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용 문태고등학교 교사 도포면 영호리 출신 |
이미 해외에서는 예루살렘히브리대학의 유발 하라리 교수가 지난 3월 20일에 파이낸셜 타임즈에 '코로나바이러스 이후의 세상(The World After Coronavirus)'이라는 기고문을 통해 앞으로의 세상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확실하게 달라질 것이라는 예견을 내놓았다. 그는 세상 모든 일의 속성이 양날의 검이듯이 앞으로 세계는 '전체주의적 감시와 시민역량강화, 민족주의적 고립과 전세계적 연대'라는 커다란 프레임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우리 인류가 선택해야만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와 그 연결 고리를 찾기 위해 우리나라 방역당국은 통신회사로부터 개인정보열람권을 위임받아 그 확진자의 과거 행적을 낱낱이 파헤쳐 감염의 근원을 찾고 잠재적 감염 연결 고리를 차단해오고 있다. 이런 과정 속에서 개인정보유출이나 인권침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것도 사실이다.
물론 그 결과가 전 세계가 찬사를 보낼 만큼 아주 훌륭한 결과를 산출했기에 우리 국민들이 고통을 분담하며 공동체를 위해 개인을 희생하려는 마음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반면에 국민과 문재인 정부 간의 쌓인 신뢰가 없었다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한상진 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특유의 공동체 의식을 발휘하여 국가와 개인의 협력으로 코로나 이후 한국형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 세계 각국이 코로나 사태에 대응해 온 과정을 살펴보면 그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해볼 수 있다.
중국이 초기의 질곡을 벗어나 이제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기는 했지만, 이는 국가의 강력한 통제와 억압의 결과이다. 슈퍼 강대국인 미국은 극단적 개인주의 때문에 시민들이 정부의 통제를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전국적인 폭동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인종 간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상황이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단계로 옮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에 비해 대한민국은 촛불혁명 이후 시민참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면서 사상 초유의 전 지구적 위기 국면에서도 독보적인 대응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적 시민 의식이 국가와 개인의 매개체인 전통적 공동체 역할을 활성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친구, 가정, 학교, 직장, 지역사회 등 다양한 수준의 공동체가 개인이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면서 국가와 개인들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전체주의적 감시 하의 고립된 민족국가로 갈 것인지 아니면 시민 역량강화로 전 세계적인 연대의 길로 갈 것인지는 전적으로 우리 국민들의 선택과 노력에 달려 있다.
그러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제일 먼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사회에 온라인 공동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마을 공동체는 1차집단이기 때문에 이미 공동체 의식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겠지만, 읍 단위의 지역공동체는 2차집단적 성격이 강해 마을 단위보다는 아무래도 공동체 의식이 희박하다. 특히 삼호읍의 일부 지역은 다른 읍면의 경우보다 더욱 공동체 연대가 느슨하다. 때문에 어차피 앞으로 비대면 접촉이 늘어나야 할 경우라면 인터넷 선진국답게 온라인 공동체를 하드웨어적인 어려움 없이 만들어 낼 수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디지털 문맹이다. 그래서 지자체가 앞장서서 필요한 주민들에게 스마트 기기도 공급을 해주고 아울러 청년들을 고용하여 스마트 기기 활용법을 교육하도록 한다면 디지털 문맹률도 낮추고 청년 일자리도 창출하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여 ‘스마트 영암’의 기초를 다진다면 일석오조가 아니겠는가? 위기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승화시켜 다음 단계 도약의 기회로 삼을 하나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
마을 공동체 단위의 카톡방을 만들어 지역공동체 역량을 강화하고 시민 의식을 함양하고 덤으로 일자리 창출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일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위기를 악용하여 독재권력을 지향하려는 세력의 대두를 억제하려는 전 지구적인 노력에서 선도자 역할을 해내면 좋지 않겠는가? 선진 지자체, 선진국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