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과 개교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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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의 날과 개교기념일

홍갑선 영암여고 교사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섬유여성노동자 1만5천여명이 뉴욕 루터거스 광장에서 여성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 근무 시간 단축, 임금향상, 투표권 등을 요구하며 가두시위를 벌였다. 이때 행진 당시 외쳤던 유명한 말이 '우리는 빵을 원한다. 그리고 장미도'라는 말이었다. 빵은 여성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장미는 사람답게 행복하게 살 권리를 의미한다.
당시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 '사람다운권리'를 요구했던 여성들의 행진이 113년 전에 있었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하지 않고는 남자와 동등한 권리를 가질 수 없었으며 특히 여성노동자들은 기업주의 착취와 억압을 저지할 길이 없음을 자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1911년 유럽에서 이 날을 기념하는 첫 행사가 개최된 이후 매년 3월 8일이 되면 세계 각국의 수 천 수 만명의 여성노동자들이 나라의 방방곡곡에서 집회와 기념식을 갖고 아이들의 손을 잡고 거리를 행진하며 '여성의 정치적 자유와 평등'을 요구하였다. 이런 노력의 결과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유엔(UN)에서 1975년을 '세계 여성의 해'로 지정하고 1977년 3월 8일을 특정해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화함으로써 기념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5년부터 관련 행사를 해왔으며, 2018년부터 법정기념일로 지정해 '여성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3월 8일은 재직하고 있는 영암여고 개교기념일이다. 학창시절에 개교기념일은 하루의 휴일을 덤으로 얻는 느낌을 가졌을 것이다. 모두가 등교하는 날 자기만 등교하지 않고 쉬노라면 왠지 기분이 뿌듯하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하루를 보낸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개교기념일이 날씨 좋은 봄이나 가을이면 친구들과 어울려 야외로 나들이도 갔을 것이다. 또한 혼자만 쉬기 때문에 언니 동생 등교하고 엄마 아빠 출근한 집에 홀로 남아 심심한 마음과 따분함으로 하루를 허투루 보낸 기억도 있을 것이다.
일찍이 후학 양성에 뜻을 둔 민당(民堂) 김석문 선생은 보은(報恩)을 건학이념으로 기의 고장 영암에서 개교식을 한 날이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이다. 선생이 세계 여성의 날에 맞춰 개교를 했는지, 개교한 한 날이 우연히 세계 여성의 날이었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하지만 40여년 동안 전남 농촌 지역의 여성 교육의 산실로서 명실상부하게 굳건히 자리 메김하고 있는 영암여고의 개교기념일과 세계 여성의 날이 같다는 것은 여성 인재를 배출하고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측면에서 나름 의미있는 우연의 일치는 아닌지 생각하게 한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여성의 날 행사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110여년 전 여성 노동자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여성 인권이 이 정도라도 신장되지 않았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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