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활동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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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활동비

이진 前) 영암군 신북면장 前) 전라남도 노인복지과장 前) 완도부군수
헌정사에 있어서는 안될 불행한 일을 우리는 최근 겪고 있다. 국민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의 중책을 맡은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국정 농단과 비리혐의로 재판에 계류되어 사법부의 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이 받고 있는 여러가지 혐의중 한가지가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다. 두 전직 대통령이 국정원장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사실이 확인되어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두 전직 대통령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도 국회특수활동비를 쌈짓돈으로 생각하고 나눠먹기식 마구잡이로 사용한 것이 밝혀져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특수활동비는 국민의 혈세로 편성된 국가예산이다. 국가예산은 그 용도가 분명하게 편성이 되어야 하고 예산회계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집행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집행후에는 적정하게 집행되었는지 엄정한 회계검사를 받도록 되어 있다.
다만 정보 및 사건수사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에 대해서는 예산편성이나 집행에 있어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예를 들면 특수활동비를 지급한 상대방에게 영수증 교부를 요구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은 경우에는 관계공무원의 영수증으로 대신 할 수 있다. 또 현금으로 미리 지급한 뒤 나중에 집행내용 확인서만 붙일 수 있고 이마저도 생략할 수 있다. 특히 집행내역이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거나 관련인의 신변보호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특수활동비는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아 '검은예산', '눈먼 돈'으로 불리며 그 집행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수활동비에 대해서 무조건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생각한다.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는 용도에 대해서는 비공개로 하는 것이 옳을 일이다. 문제는 이를 남용하여 국민의 혈세를 목적외 임의로 사용하기 때문에 논란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특수활동비 성격의 제도는 오늘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조선시대에도 있었다. 지금의 특수활동비와는 성격이 다소 다르지만 조선왕조실록을 들여다 보면 조선시대 임금들에게도 '내탕금'이라는 특수활동비 성격의 임금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있었다. 당시 임금들은 이 돈을 신하나 귀족들의 환심을 사고 충성심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양반 귀족들은 '내탕금' 사용에 대해 사사건건 용처를 따지고 시비를 걸었는데 그 목적이 재정의 건전한 운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임금의 기를 꺾을 목적이었다고 한다.
한가지 사례를 들면 선조대왕때 임금이 '내탕금'으로 서재를 지으려 하자 홍문관 관원들이 들고 일어나 서재 건축을 반대했다. 내탕금은 임금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돈임에도 왕권을 견제하기 위해 반대한 것이다.
얼마전에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의 청와대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하면서 업무추진비 원칙상 사용할 수 없는 시간대인 밤 11시 이후 및 주말 공휴일에 청와대가 이 돈을 사용한 사례가 많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었다. 심재철 의원의 의도가 업무추진비의 정당한 집행을 위한 충정이었는지 아니면 옛날 양반 귀족들처럼 정권에 대한 견제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그가 청와대 업무추진비 지출이 위법이라고 자신있게 입증하지 못하면서도 이를 언론에 공개하는 것을 보고 문득 조선시대 '내탕금'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도 옛날 왕들처럼 충성심을 끌어모아 정권기반을 탄탄하게 하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정원특수활동비를 받은건 아닌지 그리고 국회계파 보스들은 계파세력을 확대하기 위해 국회특수활동비를 선심 쓰듯이 나누어 주면서 흥청망청 사용한 것은 아니었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
특수활동비 제도를 만든 것은 그 제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만들었을 것이다. 특히나 국가안보를 위한 특수활동비는 보안을 위해서도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를 남용하여 목적외 사용을 하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려 했다면 이는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할 일이다. 새삼 돈과 권력에 대한 어두운 생각을 지울 수 없어 우울해진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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