게 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나라와 비교를 해 보더라도 미국 1.88명, 프랑스 1.98명. 아르헨티나 2.35명, 인도네시아 2.45명에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저출산의 원인은 일자리가 없어서 젊은이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어렵게 취업을 하더라도 경제사정으로 결혼을 늦추다 보니 초혼연령 상승으로 출산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거기에다 요즘 젊은이들이 적게 낳아 편하게 키우려는 개인주의 경향이 확산되고 있고, 특히 여성들이 사회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재정적으로 자립의 틀이 잡히게 되면 출산이 아니라 결혼 자체를 기피하는 현상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이러한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5세이하 영유아에 대한 무상보육, 무주택 신혼부부들에 대한 저렴한 공공주택 공급 등을 시행하고 있고 자치단체에서는 지역별로 출산부부에 대해 적게는 몇백만원에서 몇천만원까지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저출산 극복을 위한 다양한 시책등을 펼치고 있지만 그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저출산 문제는 오늘날에 비로소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고대 로마시대에도 저출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책을 시행했다는 기록이 일본인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에 나와 있다. 로마에서는 기원전 2세기무렵에는 지도층 집안에서도 많게는 자녀를 10명씩이나 낳았고 기원전 1세기 초반인 율리어스 시저 시대에만 해도 최소한 2∼3명의 자녀를 두었으나 기원전 1세기 후반 아우구스투스 시대에 와서는 아예 결혼조차 하지 않으려는 풍조가 있었다고 한다.
문제는 이 시대의 로마가 재정적으로 어렵고 사람들의 삶이 궁핍한 시절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자녀를 낳아서 키우는 재미 아니더라도 쾌적한 인생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독신으로 지낸다 해도 불편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독신 풍조와 자식을 적게 낳는 경향은 국가의 혜택을 많이 받는 기득권 계층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한다. 그래서 '아우구스투스는 원로원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득권층인 정치,경제,행정을 담당하는 계층을 대상으로 '정식 혼인에 관한 율리우스법'을 제정하였다.
이 법에 따르면 25세부터 60세까지의 남성과 20세부터 50세까지의 여성은 결혼하지 않으면 독신의 불이익을 받도록 했다. 또 전사 또는 이혼의 사유로 과부가 된 경우에도 자녀가 없으면 1년 안에 재혼을 해야 하고 재혼하지 않으면 같은 불이익을 받도록 하였다. 이들이 받는 불이익을 보면 원래 로마 시민은 세금을 면제 받도록 되어 있었는데 독신자들에 대해서는 '독신세'를 부과하였다. 또 자식이 없는 독신 여성은 50세가 넘으면 어떤 상속권도 인정받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경제력을 가진 여성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지낼 경우 결혼할 때 까지 수입의 1%를 국가에 의무적으로 납부토록 하였고 결혼을 하여 셋째 아이를 낳아야만 그 의무를 면제해 주었다.
그 뿐만 아니라 '정식 혼인법'를 제정하여 공직 진출시에도 자식을 가진 사람을 우대하도록 하였다. 민회에서 선거를 통해 공직자를 선출할 때 획득한 표의 수가 같은 경우에는 독신자보다 기혼자에게, 기혼자 중에서도 자녀를 많이 가진 사람에게 우선권을 주었다. 또 원로원에 진출하거나 총독에 선임되는 경우에도 결혼여부와 자녀수가 기준이 되었다.
당시 출산정책과 관련된 한가지 재미있는 사례를 보면 어느 해 황제가 베푸는 경로잔치에 노인 한 분이 초대를 받고 8명의 자녀, 35명의 손자, 18명의 종손자 등 무려 61명을 대동하여 수도 로마를 방문하였는데 황제는 이 평범한 시민을 마치 개선장군이라도 되는 것처럼 열렬히 환영하면서 이 분이야 말로 로마 시민의 귀감이라고 칭찬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14%이상인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바로 머지않아 초고령사회(노인인구 20%)를 맞이하게 될 뿐만 아니라 2026년에는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4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도 고대 로마에서 시행했던 출산을 강제하기 위한 특별법이라도 제정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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