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민속씨름단 연장, 주민 동의 구하는 일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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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민속씨름단 연장, 주민 동의 구하는 일이 먼저다

김기천 영암군의원(학산, 미암, 서호, 군서) 학산면 유천마을 농부 전남대 사회학과 졸업 정의당 영암군지역위원회 부위원장
영암민속씨름단이 창단 3년째를 맞았다. 2016년 7대 의회에서 숱한 논란 끝에 3년 기한의 조례를 제정하여 운영해온 바 올해 말이면 씨름단 존폐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3년이 지난 지금 씨름단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안타까운 것은 씨름단이 부진한 성적 때문에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이 아니다. 3년 동안 거둔 성적은 눈에 띈다. 장사 14회 1품 5회 등 다른 씨름단의 '타도대상'이 될 만하다. 지난해에는 씨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기쁜 소식도 보태졌다. 수치로 계량하기 힘들지만 공중파를 통해 달마지쌀 황토고구마 매력한우 등 영암농산물이 꾸준히 노출되는 홍보효과도 생겼다. 씨름단의 활동을 보며 우리 영암에 대한 자긍심과 애향심이 절로 생겨난다는 의견과 비인기종목인 민속씨름의 부흥을 위해 영암군과 같은 공공기관이 조력하고 협력할 의무가 있다는 주장처럼 일리 있는 대목도 적지 않다.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씨름단 운영에 소요되는 예산에 대한 문제제기다. 실제 7대 의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당시 의원들과 집행부 사이에 연간 군비 부담금을 10억원으로 묶고 나머지는 국·도비를 적극 유치한다는 묵시적인 합의가 있었다. 그런데 이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다. 2017년 첫 해는 국도비가 7억 지원됐는데 2018년에는 국비만 5천400, 올해는 그보다 더 줄어 국비 2천만원 정도가 지원될 예정이다. 그에 비해 군비 부담은 꾸준히 늘고 있다. 첫 해 10억에서 다음해 15억5천, 그리고 올해 15억8천에 이른다. 여기에 추석장사 씨름대회 예산 4억을 보태면 20억을 넘어선다. 씨름단 운영 공식비용이 이 정도이고 업무추진비 홍보비 민간후원금까지 보태면 그 규모는 훨씬 더 커진다. 가중되는 씨름단 운영비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국·도비 지원 감소인데 애초 씨름단 창단 때부터 너무 안이하게 판단하고 대처했던 게 틀림없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년부터 스포츠 토토에 참가해 배당금을 받아서 운영비를 보충하겠다는 계산인데 그 규모가 얼마나 될지 지금으로선 허공의 뜬구름이다.
두 번째 반대 여론은 씨름단에 대한 행정의 도를 넘어선 관심 때문에 형성되었다. 씨름대회마다 팀장 과장 실장 등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간부 공무원들이 출장계를 내고 응원하러 참가했다. 담당 홍보체육과는 아예 씨름대회 기간 내내 통째로 씨름장으로 옮겨 간다. 급기야 국가기념일인 현충일에 단체장이 충혼탑 대신 씨름장을 찾는 일까지 버젓이 벌어졌다. 씨름단을 향한 이 넘치는 관심과 애정이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 군민들이 묻기 시작했다. 5월과 6월 9월 농번기가 한창인 이 때 간부 공무원들이 있어야 할 자리가 씨름대회장인지 농촌현장인지 밝히라고 하는 목소리가 커가고 있다.
게다가 씨름대회 때마다 각 읍면은 인원동원에 홍역을 치른다. 농번기도 예외가 없다. 이장 사회단체장 일반주민 공무원 등 동원대상자들의 불만이 쏟아진다. 급기야 문체위가 씨름대회 동원위원회라는 비아냥도 사방에서 터져나오는 현실이다.
세 번째 영암군 명예를 선양하고 농산물 홍보효과를 높이기 위해 씨름단을 운영하고 있다는 논리도 반박당하고 있다. 차라리 그 예산을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홍보를 강화하는 데 사용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 예로 소비자들에게 영암농산물 구매 장려금을 주고 판매를 독려하자는 구체적인 아이디어까지 내놓는다.
이쯤 되면 씨름단 존속 여부에 대해 결단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 방법이 연말에 임박해 졸속으로 처리해서는 안 되고 행정과 의회의 담판 형식이어도 안 된다. 주민의 의사부터 먼저 물어야 한다. 행정은 지난 3년 동안 씨름단 운영의 결과를 정확하게 군민에게 보고해야 한다. 의회 또한 냉정하고 치밀하게 평가해서 군민에게 판단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 뒤 군민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 그 방식은 여러 형태이겠으나 객관적인 여론조사와 찬반의견을 토론하여 합의된 결론을 이끌어내는 공론화위원회 운영 같은 형식을 적극 검토해 볼만하다. 군민의 동의와 지지가 없는 민속씨름단은 결국 '그들만의 리그'에 고립되고 말 것이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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