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천 영암군의원(학산, 미암, 서호, 군서) 학산면 유천마을 농부 전남대 사회학과 졸업 정의당 영암군지역위원회 부위원장 |
<장면 2>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금정 활성산이 원래 형상을 알아볼 수 없을 만치 파헤쳐지고 있다. 지난 늦여름부터 초가을까지 공사현장에서 흘러내린 흙탕물은 뱅뱅이골과 산골동네를 뒤덮은 데 이어 장흥 영암 해남 강진 완도 진도 신안 무안 목포 등 서부권 9개 시군 상수원인 탐진댐을 오염시켰다. 대명 EGC가 개발 중인 영암 태양광 공사로 생긴 참화다.
<장면 3> 2번 국도 강진 성전을 지나 학산면 묵동리에 들어서면 코를 찌르는 축산 악취와 함께 국도변에 위압적으로 버티고 서 있는 거대한 철골구조물을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된다. 다름 아닌 ㈜승언팜스가 짓고 있는 7천700두 사육규모의 돈사가 그 주인공이다. 그런데 최근 이 업체는 분뇨처리시설과 퇴비사를 허가 외 지역에 새로 짓겠다는 수작(?)을 부려 주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세 장면의 공통점은 영암에 진출한 기업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염치와 신의를 헌신짝 취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사회에서 기업의 역활은 이윤과 고용창출이라는 경제적 책임만을 다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세금납부 투명경영 같은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하고, 환경보호 윤리경영 소수 약자 여성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 같은 윤리적인 책임도 맡아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사회공헌 자선 교육 문화 체육활동지원 같은 자선적인 책임을 다하는 이른바 사회적 책임 의무를 부여받고 있다. 쉽게 풀이하자면 기업이란 지역과 지역민에 대한 기여와 공헌 없이는 기업활동을 할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기업은 지역에 대한 후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나주에 터잡은 한전은 전기요금 체납 저소득층 2천600가구에 35억을 지원하고 2천명의 저소득층 실명위기 환자의 개안시술을 후원했다. 광양의 포스코는 1천88석 규모의 백운아트홀을 지어 지역에 기부하고 차량 46대를 사회복지시설에 기증했다. 여수의 GS칼텍스는 21만평 규모의 전문문화예술공간 '예울마루'를 조성해 시에 기부하고 장학금 46억과 여수엑스포 유치기금 10억을 내놓았다. 또한 노인 무료 급식소 운영 같은 지역사회 공헌에도 앞장서고 있다. 목포의 보해양조는 장학금 34억을 기부하고 저소득층 사랑의 연탄나눔 운동과 '젊은 잎새 대학봉사단' 활동을 지원해오고 있다. 이같은 기업들의 지역사회 공헌 활동은 기업 이미지를 높일 뿐만 아니라 경제불황 같은 위기 때 지역민의 든든한 지지를 얻게 된다.
그러나 우리군의 현실은 정반대다. 현대삼호중공업은 매년 3천~9천만원 안팎의 삼호문화의 집 운영을 지원해 왔는데 경영난과 사원주택 일반 분양을 핑계로 손을 떼버렸다. 새 입주민이 중공업과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일리 만무할 뿐더러 경제위기의 직격탄에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노동자와 서민의 현실을 무시한 채 '나만 살자'식 횡포를 부린 것이다. 또한 중공업 창립 후 20년간 해양오염과 페인트 분진, 소음, 악취, 대기오염 같은 일상화된 환경위험을 감내해온 노동자와 주민의 희생에 대한 정면 배신행위를 저지른 셈이다.
대명EGC의 몰염치도 묵과하기 어렵다. 대명은 풍력발전소 사업 초기인 2012년 영암군수와 맺은 협약 중 장학기금 일부를 기부한 일 외에 지역주민과 약속한 8가지 항목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게다가 92.4MW(연 300억, 20년간 6천억 수익 규모)용량의 태양광 발전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협약한 내용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있다. 주민대책위가 요구한 주민발전소 설치, 풍력발전 양해각서 성실이행, 농작물 피해 보상과 경관훼손, 재해 및 환경오염 예방대책 수립 약속까지 묵살하고 있다. 급기야 태양광 구조물 제작에 대불산단 내 지역업체의 참여를 약속하는 척 하더니 입찰에 참여한 지역업체 5곳을 배제하고 외부업체를 선정하였다. 그러다 지역여론이 사나워지자 지역업체 물량을 따로 남겨 놓았으니 잠잠하라는 회유를 서슴치 않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일련의 과정에 우리 영암군이 보인 대응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기업의 사회적 공헌과 참여를 독려하고 지역민과의 연대협력을 연결하는 노력 대신 약속 안 지키는 부도덕한 기업의 뒤치다꺼리에 여념이 없다. 기업이 두려운 것인가? 아니면 말 못할 다른 숨은 이해관계라도 얽혀 있는 것인가? 기업에 대한 반감이 퍼지고 행정을 향한 신뢰가 송두리째 무너진 뒤에 수습할 작정인가? 무성한 소문들 사이로 눅진하게 배어 있는 흉흉한 민심의 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이길 진심으로 충고하고 싶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